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봉합된 수협중앙회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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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봉합된 수협중앙회 사태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2.10.0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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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결단이 날 것처럼 날선 공방을 주고 받던 수협중앙회 회장과 지도경제대표가 전쟁을 잠정 중단했다.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내외의 중재와 절충 의견이 받아들여져 대표이사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가 잠정 연기됐다. 

기관의 수장들이 싸우는 볼썽 사나운 모습이 일단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단 조직은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조합장비상임이사협의회의 중재를 받아들여 지도경제대표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중재안은 ‘수협중앙회장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에 지도경제대표도 같이 임기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일선 조합장들에게 서신을 보내 의견을 밝히고 사실상 본인의 의견을 접었다.

각종 수산 현안을 해결해야 하고 사업에 대한 감사를 받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에서 불신과 이전투구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조직 재정비와 운영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하지만 임시 봉합 수준의 수협중앙회 사태는 조직은 물론 회장과 대표이사 모두에게 상처만 남겼으며, 재발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데 씁쓸함이 더해진다. 특히 해상풍력, 강제상장제, 외국인 인력, 어촌 소멸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수협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함에도 수장들의 볼썽 사나운 모습을 보는 수산업계와 어업인들의 실망감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조직의 대표성을 가진 회장과 조직의 운영을 책임진 대표의 극한 대립과 갈등은 생산자대표 단체로서의 수협의 위상에 큰 상처를 남겼으며 조직원 간의 분열도 촉발시켰다.

조합장들의 의견도 나눠져 분열됐다는 점이다. 해임건의안을 작성할 당시 조합장 91명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60여 명이 해임건의안에 서명해 임시총회 소집요건은 갖췄지만 해임안이 통과될지는 모를 일이었다. 이후 임 회장은 노량진 개발사업을 차기 회장에게 넘기겠다는 입장문을 내면서 한발 물러섰다.

문제는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회장과 대표이사 간의 의견 충돌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갈등의 빌미가 된 노량진 개발사업 불씨가 꺼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임 회장이 지도경제대표이사 해임이라는 초강수를 빼들었던 당시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대표의 개인 업무 능력이나 업무에 임하는 자세, 심지어 불법, 편법 등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아 대표이사를 막다른 곳으로 몰아세웠다. 

또한 수협의 목적이나 지도사업의 취지에 대한 몰지각으로 조합과 어업인의 건의, 각종 지원 요청을 무시하고 예산 지원에도 매우 인색하다며 몰아붙였다. 본인의 의사가 두 번이나 반영된 대표의 능력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까지 보인 것이다.

노량진 개발이라는 조직의 미래 사업보다는 개인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밟으며 벼랑끝으로 내몰기도 했다. 대표 역시 내가 뭘 잘못했느냐며 막장 드라마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다. 수협의 위상을 최고 책임자 스스로 바닥으로 내동댕이친 것이다.

따라서 임시 봉합된 사태가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불안한 상태가 지속되면 약속이나 합의 내용이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협 사태는 언제든 재발화할 수 있는 불씨를 품고 있다.

회장은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조합장들에게 사과하며 협조를 당부했다. 대표이사 또한 회장의 임기 만료에 맞춰 사표를 내며 새로운 대표를 선출해 수협을 운영하는 것에 수긍한다는 입장만을 밝혔다.

임기가 만료되는 날까지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조직의 미래를 위해 헌신·노력하겠다는 다짐이나 약속은 없다. 상호 신뢰하에 의견의 접근을 본 것이 아니라 현재의 위치를 보전하기 위해 마지못해 뒤로 한발씩 물러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기 회장이나 대표이사가 선출된다고 하더라도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회장과 대표의 생각만을 고집한다면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을 수 없다. 공적자금 상환이라는 숙원사업을 완성한 수협은 이제 수협법 개정부터 국정감사, 중앙회장 선거, 전국조합장 동시선거를 숨가쁘게 치러야 한다.

회장은 조직을 대표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지도경제대표이사는 조직의 운영과 관리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말 꼬리를 잡고 서로를 비난하거나 갈등을 심화시키는 행위를 극도로 자제해야 한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현안을 해소하는 데 협력하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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