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만 정어리 폐사, 산소 결핍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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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만 정어리 폐사, 산소 결핍 때문인가?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2.10.2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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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산과학원이 마산만 정어리 집단 폐사 원인을 산소 부족으로 나타난 질식으로 발표하면서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수산과학원은 지난달 30일부터 경남 마산만 내 정어리 대량 폐사 원인을 산소 부족에 의한 질식사로 결론냈다.

조사 결과 산소 부족 물덩어리가 발생한 점, 산소 부족으로 폐사할 때 특이증상인 입을 벌린 폐사체가 다수 발견된 점, 집단 폐사를 일으킬 만한 전염병원체나 유해적조생물 및 유해물질 등이 검출되지 않은 점 등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산과학원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조사 결과를 부정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 수산 전문 연구기관의 과학적인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폐사 원인에 대해서도 엇갈린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멸치잡이 어업인들이 혼획을 피하기 위해 어획물을 바다에 폐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산과학원은 조사 결과를 뒷받침하고 일부에서 제기하는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답을 내놔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정어리 떼가 내만으로 몰려든 이유를 밝혀야 한다.

마산만 정어리 집단 폐사 이후 부산 광안리와 기장, 해운대 해변에서도 정어리 떼가 해안가와 백사장으로 몰려든 것이 목격됐다. 경이로운 자연의 현상이라고 해도 반드시 원인이 있을 것이다.

백사장 바로 앞까지 정어리 떼가 몰려왔다면 이유와 원인이 있을 것이다. 먹이를 찾아 왔거나, 위험 요인을 피하기 위해 이동했을 것이다.

특히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정어리가 우리 연안에 대량으로 몰려왔다면 수산자원의 대량 변화도 추측할 수 있다. 정어리가 대량 번식할 수 있는 바다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면 이용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수산과학원은 이번 조사 이후 정어리의 가을철 대량 유입과 집단 폐사는 이례적인 현상이라면서 수산생물의 대량 폐사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어장환경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온 상승의 영향에서부터 연안 플랑크톤 변화, 용존산소량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수산자원에 대한 변화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또 한 가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조사 결과를 수긍하지 못하는 이들의 궁금증과 주장에 대해 과학적인 답을 제시해야 한다.

수산과학원은 정어리 집단 폐사는 산소 부족에 따른 질식 때문으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무리를 지어 유영하는 생물이 어떻게 산소가 부족한 지역으로 스스로 몰려들어갔냐는 점이다. 이동이 가능한 생물은 환경이 악화되면 스스로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는 게 상식이다. 정어리가 스스로 죽음의 길로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정어리 집단 폐사에도 불구하고 주변 연안의 정착성 생물이나 어류, 가두리양식장의 사육 중인 어류는 전혀 폐사가 발생하지 않았다. 대량 폐사를 일으킬 수 있는 병원체가 발견되지 않았고, 폐사 개체 근육을 조사한 결과 중금속 등에도 오염되지 않았으며, 내만에서 폐사가 일어나 외만에서의 유입이 아닌 것은 조사 결과 밝혀졌다.

하지만 산소 부족 물덩어리가 폐사 개체가 발견된 지역에서 조사된 것만으로 집단 폐사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바다 환경이 변하고 서식 생물도 변화하고 있다. 동해안의 대표어종인 오징어가 남·서해안에서 지속적으로 어획되고 있으며, 동해안 어선들의 서해안 이동은 일상화되고 있다.

열대성 어류들이 울릉도와 독도 연안에서 자리를 넓혀가는 것도 확인되고 있다. 우리 연안에서 서식하지 않았던 해양생물이 출현하는 일도 더욱 잦아지고 있다.

국내 잡는 어업은 자원관리를 기반으로 하는 총허용어획량(TAC) 제도가 기본 골격이다. 어업별, 지역별 수산자원량이 과학적으로 검증돼야 추진할 수 있는 제도다. 정확하면서도 과학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산출된 자원량이 TAC의 신뢰성을 높여줄 수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 현상에 따라 서식환경이 바뀌고 어종 등 생물상도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자원량을 조사하고 관리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가을철 대량 유입과 집단 폐사는 이례적인 현상이라면서 쉽게 넘겨서는 안 된다. 이례적인 현상까지도 파악하고 분석·연구해야 한다.

만약 떼로 몰려든 정어리가 폐사되지 않았다면 예년과 다른 획기적인 어획량을 기록했을 수도 있다. 고등어, 갈치, 조기, 오징어 등 대중성 어종의 대량 출현이나 집단 폐사가 순식간에 우리 눈앞에 펼쳐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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