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으로 도산 위험 높아진 양식업계
상태바
전기료 인상으로 도산 위험 높아진 양식업계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2.10.17 0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하면서 양식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24시간 전력을 사용해야 하는 광어육상양식장이 지난 1일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비상이 걸렸다. 이달부터 평균 300만∼500만 원의 전기요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전이 모든 소비자 전기요금을 KW당 7.4원으로 동일하게 인상했지만 전기 사용량이 많은 산업용이나 농사용 전기를 사용하는 양식업계의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제주도 수산 관련 7개 단체는 한전의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전기요금 인상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인상이 철회될 때까지 투쟁하기로 했다.

수산업계 중에서도 광어 등 육상 시설양식장들이 투쟁에 나선 것은 전기 사용량이 많은 분야에서 더 큰 경영 압박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모든 업종별 전기요금을 일정 금액으로 일률적으로 인상한 것이 형평성 있게 보일지 모르지만 자세히 분석해 보면 1차 산업에 대한 명백한 속임수 인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전은 매년 늘어나는 적자경영 타개를 위해 지난 10월 1일부터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적자 해소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은 대부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국가 산업의 근간을 이루며 사용량이 많은 분야에서 더 큰 경영 압박을 받게 된 것이 반발 요인이다.

국내 최대 기업으로 전기 사용량이 가장 많은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전기료 납부액이 1조7461억 원이었으나 전기요금 인상으로 연간 최대 2154억 원을 더 부담하게 됐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철강업계나 정유업계, 시멘트업계도 심각한 경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전체 생산비의 30%를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제주 광어양식업계도 요금 인상이 경영 악화나 도산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발전기나 펌프, 산소공급장치, 냉동창고 등 모든 설비에 전기가 사용되고 있다. 24시간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농사용 전기를 사용해도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이 경영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특히 농사용 전기요금은 인상률이 18.6%에 달해 10% 초반에 그친 산업용이나 일반 전기보다 인상률이 커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된다.

생산원가 상승을 판매가격으로 연결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광어양식의 경우 전기료 인상분을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연결할 경우 수입수산물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생산을 중단하거나 줄여야 하지만 생산량 감축이 경영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지만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 때문이다.

최근 국내 대부분의 기업과 산업계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로 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원자재 수급이 어렵고 무역수지도 적자 폭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물가는 치솟고 생산원가는 높아져 기업들의 경영이 악화되고 있지만 기업들의 생산활동을 높이는 정부의 지원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도 한계 상황에 놓인 기업의 경영활동 위축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며 자국 산업 경쟁력 보호를 위한 지원방안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주도 광어양식업계도 치열해진 수입수산물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제주도 양식업계는 불공정한 전기요금 인상을 규탄하며 육상양식업 도산을 부추길 수 있는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을 즉각 철회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제주 광어양식업은 미래 먹거리 공급의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며 정부가 육성·권장한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던 제주도 7개 단체는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국의 수산 관련단체와 어업인은 물론 농업 분야와 연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시위 참여 대상을 확대하고 투쟁 수위도 높여 철회가 될 때까지 지속적인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한계 상황에 직면한 업계의 생산활동이 위축된다면 관련 산업과 전체 국가 경영에도 상당한 위기가 될 수 있다. 산업 보호를 위해 보조금 등의 과감한 지원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

자유무역협정 확대와 수입수산물과의 경쟁, 고물가시대의 소비 유지 등 삼중·사중고에 시달리는 양식업계가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파고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