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산사 2
작심이나 한 듯
어젯밤에도 이른 아침에도
쉴 새 없이
애꿎은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지저귀던 산새 소리 그쳐도
계곡물 흐르는 맑은소리만으로도
산이 내려주신
평온함이 물씬 느껴져서 좋다
화사한 들꽃들 고개 떨구어도
안개비 자욱한 수묵화 풍경만으로도
산사에서 배어나는
고요함이 짙게 깔려 있어 좋다
오늘같이 비 님 오신 날
요사채 툇마루에 앉아
주지 스님 건네주신 차 한 잔에
이런저런 말씀 듣고 있을 지면
우러나는 진한 차향만큼이나
걸쭉한 삶의 무게 묻어나온다
「용인 운학산 관음사에서」
시인 이승룡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2018년 계간 <서울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現 수협중앙회 준법감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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