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미친 짓 
상태바
열정과 미친 짓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3.01.09 0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영백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장 
허영백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장 

1970년대 초 김, 굴 양식을 시작으로 해조류양식, 패류양식 그리고 새우, 넙치, 향어 등 갑각류·어류양식 발전과 함께 오늘날 우리나라 양식산업은 생산량적 측면에서 해조류를 제외한 생산량이 약 60만 톤으로 세계 15위, 그리고 해조류양식은 약 180만 톤으로 세계 3위의 양식대국이 됐다. 

이러한 양식산업 발전 과정에 열정과 미친 짓거리라는 알려지지 않은 많은 에피소드가 있다. 한 예로 굴 양식산업화 과정에서 개척기인 1969년에 일본에서 종패 50대분을 수입했는데, 당시만 해도 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수송에 따른 기술이 부족해 충무(현 경남 통영)에 와서 보니 95%가 폐사했다.

이때 시민들의 반응도 “절대 안 된다. 굴 양식은 미친 사람이나 하는 짓이다”라고 냉담했을 뿐만 아니라 비난까지 했다고 굴 양식수협 20년사에 기록돼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시절 양식 현장에서 공공연히 나돌던 말이 있었는데, 그것은 “먼저 하면 죽는다”, 즉 사업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반면에 남들은 하지 못하는 혼자만 아는 유아독존 같은 노하우 기술이 10이면 10, 100이면 100가지가 생겨나 양식업계를 지배했고, 오늘날까지도 그 여파가 어느 정도 이어지고 있는 것 같지만, 이 또한 기술 개발에 대한 열정의 산물이다.   

실제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지나오면서 우리나라 양식산업은 대량생산과 양식품종의 다변화 그리고 현대화된 양식시설과 유통 등 인프라 구축으로 전성기에 접어들게 됐다.

이 과정에서 많은 성공과 좌절이 뒤따랐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그러한 성공은 오로지 열정과 그 미친 짓으로 남들보다 먼저 뛰어들고, 남들이 하지 않는 기술 도입과 시설 확충 그리고 개척정신으로 부표에 의지한 채 짠 내 나는 바닷물 위에 떠 있는 뗏목에서 오로지 성공을 위해 젊음을 불사른 선배 양식어업인들의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필자를 포함해 그래도 그 시기에는 수산계 학부를 졸업한 수산업의 신출내기라도 그럴싸한 시설에서 넙치, 전복, 새우, 굴 등 양식생물이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는 양식장을 현장학습 등의 기회에 방문하게 되면 부러움과 함께 나도 한번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가 다분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작금의 우리나라 양식산업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못한 것 같다. 김을 제외한 대부분 양식품종의 생산량은 답보 상태이고, 그나마 생산된 양식수산물도 소비 위축과 수입수산물에 의한 피해가 날로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기후변화에 따른 양식환경 악화, 에너지비용 및 사료값 상승뿐만 아니라 필수사항이 되고 있는 탄소중립 생산체제 구축 확대 그리고 종사 기피에 따른 신규 노동력 확보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새로운 열정으로 부모 세대인 양식 1, 2세대를 대신해 양식 3세대 진입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전통적 노동력 기반 양식 생산에서 자동화된 기계에 의한 양식 생산 기반으로 전환을 꾀함과 함께 첨단 스마트 시스템을 구축해 완전 무인생산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하는 요구가 점차 높아지면서 시설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해양수산부와 해당 지자체에서도 정책 지원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부모세대로부터 물려받은 기반이 있는 자를 제외하고는 새롭게 양식업계에 가입하고자 하는 젊은이는 매우 드물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면서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양식산업이 지속 가능한 미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젊고 유능한 젊은이들을 끌어들여 그들이 가지는 새로운 가치를 우리 양식산업에 부여해 젊음과 열정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끊임없이 펼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적 기반 마련뿐만 아니라 누구나 원하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줘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