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고위험에 직면한 어촌의 회생방안
상태바
소멸 고위험에 직면한 어촌의 회생방안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3.01.25 09: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구 감소, 초고령화, 인력 부족.’

지역소멸 고위험지역이 매년 4.5%씩 증가하고 있는 어촌지역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대변해주는 단어들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최근 열린 올해 해양수산 전망대회에서 어촌사회가 위기에 도래했다며 어촌지역은 오는 2045년 소멸 고위험지역이 87%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열악한 생활 서비스, 낮은 삶의 질, 갈수록 감소하는 어업소득, 도시가계와의 소득 격차 심화 등 어촌사회는 부정적인 요인들로 둘러싸인, 침몰 직전의 위급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양수산부가 내놓은 ‘2027년까지 연간 귀어촌인 41만여 명, 귀어인 약 7500명 유치’ 목표는 어촌사회는 물론 어업인과 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연간 어촌으로 삶의 터를 옮긴 귀어인이 1000명 내외에 불과한데,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정부의 공식통계에도 어업인 수가 10만 명 아래로 발표되고 있는데 귀어촌인 41만 명은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들이다.

해양수산부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추진될 ‘제2차 귀어귀촌 지원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어촌 진입장벽 해소와 유입인구 확대를 추진해 2027년 귀어촌인 41만여 명, 귀어인 7500명을 유치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지난 2018년 제1차 귀어귀촌 지원 종합계획을 수립해 ‘관심→준비·실행→정착’이라는 3단계 정책체계를 마련하고, 귀어학교 7개소 조성, 귀어 창업 및 주택 구입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지난해까지 시행했다. 그러나 정책 효과는 눈에 띌 만큼 나타나지 않았다. 해양수산부 발표에서도 2021년 귀어인은 1216명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정책 부진의 가장 큰 이유가 높은 진입장벽이었다. 이를 반영한 듯 2차 종합계획은 ‘젊어지는 어촌, 활력 넘치는 바다’를 비전으로 내세웠으며, 핵심 화두도 진입장벽 완화와 어촌 유입인구 확대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2차 종합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서는 관련 법과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또한 어촌에 정착하려는 이들을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우선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서는 어촌사회의 문을 개방할 수 있도록 어촌사회 주민들의 사고의 틀을 바꾸고 지역 생활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초고령화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도시인이나 젊은 층들이 어촌에 살고자 해도 외지인을 경계하고 배척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어업권이나 양식장 면허는 임대조차 불가능할 정도다. 어촌정주 잠재수요라 할 수 있는 어촌 관계인구를 확대하는 것도 유인책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어촌정주 잠재수요가 될 수 없다. 유통인이 좋은 품질의 수산물이 있어 구매하기 위해 찾아오거나 가공공장을 운영하려고 싼값의 땅을 구매하려고 해도 어촌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부의 지원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어촌자산 투자 펀드 조성은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기 어렵다.

임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나 소규모 주택단지를 조성해도, 귀촌부터 지원되는 정착자금이 확대돼도 외지인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진전이 쉽지 않을 것이다.

농업과 농촌사회에서도 진입장벽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고령화,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고 농사지을 여력이 없음에도 땅을 팔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농지는 임대사업이 가능해 최근 젊은 인력의 유입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어촌과 어업 현장에서는 제도권 진입이 농업보다 훨씬 어려운 실정이다. 10년 넘게 정착하고 있는 지역 어촌계에 봉사하면서 어촌계 일에 참여한 이들도 어촌계원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산물을 구매거나 가공공장을 운영하는 이, 바다와 어촌이 좋아 찾아오는 관광객 등 어촌 관계인들이 어촌에 정주하고픈 마음이 간절하도록 유인하고, 어촌사회도 이들을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변하지 않는 한 고령화, 인구 감소, 인력 부족난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해양수산부는 2차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어촌 유입인구 확대를 위해 귀촌인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담는 한편,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귀어 진입장벽 해소를 위한 지원방안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관계부처와 지자체, 어업인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해당 과제들을 차질없이 이행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하지만 2027년까지 연간 ‘귀어촌인 41만여 명과 귀어인 약 7500명 유치’라는 목표가 달성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계획에 걸맞은 제도 개선과 정책 의지,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시인들이나 젊은이들 스스로가 어촌으로 발길을 옮길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