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룡 시인의 ‘어느 날 걸망을 메고’ - 산사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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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룡 시인의 ‘어느 날 걸망을 메고’ - 산사의 봄
  • 이승룡
  • 승인 2022.12.0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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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봄

얼음 속 백년폭포
겨울잠 든 바윗돌 깨우며
흐르는 계곡물 속에서
그렇게 소리 없이 봄이 오나 봅니다

절 마당 한 쪽 새끼 누렁이
젖을 문 채 슬며시 눈을 뜨듯
솜털 송송 버들개지 꽃망울
햇살 품어 수줍게 고개 내밀 때
그렇게 조용히 봄이 오나 봅니다

그칠 줄 모르는 노승의 독경 소리
이내 따분해진 동자승
졸린 눈 비비며 기지개 켜는
앳된 모습에서도

앙상한 나뭇가지 끝
겨울을 이겨낸 잎새 너머
누군가의 염원 담은 돌탑에도
그렇게 기다렸던 봄이 오나 봅니다


「가평 운악산 현등사에서」


시인 이승룡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2018년 계간 <서울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現 수협중앙회 준법감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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