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명란의 역사를 계승·발전시키는 덕화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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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명란의 역사를 계승·발전시키는 덕화푸드
  • 안현선 기자
  • 승인 2023.01.02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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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명란의 더 깊은 맛을 구현해내겠습니다”

장종수 대표, 대한민국 명장이던 부친 이어 명인에 등극
조선시대에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한국의 맛’ 재현 성공
원물과 맛에 대한 연구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 필요
지속 가능한 수산업 위해 제품포장재 친환경 소재로 변경

 

부산의 대표적인 명란 제조 전문 기업 덕화푸드의 장종수 대표가 수산 제조 기술 분야 최고 자리인 ‘수산식품명인’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아버지 고(故) 장석준 씨가 2011년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된 이후 10여 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해양수산부는 국내 전통수산식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이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지난 1999년부터 전통 방식의 수산물 제조·가공·조리 기능을 보유한 사람을 대한민국 수산식품명인으로 지정해왔다. 

장 대표는 조선시대 선조들이 먹었던 한국식 명란 제조법을 연구해 ‘조선명란’이라는 제품을 개발해냈고, 우리만의 고유 기법을 적용했다는 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장 대표는 “아버님에게 기술을 전수받아 제품을 함께 연구하고 개발해 조선명란이라는 제품을 만들게 됐다”며 “한국만의 전통 기술을 계승하고 보존하는 데 주력했기에 명인으로 선정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선명란’ 복원에 성공하기까지

1993년 문을 열어 올해 1월 창립 30주년을 맞는 덕화푸드는 오로지 ‘명란’ 한 가지 품목만을 취급한다. 목표도 단순하다. “명란을 잘 만들자.” 그래서인지 장 대표의 갈 길도 뚜렷하다.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했기에 돈 되는 사업을 찾아 이것저것 구상해볼 법도 하지만, 그는 한눈 팔지 않는다. 오로지 명란 한 가지 품목에만 몰두하고 있다.

장 대표가 최근 가장 애정을 쏟고 있는 제품은 ‘조선명란’이다. 그를 명인으로 만들어줬기 때문만은 아니다. 조선명란이 가지는 고유한 역사 때문이다.

세계에서 명태와 관련된 가장 빠른 기록은 조선시대에 작성된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이고, 명란젓에 대한 세계 최초의 기록은 같은 시대 <승정원일기(1652년)>에 기록돼 있다. 이 밖에도 <교린수지(1700년대)>, <난호어목지(1820년)>, <동학농민혁명자료총서-완문(1894년)> 등에도 명태와 명란에 대한 기록이 자세히 수록돼 있다.

역사적 자료를 토대로 보면 한반도에서 개발된 명란은 소금과 고춧가루만 넣어서 발효시켜 만든 젓갈이었다. 그러나 한반도의 전쟁과 분단으로 전통 명란에 대한 관심은 잊혀져갔다.

반면 일본에선 설탕과 가쓰오부시, 맛술 등을 넣은 절임·숙성 방식의 일본식 저염명란(가라시멘타이코)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이 기술은 한국에도 전수돼 명란시장을 점유하기 시작했다.

발상의 전환에 나선 건 덕화푸드였다. 2010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400회 이상의 테스트를 거쳐 한반도에서 출발된 삭힘·발효 방식의 전통 명란을 복원해내는 데 성공했다.

조선명란은 고춧가루, 마늘, 소금 세 가지 재료만 넣고 15~20일간 숙성시켜 만들어낸다. 조선명란은 뒷맛이 ‘엄지 척’이다. 저염명란은 뒷맛이 달큰하지만 조선명란은 깔끔하기 그지없다.

장 대표는 “조선명란을 개발하면서 덕화푸드는 전통 명란과 한국식 저염명란, 일본식 저염명란 제조법까지 명란에 관한 모든 제조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며 “염도를 낮추면서도 조선명란 맛의 깊이를 더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 진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식품의 기본이 되는 연구 지원해줘야

맛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하다. 대기업의 연구개발비는 풍족한 반면에 중소기업은 언제나 그 반대다. 

“수산업은 기본적으로 영세하다. 영세한 이유는 업의 특성 자체가 사람의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사람의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은 기술화하기 어렵다는 것인데, 정부에서는 이와 관련된 연구개발사업은 인정하지 않는다.”

수산식품기업 운영의 애로점에 대해 장 대표는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연구개발사업을 꼽았다. 정부와 지자체는 국비 등의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푸드테크 등 획기적인 사업을 원하는데 실제로는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가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작은 수산식품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원물에 대한 기술 개발과 미세한 맛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똑같은 시장에 대기업이 침투하더라도 작은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환경을 생각하는 소신도 뚜렷했다. 지속 가능한 수산업에 무엇보다 진심이라는 것은 국내 명란업계에서 유일하게 MSC 인증과 MSC-CoC 인증을 획득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더욱이 최근엔 명란 제품 포장재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겉 포장재는 종이로, 속 포장재는 썩는 비닐로 만들어 쓰레기를 최소화한다는 게 장 대표의 계획이다.

그는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은 어느 기업 한 곳의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덕화푸드를 색깔이 뚜렷한 기업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면서 “명란산업에 역사와 문화를 결합한 스토리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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