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임인년 한 해를 보내며
상태바
다사다난했던 임인년 한 해를 보내며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2.12.26 0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壬寅年)이 저물어간다.
호랑이는 민담에서 웃음과 교훈의 대상으로 비춰지기도 하고 절대적 권위를 가진 존재이거나 극한의 상황을 상징하기도 한다. ‘호랑이와 곶감’에서는 어리석고 우스운 존재,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은 극한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3년 차를 맞으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일상 회복에 속도가 붙고, 팬데믹을 이겨내고 조금씩 일상으로 되돌아가면서 희망이 비치는 듯했다.

하지만 희망과 기대를 안고 출발한 임인년은 어둡고 긴 터널 같은 극한의 상황이 이어진 듯하다. 이빨을 드러낸 호랑이를 정면에서 만난 듯한 극한 상황으로까지 표현되기도 했다. 다사다난이라는 말과 함께 아쉬움도 더 큰 한 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소야대 정국으로 국론 분열이 심화돼 국민 여론이 분열되고, 이태원 참사를 겪기도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고 수출은 적자 폭이 늘어나는 등 경제는 침체를 면치 못했다.

국제적으로도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엄청난 변화들이 휘몰아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공급망이 끊겨 곡물을 비롯한 천연가스 등 자원 부족이 심화됐으며, 미국의 빅스텝에 이은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으로 세계적인 물가 상승이 이어졌다. 세계 경제가 극심한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한국도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다.

수산업계도 굵직굵직한 사건들로 몸살을 앓은 한 해였다. 하지만 수산업계를 향해 밀려오는 현안들은 수산업은 물론 어촌사회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역대급 현안이어서 미래 전망이 더욱 암울한 실정이다.

수산업계는 물론 어촌사회에서도 지속적인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해상풍력발전은 국회에서 특별법까지 추진해 위기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는 어업인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풍력발전보급촉진특별법 상정을 추진했으며 야당은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어업인과 어촌사회는 생사가 달린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의견이 반영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전을 살리기 위해 요금을 대폭 인상한 전기료 문제 역시 수산업계의 미래 발전이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한전의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그동안 혜택을 누렸다는 1차 산업이 표적이 돼 4월과 10월 두 차례 전기요금이 인상됨에 따라 어업인들의 부담이 갑자기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제주도내 12개 수산 관련단체를 선두로 전국 수산 관련업계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는 실정이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과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는 수산업계의 미래와 희망을 결정지을 수 있는 큰 파도다. 수산업계뿐만 아니라 농축산업계까지 나서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궐기대회, 규탄대회 등을 통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의 철회 방침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가 승인한 원전 오염수 배출은 국내 수산업은 물론 수산물과 소비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국내 수산업과 어촌이 초토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올까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을 순회하며 진행된 어업 정책의 핵심인 총허용어획량(TAC) 정책에 대한 현장토론회에서는 232건의 제안이 쏟아졌다. TAC 참여업종에 대한 금어기·금지체장 적용 완화, 실효성 낮은 금어기·금지체장 규정 완화·조정, TAC 제도 운영 개선, 수산자원 관리기반 조성, 자원관리에 참여하는 어업인 지원 강화 등 현재 추진 중인 수산자원정책의 개선이나 수정을 바라는 요구들이었다.

전국 대학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교수신문이 올 한 해 한국 사회를 표현한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 과이불개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는 뜻이다.

장관의 특별지시에 의해 실시된 현장 토론회에서 제시된 권고안이 정책에 반영될지 지켜볼 일이다. 어업인과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도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과이불개가 이어진다면 산업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임인년 한 해를 되돌아보면 호랑이를 눈앞에서 마주한 극한의 상황이 이어진 느낌이다. 2023년 연말에는 잘못된 일을 제대로 고쳐 밝고 희망찬 사자성어가 선정되길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