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거행된 고(故) 이대준 씨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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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거행된 고(故) 이대준 씨 영결식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2.09.2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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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에 의해 살해된 고(故) 이대준 씨의 영결식이 2년 만에 거행됐다.


해양수산부 어업지도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서해 특수해역인 연평도 인근에서 근무 중 사망한 이 씨는 최근 정부의 공식 입장이 바뀌기 전까지 실종자로 처리돼 장례조차 치를 수 없는 상태였다. 지난 8월 31일 ‘해양수산부장(葬)대상자 선정위원회’가 ‘해양수산부장(葬)’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하기 전까지 유족들은 억울한 희생을 끌어안고 애통한 속앓이만 해왔다.


늦게나마 정부가 나서 희생자를 위로하고 영면에 들게 한 것은 감사하며 반가운 일이다. 비통한 심정으로 오랜 시간 고통을 견뎌온 유족들에게도 가족으로서의 의무를 다했다는 위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결식을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장으로 치렀다고 해서 고인의 억울한 희생과 유족들의 고통이 치유되지는 않는다. 고인이 영면에 들어갔다고, 엄숙한 장례식을 거행했다고 해서 정부의 책임과 역할이 종료됐다고 볼 수 없다. 2년여 동안 정부가 고인을 위해 책임과 의무, 역할을 다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7년 9개월간 어업감독공무원으로서 거친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며 열정과 헌신으로 업무를 수행한 공직자가 북한군에 의해 피격됐을 때 해양수산부는 사건 해결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고인은 국가의 명령에 따라 연평해역에서 근무하다가 실종돼 북한군의 만행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정부의 발표에 따라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당시 장관은 사건 해역을 찾지 않고 사고 선박이 정박해 있던 목포만 둘러봤다.


자진 월북이라는 당시 정부의 입장보다는 소속 공무원의 입장이나 상황을 파악하는 데도 소홀했다. 우리 집 자식이 적의 총에 피격돼 운명을 달리했음에도 자식을 살리기는커녕 사고 원인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빚이 많다거나 도박을 했다거나 자진 월북했다는 괴소문이 나돌아도 반박 한번 없었다. 심지어 직원들의 입단속에 급급하기도 했다.


영결식에서 장관의 애도사로 해양수산부의 부족했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조승환 장관은 애도사를 통해 “해양수산 가족 모두는 참으로 애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지만 국민들이나 유족의 마음을 달래고 고인을 영면에 들게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사과다. 2년여 동안 실종사태로 방치한 이유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특히 고 이대준 씨 실종사건을 수사해온 해양경찰은 자진 월북에서 실종으로 사건을 종결하면서도 정확한 원인이나 책임자 처벌 없이 입을 다물고 있다.


만약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지 않았다면 고 이대준 씨의 영결식이 거행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해양수산부는 바다 관련 산업의 통합행정을 추진한 지 26년의 세월이 지났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가 5년 후 박근혜 정부 때 어렵게 부활한 정부 부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 내 조직의 위상은 여전히 낮은 위치다.

지난 2007년 태안 유류 유출사고, 304명이 희생된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 어업지도공무원 피살사건을 겪으면서도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직 해체와 부활을 겪게 된 것이다.


이번 고 이대준 씨 영결식을 통해 해양수산부는 진정한 속죄의 마음으로 국민과 국가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정권의 눈치를 보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존재가치가 상실될 것이다.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받는 해양수산정책 수행기관이 돼야 한다. 가족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다면 어업인 등 해양수산 종사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마음이 조급하고 불안하다고 밝혔다. 현 정부의 3대 국정과제와 추진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찾기 어렵다는 속마음을 내비친 것이다.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육성해 돌아오는 어촌 구현, 깨끗한 바다, 안전한 연안 조성이라는 국정과제 실현을 위한 정책 방향은 설정됐지만 지역별, 업종별, 산업별로 엉켜 있는 문제들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신해양강국 도약을 위한 거시적인 전략 수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학계, 연구기관, 업계의 협의나 협력, 협조를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조승환 장관은 고 이대준 씨 영결식에서 “고인과 함께 꿈꾸었던 대로 해양수산 발전을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더욱 헌신하는 해양수산부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같은 약속이 지켜지고 완성될 때 해양수산부의 존재가치는 유지되고 위상 또한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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