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C, 어업인을 위한 수산자원정책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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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C, 어업인을 위한 수산자원정책 돼야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2.11.0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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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자원 관리정책에 대한 어업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수산자원 정책혁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출범한 ‘수산자원 정책혁신 현장발굴단’의 권역별 토론회가 진행되면서 여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10일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모든 것을 바꿀 수도 있다는 혁신을 내세우며 수산정책의 핵심인 TAC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천명했다.

어업인 참여 중심으로 금어기, 금지체장, 총허용어획량(TAC) 제도 등 수산자원 관리 정책을 개선한다는 목표를 두고 어업인, 학계 전문가, 시민단체, 연구기관 등 총 22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현장발굴단을 출범시키고 현장을 직접 찾아가 의견을 수렴하는 것 역시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그동안 TAC 제도는 현재 해양수산부 내 수산정책의 핵심이다. 해양수산부는 연근해 수산자원 관리 강화를 위해 TAC 기반 어업규제 완화 시범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경영안정자금 지원 확대로 업계 수용성을 제고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대상 어종과 업종을 확대해 15개 어종(+갈치·참조기·삼치), 17개 업종(+근해안강망 등)이 TAC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참여 확대 유도를 위해 정책자금과 직불금 제도를 시행하고 폐업지원금 확대를 통한 감척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연근해 자원 관리와 어업인의 안정적 생산활동 보장이라는 목표와는 달리 실제 현장에서의 운용은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TAC에 참여하지 않은 업종이나 어업인이 오히려 이익을 본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현장발굴단에 위촉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수산자원 관리정책을 원점에서 바라보고 정부가 지향해야 할 정책 방향을 제시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안된 의견이나 건의사항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를 거친 후 어업인이 참여하는 현장 중심의 자원관리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수산자원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지난달 26일 충남 보령, 2일 부산에서 개최된 현장발굴단 토론회에서는 TAC 자체를 전면 부정하거나 가장 강력한 규제라며 철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제도 개선보다는 제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높은 것은 정책과 현장의 괴리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두 차례의 현장 토론회에서는 막무가내식 회의 진행 방해 행위나 지역·업종 이기주의를 위한 요구는 거의 없었으나 TAC에 대한 불편함과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했다. 어업인들의 불만과 불평 원인은 TAC 제도 운영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마산만 정어리 대량 폐사는 산소 부족에 의한 질식이라는 수산과학원의 공식적인 연구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멸치를 어획하는 업종에서 혼획을 피하기 위해 바다에 버렸다는 소문이 아직도 떠돌고 있다. TAC 규제를 피하고 범법자가 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지만 수산자원에 대한 정부 정책의 신뢰성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다.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부족하다면 정책 참여도 부진할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어획량과 차이가 많은 TAC 할당량, 어구·어법상 부수어획을 피할 수 없는 업종에 대한 규제, 어업 현장과 맞지 않는 금어기나 어획 금지체장, 정부 보유 통계의 부정확성, 변화하는 생태환경에 따른 어획량 재배정 미비 등이 가장 많이 거론되는 내용들이다.

이것이 TAC 제도가 규제의 원흉으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가 운영·관리의 문제라고 외쳐도 현장 어업인들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편의주의 또는 생산활동을 방해하는 심각한 규제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TAC 제도 운영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종별·지역 간 이해관계를 개선하고 당사 자 간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TAC 운영 확대 및 정착을 위한 선결 과제다. 혼획 허용, 금어기 설정, 어획 금지체장 및 포획 금지 대상 어종, 할당량 조정 등은 해당 업종이나 지역별로 첨예하게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참여 업종에 대한 역차별과 업종 간, 지역 간 갈등과 분쟁의 원인이기도 하다. 국내 어업인 간의 갈등을 정부가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을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며 의견 수렴에 나선 것은 환영받을 일이다. 현장발굴단 단장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동안의 문제를 개선한다면 정책 수요자들의 참여 확대는 자연스럽게 달성되며 어업인들을 위한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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