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노르웨이 수산업 현장을 가다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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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노르웨이 수산업 현장을 가다③
  • 안현선 기자
  • 승인 2022.10.2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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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반한 노르웨이 연어 이래서 특별하다

 

수만 년 전 북극의 빙하가 대지를 깎고 지나가며 노르웨이의 피오르(fjord)가 탄생했고, 지금의 그곳 차고 맑은 바다에선 대서양연어가 키워지고 있다.

노르웨이는 1970년대부터 연어 양식을 가장 먼저 시작한 나라다. 피오르 해안이 양식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했고, 노르웨이 정부와 기업들이 첨단 기술과 장비를 개발하고 동원해 ‘연어대국’의 길을 열었다. 

1개 가두리에 최대 20만 마리로 제한

잔잔한 피오르 해안을 2시간여 달려 도착한 연어 양식장. 보트가 속도를 점점 늦추자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원형 모양의 양식장이 눈에 들어왔다.

오른쪽 두 번째 손가락을 들어 빠른 손놀림으로 세어본 가두리는 10개. 보트가 양식장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수면 위로 은백색 몸을 가진 연어가 윤슬과 함께 펄떡 뛰어올랐다. 

이곳은 노르웨이에서 5개의 연어 해상가두리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 홉세츠(Hofseth)가 소유한 양식장 중 하나로 서부 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자국 내 기업 중 연어 생산량으로는 상위권이 아니나, 유럽에서 연어 가공산업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회사다.

10개 가두리에는 크기별로 구분된 연어가 자라고 있었다.

단, 홉세츠는 노르웨이 정부의 방침에 따라 연어가 밀집돼 사육되지 않도록 가두리를 해수 97.5%, 연어 2.5%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1개 가두리에 넣을 수 있는 연어 수도 최대 20만 마리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양식장 운영은 모두 기계가 한다. 10개의 가두리를 운영하는 주요 시설은 선상 사무실과 양식장을 관리하는 배 등이 전부다. 양식장에서는 하루에 여러 번 연어에게 먹이를 주고 수중카메라로 물고기의 식욕을 모니터링한다. 사료는 사료 바지선 저장고(사일로)에 저장되고, 사료 공급 시스템을 사용해 각 가두리에 분배한다. 

연어는 약 70%의 식물성 원료와 30%의 해양성 원료로 구성된 배합사료를 먹고 자란다.

식물성 원료에는 콩, 곤충, 우드칩 등의 대체 단백질 성분이 활용되고 있으며, 해양성 원료에는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자연산 어류 부산물을 갈아서 영양가 있는 어유와 어분으로 만들어 사료에 넣는다. 이를테면 고등어와 연어를 필렛으로 만들고 남는 부산물도 이에 해당된다.

양식장 운영 기술자는 매일 시설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때로는 잠수부 또는 소형 잠수함을 사용해 가두리 최대 수심인 40m 깊이까지 검사한다.

또 양식업자는 연어에 기생하는 기생충인 ‘바다이(Sea Lice)’ 수준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노르웨이 식품안전청에 보고해야 한다. 만약 정해진 한도를 초과했다면 바다이를 없애는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홉세츠 관계자는 “해수에 있던 연어를 민물에 3시간가량 담가 놓으면 바다이가 다 빠져 나간다”면서 “바다이를 제거한 후에 다시 양식하기 때문에 약품을 쓸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홉세츠는 한 세대의 연어를 양식한 뒤엔 최소 3개월 동안 해당 장소를 폐쇄해 바닷속 환경이 다시 정화되도록 한다. 

정부와 민간이 합작해 이뤄낸 ‘성공기’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은 첫 시작부터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자연산 연어와 같이 민물에서 수정시킨 수천 개의 알이 폴리스틸렌 상자에 담겨 부화장에 도착하면, 육지의 인큐베이터 트레이에서 어린 연어가 태어난다.

수정한 지 80일가량 지나 알이 부화하면 어린 연어는 자신의 배에 달린 난황낭을 먹고 자라다가, 이를 다 먹으면 배합사료를 먹고, 성장하면 단계별로 더 큰 수조로 옮겨진다.

이 과정에서 양식장 직원들은 연어 성장 크기에 맞춰 수류, 산소, 수소이온농도(pH) 등을 조정해 최적의 사육 환경을 조성한다. 

연어 무게가 25~30g에 이르면 분당 700마리까지 접종할 수 있는 기계로 백신을 놓는다. 홉세츠 관계자는 “효과 좋은 백신을 개발함으로써 노르웨이 양식산업에서는 더 이상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담수에서 10~16주 성장한 연어는 바다로 갈 준비를 마친다. 스몰트(바다로 갈 준비가 된 100g 내외의 연어) 사이즈가 되면 바다로 옮기기 전에 아가미 또는 혈액 샘플 분석이 이뤄진다. 이는 담수에서 살던 연어가 해수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이 과정을 거친 12~18개월의 연어는 물탱크가 갖춰진 웰보트(Well boat)라는 운반선을 이용해 바다에 있는 가두리로 이송된다. 그리고 이 연어는 10~24개월 동안 약 4~5kg으로 자라 상품 크기가 되면 가공공장으로 보내진다.

노르웨이에서 연어 가두리 양식장을 운영하려면 여러 공공기관의 허가와 승인이 필요하다. 연어가 깨끗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정부의 정기적이고 엄격한 모니터링을 받는다는 데도 동의해야 한다.

노르웨이 식품안전청, 수산국, 카운티 주지사가 노르웨이의 모든 양식장을 감독하며, 수의사가 정기적으로 양식장을 방문해 연어의 건강검진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양식산업 모델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노르웨이 연어 양식업계에선 육상양식 바람이 일고 있다. 세계적으로 연어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공급은 한정돼 물량이 달리고 있어서다.

특히 노르웨이 정부가 자연환경 보존과 지속 가능한 양식을 위해 해상가두리 양식장 면허를 더 이상 추가로 발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움에 따라 발 빠른 기업 여럿은 이미 육상양식으로 눈을 돌렸다.

다음 호에선 육상에서 길러지고 있는 연어 양식장 방문기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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