□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확산 시뮬레이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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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확산 시뮬레이션 결과
  • 안현선 기자
  • 승인 2023.02.2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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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전 오염수 10년 후 북태평양 전체로 확산

해양 생태계 영향은 분석 안 돼… 日측 데이터도 검증해야
국내 연구진 ‘영향 미미’ 결과에도 수산물 소비 위축 우려
해수부 “런던의정서에서 원전 오염수 논의하도록 대응할 것”

일본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올 4월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 처리수를 바다에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해저터널 방출구 설치 등이 지연되면 방출 시기가 다소 연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는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를 거친 130만 톤의 오염수가 1066개 수조에 담겨 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ALPS를 이용해 62개 핵종을 기준치 이하로 처리하고,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트리튬)는 자연해수와 희석해 배출농도를 일본 기준치의 40분의 1로 낮춘 뒤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에 대한 안전성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0년 후 삼중수소 농도 10만분의 1 높아져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은 지난 16일 제주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한국방재학회 학술발표대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시뮬레이션은 일본이 10년간 연간 최대 22T㏃(테라 베크렐, 베크렐은 방사능 단위)의 삼중수소가 포함된 오염수를 방출한다는 가정 하에 진행됐다.

두 기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염수 방류 10년 후 한국 해역의 삼중수소 농도는 기존의 10만분의 1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해역에는 2년 뒤부터 0.0001Bq(베크렐)/㎥의 삼중수소가 일시적으로 유입되고, 4~5년 뒤부터 본격적인 유입이 시작된다.

10년 뒤엔 0.001Bq/㎥ 안팎의 삼중수소가 유입되고 북태평양 전체로 확산된다. 0.001Bq/㎥은 2021년 기준 국내 해역의 평균 삼중수소 농도인 172Bq/㎥의 10만분의 1 수준으로 현재 분석 기기로는 검출하기 힘든 낮은 농도다.

연구 결과는 중국 연구팀이 내놓은 결과와 비슷했다. 중국 제1해양연구소는 2021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 약 5년 후 0.001Bq/m³의 삼중수소가 제주 해역에 도착한다고 밝혔다. 

환경단체 등 시뮬레이션 결과에 문제 제기

그러나 환경단체 등은 일본 정부의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고 삼중수소를 제외한 다른 방사능 핵종에 대한 분석이 빠져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주도내 19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은 “핵오염수에 담긴 62개 핵종 중 삼중수소만을 대상으로 확산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일본 정부가 준 왜곡된 데이터만을 활용했다”며 일본 정부가 제공한 데이터의 신뢰성을 문제삼았다.

환경운동연합도 논평을 통해 “100여 개의 해양연구소가 소속돼 있는 전미해양연구소협회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자료는 오염수가 보관돼 있는 각 탱크의 방사성 핵종 함량에 대한 중요한 데이터의 부재, ALPS의 성능 부족 등을 근거로 일본 정부의 자료와 계획을 신뢰하고 있지 않다”며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바닷물의 방사성 물질 농도만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저지 대응단 역시 “일본의 엉터리 데이터와 주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결과여서 신뢰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일본 정부에 검증 가능하고 투명한 후쿠시마 오염수 데이터를 요구하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잠정조치 등 국제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소비 급감 등 수산업계 타격 우려

해양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아예 없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공동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삼중수소의 농도에 대한 분석으로, 실제 방사능 핵종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추후 연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이미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와 2013년 오염수 유출 때 수산물 소비가 급감하는 호된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또한 여러 연구·설문결과를 보면 원전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될 경우 수산물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제주연구원이 제주도의 의뢰를 받아 시행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따른 피해조사 및 세부 대응계획 수립 연구’에 따르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96%가 오염수 방류 결정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92%가 심각하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타 지역에 비해 제주도 수산업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78%로 나왔으며, 응답자의 83%는 오염수 방류 시 수산물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수산업계 피해액은 제주도 수산물 생산금액 9121억 원의 19%에 이르는 4483억 원에 이른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또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 2021년 4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3%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결정 이후 실제 수산물 소비량을 줄였다’고 밝혔으며, 향후 수산물 소비 의향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91%는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응답한 바 있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한 해수부 입장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1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차원의 안전성 검토와 함께 국제해사기구의 런던의정서가 보완적 논의의 장으로 기능하도록 지속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019년 런던의정서 당사국 회의 때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런던의정서 내에서 논의할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런던협약·의정서는 해양환경 보호를 위해 폐기물의 해상 투기를 금지하고 각 국가들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를 점검·논의하기 위한 국제협약이다.

우리 정부는 2019년부터 일본의 원전 오염수 처리에 관한 논의를 런던협약·의정서 체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원전 오염수 방류는 해상 투기가 아니기 때문에 논의 대상이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현재 정부는 2018년 10월 국무조정실, 외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등 10개 부처가 참여하는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응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해수부는 해양수산 분야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해수부는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부터 주요 수산물 생산 해역 등을 오염 감시 대상에 추가해 방사능 조사 정점을 52곳으로 늘린 상태다. 이와 함께 오염수 확산 시뮬레이션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해양과학기술원, 원자력연구원의 1차 시뮬레이션을 시작으로 해수부는 IAEA 검증 데이터 등이 확보되는 대로 추가 시뮬레이션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해수부는 일본 후쿠시마 인근 6개현에서 선박평형수를 주입한 채 들어오는 선박 1200척(연간)에 대한 조사를 추진한다. 이 중 전수조사 대상 선박은 연간 약 120척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어업인들은 불안하다. 일본이 예정대로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면 일본 해역에서 잡힌 수산물뿐만 아니라 수산물 자체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수산업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한 지원책 마련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우리 정부는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시점이 임박한 상황에서 관련 대응이 너무 미온적”이라며 “인접국이자 최대 피해 예상국인데 피해 저지를 위해 실행에 옮긴 게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만 보고 있지 말고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일본에 적극 대응해야 하며, 국민들에게 수산물 불신이 확산되지 않도록 해법을 제시하고, 어업인 소득 보전정책 등 수산업 보호와 육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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