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비어업인들의 무분별한 해루질, 이제는 ‘선(線)’을 지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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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비어업인들의 무분별한 해루질, 이제는 ‘선(線)’을 지킵시다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2.12.1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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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근 수협중앙회 대표이사
홍진근 수협중앙회 대표이사

‘선(線)’은 물체와 물체를 경계 짓는 부분이라는 물리적 의미도 있으나, 다른 것과 구별되는 일정한 한계나 그 한계를 나타내는 기준의 심리적 정도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중용(中庸)’은 동·서양 철학을 아우르는 핵심이 되는 단어 중의 하나이다. 동양에서는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도리에 맞는 것이 ‘중(中)’이며, 평상적이고 불변적인 것이 ‘용(庸)’이라고 한다.

서양에서도 이성으로 욕망을 통제하고 지견에 의해 과대와 과소가 아닌 올바른 중간을 정하는 것을 중용이라 했다. 간략히 말하면 양 극단 사이의 조화를 의미하며, 이 조화의 지점에서 참다운 ‘선(善)’이 이뤄진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마을어장을 중심으로 생활 터전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많은 어촌지역의 어업인들이 비어업인들의 무분별한 해루질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이들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마을어장과 양식장까지 침범해 갓 살포한 치패부터 산란기에 접어든 어류, 패류까지 무분별하게 수산자원을 포획·채취함으로써 해양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다.

우리 어촌사회에서는 지선어장에 대해 수산업법상의 어업제도가 창설(創設)되기 이전부터 오랫동안 우리 바다, 우리 어장이라는 개념이 뿌리 깊게 지배해왔다. 외지인이나 인접 지역 사람들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았으며, 다른 지역 사람들 역시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2017년 ‘수중레저활동의 안전 및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 제정·시행 이후 수중레저활동을 즐기는 레저객들이 증가하면서 바다는 국민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공유재라며 어업인들이 수십 년 동안 관리해온 마을어장과 양식장의 ‘선’을 넘고 있다.

물론 바다가 국민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공공재(公共財)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마을어장에는 오랜 세월 동안 국가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아 자본과 노력을 투여해 생업으로 삼아온 어업인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비어업인들은 레저활동에 따른 행복추구권을 주장하기 이전에 생존권과 직결된 어업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어업인과 비어업인 간의 해루질로 일어나는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명확한 법률 개정이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현재의 ‘수산자원관리법’상 비어업인의 수산자원 포획·채취는 손, 투망, 외줄낚시 등 법령에 명시된 도구 이외의 것을 사용하거나 잠수용 스쿠버장비를 이용할 경우에만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법령상 금지되지 않은 스킨스쿠버 장비를 이용한다거나 포획·채취 금지 기간, 무게, 길이 등을 위반하지만 않으면 제한 없이 해루질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수산자원관리법’ 일부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가 이뤄져야 한다. 비어업인들의 수산자원 포획·채취방법, 어구, 시기, 지역, 채취 수량 등 제한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지자체의 조례를 통해 그 제한 규정을 달리 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현재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비어업인들의 해루질 행위를 단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어업인들이 해루질로 포획·채취한 수산자원에 대해서는 판매행위를 제한함으로써 전문적, 상업적으로 변질되고 있는 해루질도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레저활동의 증가로 바다와 어촌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그에 편승해 각 방송사에서도 어촌과 섬 생활 등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우후죽순처럼 방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어촌은 수산자원 고갈과 어획량 감소,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으로 지역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에는 비어업인들이 해루질과 낚시 행위로 어업인과 경쟁적으로 수산자원을 포획·채취하고 있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따라서 비어업인들은 우리 어촌의 존속과 수산자원의 보호를 위해 그들이 지켜야 할 ‘선’을 준수해 취미, 오락, 체육, 교육 등 수중레저법의 고유 목적 범위 내에서만 활동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국회는 어업인과 비어업인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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