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오른 천왕봉
지리산 천왕봉 턱 밑
해발 1450미터에
호젓하게 자리 잡은 천년고찰
정상을 코앞에 두고
산사에 마음 뺏긴 산 사나이
천왕봉 미련은 이내 접어두고
마음 가는 대로
홀로 적멸보궁 향하는
발걸음을 어이하리
법당 안 그윽한 향 내음은
합장한 산객의 콧등 타고 넘어
등줄기 따라 흐르고
불사리탑 향해 백팔 배하는
초보 불자 이마에선
땀방울 비 오듯 떨어져도
심장 한복판 우러나는 이 감동
천왕봉에 오른 희열과
어찌 비교하리오
「산청 지리산 법계사에서」
시인 이승룡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2018년 계간 <서울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전 수협중앙회 준법감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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