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서사를 품은, 아름다운 어촌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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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서사를 품은, 아름다운 어촌 포항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3.02.1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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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하면 포스코로 대변되는 공업도시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요즘 한창 맛있는 과메기.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이면 전국의 마트 수산물 코너는 포항에서 올라온 과메기로 가득 찬다. 공업도시와 과메기가 대표하던 포항에 요즘 ‘한류 성지’라는 이미지가 더해졌다. 각종 TV 프로그램의 단골 촬영지로 소개되면서 내국인은 물론 해외 관광객이 몰려드는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사람들 발걸음 이끄는 포항

최근 포항으로 여행자를 이끄는 한류 드라마는 <갯마을 차차차>다. 2004년 개봉한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현실주의 치과 의사 윤혜진(신민아 분)과 만능 백수 홍두식(홍반장, 김선호 분)의 밀고 당기는 사랑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렸다. 로맨스와 코미디를 적절히 섞어 다양한 연령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여행자는 시장 골목과 등대, 포구 등 주요 배경에서 사진을 찍으며 드라마 주인공이 된 듯 설렘을 느끼고 추억을 만든다.

<갯마을 차차차>를 따라가는 여행의 시작점은 북구 청하면에 자리한 청하시장이다. 드라마에서 공진시장으로 나온 뒤 이름도 청하공진시장으로 바꿨다.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조용하던 어촌에 국내외 팬들이 알음알음 찾아온다. 사람들이 모이면서 작은 시장에 노점이 들어섰다.

시장 한가운데 장터 건물을 중심으로 드라마에 나오는 공진반점과 보라슈퍼, 청호철물, 오윤카페(한낮에커피달밤에맥주)가 있다. 보라 부모님이 운영하던 보라슈퍼는 간판과 외부 모습이 거의 그대로다. 내부는 볼 수 없지만, 앞에 의자가 있어 사진 찍기 좋다. 건너편이 공진시장인데, 어묵과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가게가 있다.

활발한 어촌을 볼 수 있는 구룡포

청하공진시장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호미곶을 지나 구룡포에 닿는다. 바다의 거친 햇볕에 그을린 어부의 부지런한 모습, 생선을 손질하는 여인네의 웃음소리, 바다와 포구를 분주히 오가는 고깃배로 활기가 넘친다. 포구 가운데 있는 구룡포수협 위판장은 대게와 홍게 천지다. 다리가 긴 대게와 붉은빛을 띤 홍게가 좌판을 점령하고 있다. 대게를 맛보기 위해 위판장에 온 관광객과 상인이 흥정하는 소리로 떠들썩하다.

구룡포는 1800년대 말까지 조용한 어촌이었다. 1883년 조일통상장정이 체결되자 일본인의 조선 출어가 본격화되고, 가가와현의 어업단 80여 척이 고등어를 잡으려고 구룡포에 눌러앉으면서 번성하기 시작한다. 이후 구룡포는 어업 전진기지로 떠오른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구룡포 앞바다는 물 반 고기 반, 그물을 던지면 만선이었다. 1932년 구룡포에 거주하던 일본인이 287가구 1161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구룡포근대문화역사거리에서 당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 가옥 80여 채가 남은 곳으로, 1920년대 선어 운반업으로 큰 부를 쌓은 하시모토 젠기치의 집이 있다. 일본에서 공수한 자재로 지은 이층집인데, 현재 구룡포근대역사관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드라마 촬영지를 찾아 여기에 온다. 2019년 방영한 <동백꽃 필 무렵>은 최고 시청률 23.8%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과메기 마을’ 구룡포가 드라마 방영 후 ‘동백이 마을’로 불린다. 주인공 동백(공효진 분)이 운영하던 까멜리아 앞은 사진을 찍으려는 여행객이 늘어섰다. 까멜리아 오른쪽에는 드라마 제목을 본뜬 동백서점, 동백점빵 등이 이어진다. 이 골목은 드라마에서 옹산게장골목으로 나왔는데, 옹산 아줌마들이 금방이라도 뛰어나올 것만 같다.

거리 가운데 언덕으로 향하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구룡포항이 내려다보인다. 드라마에서 동백과 용식(강하늘 분)이 앉아 사랑을 속삭인 곳이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 공원으로 꾸몄는데, 여의주를 물고 서로의 몸을 휘감은 아홉 마리 용 조형물이 있다. 예전에는 신사가 있었지만, 지금은 호국 영령을 기리는 충혼탑과 충혼각, 구룡포 어업인의 풍어와 안전을 기원하는 용왕당이 자리한다.

공원을 지나면 포항구룡포과메기문화관이다. 기획전시실, 해양체험관, 과메기홍보관 등으로 구성된다. 구룡포읍의 유래와 역사, 포항의 별미 과메기를 만드는 과정 등을 다양한 자료와 실사 모형으로 흥미롭게 보여준다.

포항 여행길에 호미곶을 빼놓을 수 없다. 청하공진시장에서 구룡포 가는 길에 들러볼 만하다. 호미곶은 1월이면 새해 다짐을 하려는 이들이 몰린다. 전국 해돋이 명소의 상징이 된 조형물 ‘상생의 손’이 나오게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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