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노르웨이 수산업 현장을 가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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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노르웨이 수산업 현장을 가다①
  • 안현선 기자
  • 승인 2022.10.11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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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획 후 과정이 노르웨이 고등어 신선도 가르는 ‘한끗’

피시펌프로 어획해 어체 보존하고 -1℃ 해수탱크에 보관·이동
해상에서 온라인 경매 진행한 후 구매자 가공공장으로 바로 전달
어업인이 운영하는 조합서 어획물 판매·쿼터 등 투명하게 관리

 

◇갓 잡은 고등어는 온라인 경매를 거쳐 가공공장으로 바로 옮겨진다.
◇갓 잡은 고등어는 온라인 경매를 거쳐 가공공장으로 바로 옮겨진다.

고등어를 잡는 데 짧으면 1일, 가공공장까지 이동하는 데 빠르면 6시간, 고등어를 손질·포장·보관하는 데 20여 분. 노르웨이에선 바다에서 고등어를 잡아 올려 모든 손질을 끝내고 포장한 다음 박스에 담아 상품을 완성하기까지 최소 하루 반나절을 갓 넘기는 시간이면 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고등어를 팔고 사는 경매 과정이 빠져 있으니 말이다. 갓 잡은 고등어가 어떻게 바로 가공공장으로 옮겨질 수 있는지, 그 출발은 3580톤 어선에서 시작된다. 

3580톤 선망·트롤 겸용 어선으로 고등어 낚아

◇고등어를 잡는 3580톤의 선망·트롤 겸용 어선.
◇고등어를 잡는 3580톤의 선망·트롤 겸용 어선.

“이 배가 고등어를 잡는 어선이라고?” 

노르웨이 올레순의 어느 한적한 바다. 그와 맞닿은 부둣가에 서서 감탄 섞인 한국말을 뱉어냈다. 배의 위용을 보니 어선이 아니다. 마치 먼 바다를 운항하기 위해 지어진 원양어선처럼 생겼다. 스마라그드(Smaragd)라는 이름의 이 배는 2015년에 신조된 3580톤의 선망·트롤 겸용 어선으로 고등어, 청어 등과 같은 부어류를 전문으로 잡는다.

현지시간 오전 10시 30분. 고등어 전문 가공기업 닐스 스페레(Nils Sperre AS) 부둣가에 정박한 어선은 어창에 있는 고등어를 피시펌프를 통해 가공공장으로 반입하고 있었다. 

이 배가 이번 출항에서 잡은 고등어는 200톤가량. 한 번에 최대 1000톤까지 잡아 어선에 실을 수 있으니 어획량이 많은 편에 속하진 않지만, 고등어는 신선함이 생명이기에 빠른 시간 내에 가공공장으로 전달한다는 게 선주의 설명이다. 

노르웨이 고등어 조업은 선도를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물에 들어온 고등어의 어체 손실이 없도록 피시펌프를 사용하고, 끌어 올린 고등어는 바로 어선 내부에 있는 해수탱크에 싣는다. 해수탱크는 가공공장으로 이동할 때까지 물고기를 최상품으로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수 수온은 0℃에서 영하 1℃로 차갑게 유지한다.  

참고로 노르웨이 고등어 조업은 어선 한 척에서 이뤄지며 평균 8명 안팎의 선원으로 구성된다(어선 규모가 클 경우 10명 내외). 대부분 작업 과정은 자동화돼 있고, 조업을 위한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어업인이 소유한 조합에서 온라인 경매 진행

◇온라인 경매를 진행하는 모습.
◇온라인 경매를 진행하는 모습.

그렇다면 어업인들이 잡은 고등어는 어떻게 바로 가공공장으로 옮겨질 수 있을까? 해답은 ‘온라인 경매’에 있다. 노르웨이 고등어는 바다 위에서 온라인 경매로 거래되는데, 어업인과 구매자를 중개하는 역할을 ‘노르웨이고등어수산물판매조합(Norges Sildesalgslag)’이 한다.

1927년 설립된 노르웨이고등어수산물판매조합은 고등어와 같은 부어류를 잡는 노르웨이 어부들이 중심이 돼 만들어졌으며, 현재까지도 어업인들이 소유·운영하고 있다. 

