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수산업 대응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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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수산업 대응 달라져야 한다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2.09.11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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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스완(Green Swan)이 불황을 겪고 있는 전 세계 경제에 또하나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린 스완은 금융위기를 가리키는 ‘블랙스완(Black Swan)’에서 파생한 말로서, 2020년 1월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에 처음 등장한 용어이며, 급격한 기후변화가 몰고 올 충격을 의미한다. 

기온 상승으로 가뭄과 홍수가 많아지고 자연 지형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해 농작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생산적인 분야에 투입돼야 할 자본이 기후변화와 피해 대응에 투입됨으로써 경제와 금융, 부동산 가치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BIS의 분석이다. 이러한 자연현상과 그에 따른 피해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 그린 스완이 관심을 갖는 이유다. 제11호 태풍 힌남노도 그린 스완을 되새겨보는 교훈을 남겼다.

힌남노는 태생부터가 남달랐다. 북위 25도 이상에서 발생한 첫 슈퍼 태풍이며 진로 또한 예상과 달랐다. 후발 태풍까지 흡수하며 몸집을 키워 급격한 발달과 정체, 재발달을 거치며 괴물 태풍으로 커져 2000년 대규모 재난사태를 불렀던 태풍 루사, 매미 등에 비견될 정도였다. 

태풍의 예상 진로 또한 당초 예측보다 동쪽으로 더 쏠리며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제주도를 거쳐 경남 거제지역에 상륙해 단 두 시간 반 정도 머문 후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인명과 재산 피해는 컸다. 경북 포항지역에는 시간당 400mm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고 침수, 산사태, 정전, 농작물 침수 등이 발생했다.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 현재 수산 현장에서도 어선 파손 4척, 양식장 유실 및 폐사 3개소, 여객터미널 출입문 파손, 포항신항해운센터 침수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러한 슈퍼급 태풍 등의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며 더 강력해진다는 것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만전의 대비를 해도 피해를 줄이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며 오히려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비상 대응 단계 수위를 3단계로 끌어올리고 넓은 강풍 반경에 대비해 비상 근무에 들어갔고 해양수산부도 장·차관이 직접 부산항 등 현장을 방문해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하지만 힌남노 통과 시간이 남해안 고조시간과 겹쳐 경남 거제와 창원, 통영, 부산 등지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경북 포항지역의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에 한반도 남부 지역을 휩쓸고 간 힌남노는 지역에 따라 피해 정도가 달라 직접적인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태풍 루사와 매미의 직격탄을 맞았던 전남·충청 지역은 태풍의 영향권에 들지 않아 괴물 태풍의 위력을 실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철저한 대비를 해도 피해를 줄이기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힌남노를 통해 알게 됐다.

특히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경제적 피해가 적지 않으며, 그런 피해는 소비자는 물론 생산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 그린 스완으로까지 이어진다면 태풍 피해에 버금가는 재산 피해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교훈도 얻었다.

올해 유럽이나 중국,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이상기후에 따른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북유럽은 9월 기온이 사상 처음으로 30℃ 이상을 기록하고 있고, 알래스카에서는 한 달 이상 비가 내리는 기상 이변을 겪고 있다. 앞으로의 태풍 위력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정도로 강해질 수 있다.

최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연구 보고에 따르면 태풍 피해가 발생했을 때 연안을 끼고 있는 구역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전체 국토 피해의 56%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나 연안 지역의 피해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태풍이나 해수온의 영향을 받는 수산업계의 피해는 이보다 더 클 수 있다. 또한 연안 지역 재해 예방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파제 등의 구조물이 충분히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거나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비한 수산업계의 대책이 더욱 철저해야 하며, 대응방안도 새롭게 마련해야 된다. 태풍이나 적조, 냉수대, 질병 발생, 이상 성장 등의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는 더 강해지고 피해 규모도 확대될 수 있다. 

태풍이나 자연재해 상습 피해 어장이나 지역에 대해서는 이전이나 규정 등의 강화를 추진하고 안전규칙도 현장의 상황에 맞도록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11호 태풍 힌남노가 주고 간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철저하게 점검하고 대비하는 것만이 피해를 줄이는 방안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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