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지는 바다에 오뚝 솟은 섬 낙월도 갔더니 낙원도가 있더라
상태바
달 지는 바다에 오뚝 솟은 섬 낙월도 갔더니 낙원도가 있더라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2.10.04 0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낙월도는 전남 영광군 서쪽에 있다. 상낙월도와 하낙월도로 나뉘며 진월교가 두 섬을 잇는다. 관광객의 손이 타지 않은 섬으로, ‘낙원도’라 읽어도 부족함이 없을 듯싶다.

쉬며, 또 쉬며 걷기 좋은 낙월도

낙월도에는 마트나 매점이 없다. 상낙월도선착장 대기실에 자판기 한 대가 전부다. 식당도 없다. 민박에 예약하면 그곳의 집밥을 맛볼 수 있다. 민박도 한 손에 꼽을 만큼 적다. 그러니 간식거리는 미리 챙겨 떠나야 한다. 이쯤 되면 흔한 관광의 섬이 아님을 짐작할 테다. 그 대신 도시생활을 벗어나 낙월도에서만 누릴 수 있는 희열이 기다리고 있다.

낙월도 둘레길은 상낙월도와 하낙월도를 잇는다. 면사무소와 보건소 등 공공시설이 모여 있는 상낙월도가 큰 마을이고, 민가가 옹기종기한 하낙월도는 작은 마을이다. 두 마을을 모두 도는 데 4시간이면 충분하니 섬에 굳이 차를 가지고 들어갈 이유도 없다.

둘레길 가운데 한 곳만 택한다면 자연 풍광은 하낙월도가 조금 낫다. 보통 진월교 지나 오른쪽으로 돈다. 곧장 외양마지 입구 전망 쉼터가 나오고 서쪽 바다와 북쪽 상낙월도, 동쪽 영광군 내륙이 보인다. 조금 더 걸으면 하늘을 가린 그윽한 대숲이다. 곧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은 당너매언덕, 오른쪽은 해안으로 이어진다. 

장벌해변은 낙월도 둘레길의 백미다. 둘레길에서 절벽 아래로 내려다볼 때 마음은 어느새 해변을 향해 달린다. 지도 앱으로 지형만 확인해도 알 수 있다. 섬 안쪽으로 ‘ㄷ’자를 그리는 아담한 해변은 명사십리가 부럽지 않다. 정자 쉼터에서 바다만 바라봐도 마음이 편안하다.

둘레길 완주보다 쉼이 목적이라면 상낙월도가 좋다. 색색 그물이 길을 가득 채우고 볕을 쬐는 여유로운 일상을 접할 수 있다. 그 곁을 지나면 그물에선 새우 짠 내가 살살 코끝을 간질인다. 낙월도는 한때 젓새우로 명성이 자자해 ‘작은 목포’로 불렸다. 마을 앞길이 곧장 바다와 접하는데, 눈앞에 신안군 지도와 임자도 등이 바다 위 능선처럼 펼쳐진다. 맑은 날에는 그 사이로 난 임자대교까지 보인다. 물때에 따라서 앞바다 펄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묵어갈 수 있다면 진월교에서 하루의 끝을 마주하면 좋다. 섬을 가로지르는 해는 낙월도 동쪽 영광군 내륙까지 길게 물들인다. 시간이 맞으면 해가 진 방향으로 바통을 이어 달이 지는 그윽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낙월도(落月島)는 순우리말로 ‘진달이섬’이다. 영광 법성포에서 낙월도로 달이 지는데, 그때 낙월도가 바다에 걸친 달처럼 보인다. 나당 연합군에 쫓기던 백제 왕족이 달이 지자 낙월도로 피신해 정착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쫓길 일 없는 한적한 섬의 시간, 일몰과 월몰은 낙월도의 정취를 간직한 또 다른 낙원 풍경이다.

바다의 섬을 조망할 수 있는 칠산타워

낙월도 가는 여객선은 향화도선착장에서 하루 세 차례(07:30, 10:30, 15:00) 운항하며, 약 1시간 10분 걸린다. 출항 시각이 정해졌으나 물때에 따라 달라지니, 출발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낙월도 위쪽의 송이도 역시 향화도선착장에서 하루 두 차례 여객선이 오가며 1시간 30분쯤 걸린다.

송이도는 소나무[松]가 많고 섬 모양이 귀[耳]처럼 생겨서 그리 부른다. 송이도해변은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하얀 몽돌이 유명하다. 물때를 맞추면 송이도에서 대이각도까지 드러나는 모랫길을 볼 수 있다. 영광군에서는 송이도와 안마도, 낙월도를 ‘삼형제 섬’이라 부른다. 세 섬이 바다 가운데 점점이 이웃한다.

향화도선착장에는 한두 시간 일찍 도착하자. 선착장 앞에 영광군이 자랑하는 높이 111m 칠산타워가 있다. 굴비의 비늘과 파도, 바람, 태양을 형상화한 타워다. 1~2층에 여객대합실과 매점, 음식점 등이 있고, 3층이 전망대다. 칠산대교부터 무안군과 신안군의 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숨은 그림 찾듯 바다가 간직한 섬을 하나하나 헤아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백수해안도로는 백수읍 길용리에서 백암리까지 약 16.8km 구간이다. 영광 9경 가운데 1경으로, 영광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손꼽는 해안 드라이브 코스다. 도로에는 전망대와 카페, 공용주차장이 많아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다.

그 가운데 노을전시관과 칠산정, 괭이갈매기 날개 포토존이 있는 노을전망대 등이 인기다. 노을전시관에서 칠산정 쪽으로 해안노을길을 조성했다. 바다를 보며 산책하는 데크 길이다. 노을전시관 야외데크는 백수해안도로의 노을을 감상하기에 적격이다. 햇살이 좋은 날에는 대신등대와 반짝이는 윤슬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