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어업의 위기는 어촌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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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어업의 위기는 어촌의 위기다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3.02.0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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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지역공동체연구실 책임연구위원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지역공동체연구실 책임연구위원

지구상에 기후위기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없다. 폭설, 폭우, 폭서, 태풍 등 전에 겪지 못한 일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나마 체감할 수 있는 육상의 변화에는 민감하지만, 보이지 않는 바다는 예나 지금이나 관심 밖이다. 겨우 제주도에서 잡히던 자리돔이나 방어가 동해바다에서 잡히고, 동해바다 특산물 오징어가 서해바다에서 잡힌다는 정도다. 그런데 이보다 심각한 일이 마을어장인 갯벌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런 장소가 ‘마을어업’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바지락, 꼬막 등 패류양식이나 소라, 피뿔고둥, 낙지 등 연체류나 해조류 채취를 하는 맨손어업이 이뤄진다. 마을어업의 지속성이 위협을 받으면 어업인과 어촌은 말할 것도 없고, 호주와 시베리아를 오가는 도요물떼새들도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그리고 수심이 깊은 해양생태계도 안녕하지 못한다. 

설 명절이 지났다. 이 무렵 전 국민이 즐겨 찾는 수산물의 하나가 꼬막이다. 참꼬막을 조상에게 올리고, 자식들에게도 보낸다. 덕분에 여자만이나 득량만 어업인들은 일 년 농사나 다름없는 돈을 마련한다. 개인 어가만 아니라 마을도 한 해 동안 사용할 마을 재정을 마련한다.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어촌계장과 이장 등 마을 임원 활동비는 물론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크고 작은 마을 일을 한다. 정월대보름 무렵에 하는 풍어제나 갯제 등도 꼬막밭에서 나온 비용이 있어서 가능했다. 그리고 남은 돈은 연말에 가가호호 분배했다. 국가에 사회보험이 있다면, 어촌의 사회보험은 꼬막밭이다. 만약 마을어장에서 참꼬막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꼬막은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이 있다. 그 일은 새꼬막이 대신할 수 없다. 새꼬막은 개인사업이나 마찬가지이다. 수심 깊은 곳에 사는 새꼬막과 달리 참꼬막이 조간대에 서식한 탓에 기후위기에 피해가 심하다. 보성벌교의 상징이었던 참꼬막이 귀해진 것도 이런 이유로 해석하고 있다. 참꼬막은 껍데기의 골이 깊고 선명하며, 선명한 붉은 피와 짭조름한 맛이 특징이다.

소설 <태백산맥>에 소개돼 큰 인기를 누리고, 그 맛을 보기 위해 찾는 사람도 많다. 제물로 올리는 꼬막이라 ‘제사꼬막’이라 부르기도 했다. 참꼬막이 많이 나오던 벌교 갯벌에서 꼬막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지금은 같은 여자만의 선정리나 여호리 등 고흥갯벌에서 구경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밥상에서 참꼬막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나 태국 등 외국에서 수입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수십 년을 꼬막으로 꾸려온 어촌공동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여자만에서는 꼬막밭을 ‘방천’이라 불렀다. 하천에 돌을 쌓아 논밭을 만들듯 갯벌에 꼬막밭을 일궜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 공동 방천만 아니라 개인 방천이 생겨난 이유다.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마음에 맞는 사람이 어울려 꼬막밭을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지켜온 꼬막밭이기에 이사를 온 사람들이 꼬막밭 운영에 참여하기까지 시간과 절차가 필요했다. 

이를 두고 귀어귀촌정책을 추진하면서 ‘진입장벽’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그 뿌리는 어업인들이 한정된 생업 터전을 현명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하기 위한 방법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촌문화의 특징이며 때로는 전통지식과 깊은 관계가 있다. 기후위기와 어촌 인구 감소라는 변화 속에 개선이 필요하지만 진입장벽으로 인식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국가중요어업유산도 대부분 마을어업 영역에서 이뤄지며, 전통지식인 ‘갯벌어로’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또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의 갯벌’도 마을어업이 핵심 공간이며, 최근에는 블루카본으로 주목받고 있다. 비록 마을어업이 수산업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이 작을지 모르지만, 어촌에서 맡고 있는 역할은 매우 크고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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