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의문 제기된 어선 감척사업 재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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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의문 제기된 어선 감척사업 재고해야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2.12.1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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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4년부터 2021년까지 28년간 1조9000억 원이 투입된 연근해어선 감척사업이 도마에 올랐다.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전면적인 재조정이 권고되고 있다.

국내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처음으로 100만 톤 이하로 떨어진 지난 2019년 정부와 수산업계는 수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16년 사상 처음으로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91만 톤대를 기록하고, 2019년부터 3년 연속 생산량 100만 톤 이하를 기록하면서 수산자원의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정부의 정책도 자원관리에 기반을 둔 적극적인 관리 형태로 전환됐다. 특히 국내 연근해 수산자원량을 과학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획량을 배정하는 총허용어획량(TAC) 제도를 도입하면서 어획량을 제한하기 위한 감척사업에도 적극 나섰다. 하지만 장기간 사업 추진에도 자원량은 회복되지 않고 자원의 감소 추세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연근해어업의 구조개선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연근해어선 감척사업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연근해어선 감척사업이 수산자원의 회복과 어업소득 향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약 2조 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2020년 기준 국내 연근해어선 총 3만9884척의 약 52%에 해당하는 2만1000여 척의 연근해어선을 감척했음에도 1990년 자원량은 382만 톤이었으나 최초 감척사업이 시작된 1994년 376만 톤에서 2003년 296만 톤으로 감소했다. 생산량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어선을 크게 줄였음에도 수산자원과 어업인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것은 정책 추진의 방향성이 맞지 않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추진할 ‘제2차 연근해어업 구조개선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2022년 수산자원량 400만 톤, 연근해어업 생산량 110만 톤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다. 우선 감척사업의 실적을 높이려면 어업인들이 감척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출구전략을 마련해줘야 한다. 배를 없앤 후 바다를 떠날 수 있도록, 혹은 감척 이후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적정한 보상과 지원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난 11월 충남 보령, 부산, 전남 목포, 제주, 경북 포항 등 5개 지역에서 열린 수산자원 정책 혁신 현장발굴단 토론회에서 단골 요구사항이 현실 가격에 맞는 감척사업이었다.

지난 2013년 정부가 직권감척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시행했음에도 어업인들의 반발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목숨과도 같은 어선을 없애는 반대 급부가 최소한의 생계 유지도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는 것이다.

장기간의 감척사업에도 불구하고 수산 자원량이 회복되지 않는 이유는 상관관계가 적거나 수산자원 평가에 대한 신뢰성의 문제일 것이다. 어획량 배정이나 금어기, 금지체장 등 어업정책의 핵심인 TAC와 감척사업 정책이 어업 현장과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매년 막대한 예산이 책정된 어선 감척사업이 실수요자인 어업인들은 물론 국회등의 정치권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업이라면 어업 허가에서부터 어장, 어업기술, 감척 등 연근해 어업 혁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우선해야 할 사항이 연근해 자원량과 생산량 감소의 주요 요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일이다. 지역별, 어종별 수산자원의 변동은 물론 산란·서식환경, 기후변화에 따른 자원 변동도 규명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적정 어획 강도를 결정해야 한다. 어업인들이 TAC를 신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과학적인 조사와 분석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TAC 제도에 대한 신뢰성부터 회복해야 한다. 지난 10월 경남 마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정어리 대량 폐사는 산소 부족 탓이라는 정부의 발표를 수긍하는 이가 많지 않다. 부산과 마산 등 남해 연안까지 정어리가 몰려온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동해안에서 자취를 감춘 명태가 왜 돌아오지 못하는지, 특산어종인 오징어 어획량이 왜 매년 들쭉날쭉한지, 남획이 원인인지, 기후변화가 원인인지를 밝혀야 한다. 매립이나 어장 오염에 따른 산란장 및 회유경로 파괴가 원인인지도 과학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특히 회유성 어종에 대해서는 주변국인 일본이나 중국 등과의 자원량 변동에 관한 공동관리도 필요하다. 과잉어획이 문제라면 어선 감척은 물론 어장이나 어업기술, 어선 마력수 등의 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바다 환경 변화가 원인이라면 어선 감척은 추진 강도를 줄여도 무방하다.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어선 감척사업은 수산자원 정책의 혁신 과제에 담아 전면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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