조합은 온라인 경매에 필요한 정보를 어업인으로부터 전달받아 구매자들이 입찰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어획량, 어획물 평균 크기, 배 이름, 어선 위치 등을 올린다. 

조합은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경매는 하루에 다섯 번(오전 7시, 오전 10시, 오후 1시, 오후 6시, 오후 9시) 진행된다. 구매자들은 PC와 스마트폰을 통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으며, 가장 높은 입찰가를 부른 사람에게 낙찰된다. 경매가 끝나면 조합은 어떤 구매자가 낙찰을 받았는지, 얼마에 물건을 샀는지 모든 정보를 공개한다. 

온라인 경매 후 어업인은 구매자 가공공장으로 어선을 이동시켜 피시펌프를 이용해 어획물을 양륙시키고, 조합은 검사원을 공장으로 보내 경매에 올라온 정보와 상품이 맞는지 확인한다.

모든 내용이 정확하면 조합은 구매자에게 계산서를 보낸다. 구매자가 조합에 비용을 지불하면 조합이 어업인에게 돈을 송금한다. 어업인은 경매 후 14일 이내에 대금을 받을 수 있다. 단 구매자가 구입한 고등어의 품질이나 중량이 경매에 올라온 정보와 다를 경우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고, 조합은 이에 대한 중재 기능을 수행한다. 또 조합은 구매자를 대표하는 단체와 만나 사전에 최저가격이나 판매 조건을 협의한다. 

조합은 이러한 일련의 역할을 수행하고 온라인 경매 거래에 대한 수수료로 어업인에게 0.55%(가공되지 않은 원물을 대량으로 혹은 냉장 상태·얼음과 함께 배송) 또는 0.35%(자체 제작 상품 배송)를 부과한다. 

조합의 세일즈 디렉터인 크누트 토르그네스(Knut Torgnes)는 “온라인 경매는 지난 1993년부터 시작됐는데 생선을 팔 곳이 없던 어업인들이 유통 비용을 줄이고 어가를 많이 쳐줄 수 있는 구매자를 찾기 위해 만들어졌다”면서 “첫 시작은 네덜란드 화훼 온라인 경매를 카피해 이들 업체가 프로그램을 만들고 유지·보수해줬으나, 2020년부터는 직접 하고 있다”고 말했다.

TAC 관리도 직접… 정보 바로 업데이트

조합은 어획물 판매뿐만 아니라 총허용어획량(TAC) 관리도 하고 있다. 노르웨이 고등어 쿼터는 북동대서양 국가들이 해양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해 만든 국제해양개발위원회(ICES) 자료를 토대로 해마다 각국이 어획량을 합의하면 정부는 어선들에 쿼터를 배분한다.

특히 부어류의 경우 조합이 판매를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어선이 쿼터를 넘긴 게 발견되면 넘긴 양만큼을 조합이 가져가며, 어업인은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도록 돼 있다. 이는 조합을 통해서만 판매가 이뤄지기에 가능한 시스템이다. 

크누트 토르그네스는 “모든 거래가 끝나면 서류들이 관련 공공기관에 보내져 통계를 만들 때 쓰이고 어획 동향과 가격, 남은 쿼터량도 바로 업데이트돼 어업인들이 조업을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다”면서 “즉각적인 정보를 관계자들에게 제공해 모두가 시스템을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노르웨이 어선들은 냉각해수(RSW)시스템과 연료 효율성, 물고기가 어디에 있는지 추적하는 기술 등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특히 어획한 물고기를 구매자 가공공장까지 최상의 품질로 운반하는 데 가장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다.

어획할 때부터 선도 관리에 중점을 둔 고등어는 가공공장으로 옮겨진 뒤 어떻게 손질돼 우리 식탁에 오를까. 이 이야기는 다음 호 신문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본지는 안현선 기자가 노르웨이 수산부 산하 마케팅 기관인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SC)가 기획한 팸 트립에 초청받아 4박 5일간의 일정으로 노르웨이 올레순 지역을 중심으로 수산업 현장을 취재한 내용을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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