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물 보기와 수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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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물 보기와 수산업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2.10.0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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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백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장 
허영백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장 

어촌의 아침은 분주하다. 해뜨기 전 이른 아침인데도 오가는 사람이 꽤 많다. “어디 다녀오세요?”라고 아는 체라도 하면 “물 보고 오지”라고 하면서 퉁명스럽게 “오늘 물이 별로네”라고 말을 흐린다.

올 들어 두 차례 태풍이 할퀴고 간 바다 환경이 그리 녹록지가 못한 것 같다. 다행히 태풍은 걱정한 것에 비해 큰 피해 없이 지나갔지만 이맘때면 고소한 가을전어 구이와 덤성덤성 쓴 전어를 막된장에 찍어 먹는 전어회 맛에 남녘 밤바다가 시끌벅적할 시기인데, 요즘 전어가 귀해 금전어가 됐다는 기사가 왠지 낯설지가 않다.  

기록적인 폭우와 파괴적인 바람으로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 일명 슈퍼태풍 그리고 최장기 열대야 등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문제가 전 지구촌을 흔들고 있다. 이러한 영향은 작게는 개인의 일상적인 생활방식뿐만 아니라 크게는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에 대다수 전문가들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고 특히 수생태계 변화로 수산물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물 보기가 신경 쓰이기는 비단 어시장뿐만 아니다. 어선 선장님이나 양식장 사장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매일 아침 물 보러 가는 것이 이분들의 출근길이겠지만, 어찌 그물에 든 고기뿐이겠는가? 간밤에 친 그물은 그 자리에 잘 있는지, 간밤에 가두리 그물은 무사한지 등 어구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것도 급선무겠지만, 가장 큰 물은 글자 그대로 어장이 있는 주변의 물을 보는 것이다.

오늘 물은 고기가 많이 들 물인지? 아님 청수가 들었는지? 적조가 왔는지? 등 정말 물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설명해도 알 수 없는 진정한 물을 보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아침 밭에 나간 농부가 흙을 보는 것이라고나 할까. 따라서 잠시 가는 아침 물 보는 일에도 어장 일을 해보지 않은 이들은 그 속사정을 모른다.

그래도 그나마 제때 물을 볼 수 있으면 다행인데 요즘 이 물 보는 일을 선호하는 젊은이가 매우 드물다. 대부분 외국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여파로 숙련된 외국인 인력 구하기가 요즘 식으로 표현해 어물전 금전어 구하기만큼이나 어려워 해면이나 내수면이나 대부분의 어업인들은 물 관리에 많은 애로점을 겪었고 그 여파는 지금도 여전하다. 해소 차원에서 수산업 등 1차 산업에 필요한 인력 확보를 위한 특별취업비자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렇게 해서라도 물 보기가 해결되면 좋겠지만, 앞으로 다가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물 보기는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다. 태풍, 고수온, 저수온, 적조, 빈산소수괴, 저비중, 해파리가 매년 반복적으로 자연재해라는 큰 파고를 일으키고 있고, 우리 바다와 내수면의 생산성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가의 변동은 여전한데 유류대, 사료대, 인건비 등 관리비는 예전에 비해 서너 배나 뛰고 있고 그 여파는 점점 더 심해질 것으로 보여 전방위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정말로 짙은 해무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 계속 머무를 수는 없다. 애써 잡은 물고기를 다 버릴 수는 없으니까.

요즘처럼 GPS나 레이다도 없던 옛 시절엔 우리 선인들은 이 난국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갯가에서 들은 바는 배의 앞쪽 이물방향에 밧줄을 흘리면서 배를 뒷 고물 방향으로 저어가면 아무리 짙은 해무도 헤쳐나갈 수 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어떤 원리인지 잘 이해를 못 하겠다. 아무튼 아무리 어려운 난국도 지혜와 경험을 모으면 해결방법이 생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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