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가입 정보 공개하고 후속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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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TPP 가입 정보 공개하고 후속 대책 마련해야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2.09.0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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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가 수면 위로 다시 등장했다. 수산업의 근간을 말살하고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라며 결사 반대를 외쳐온 수산업계는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8월 마지막 날 인천지방해양수산청 회의실에서 CPTPP 어업인 현장 설명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어업인들의 반대로 설명회 자체가 무산됐다. 이어 충남 보령 충남수산자원연구소에서 설명회를 가졌다. 9월 말까지 10회의 설명회가 예정돼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종료를 앞둔 지난 4월 농어업인들의 결사 반대에도 불구하고 CPTPP 가입 신청서 제출을 선언해 농어업인들의 대정부 항의와 규탄대회, 1인 시위가 줄을 이었고 대통령 선거 이후에는 청와대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 약 한 달이 지난 지난 6월 중순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서 가입 필요성은 있지만 농어업 등 피해 발생 분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진행돼야 하며 이를 간과하고 협상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답변해 가입 추진이 상당 부분 미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심지어 연내 가입 신청 추진이 물건너갔으며 향후 일정도 미지수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8월 보완대책을 다시 보강하고 상황을 보면서 다음 단계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해양수산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자체적으로 현장 설명회 일정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게 된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단독행사로 실시한 첫 설명회가 무산된 것은 어업인들의 격렬한 저항 때문이었다.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수협중앙회도 결사 반대를 외치고 설명회 보이콧 등 실력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농어업인과 관련 단체들이 분노하고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CPTPP 가입 시 수산업의 근간을 파괴하고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또한 당사자인 농어업인의 의견을 완전히 배제한 채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CPTPP는 다자 간 또는 양국 간 무역협상의 기본인 관세 문제뿐만 아니라 통상 규범의 범위가 광범위하고 노동 및 환경 규범까지 강화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 때문에 수산물 수입이 완전 개방되고 수산보조금이 축소되며, 일본 후쿠시마산 방사능 오염 수산물까지 수입을 허용해야 할 상황이 되는 것이다.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CPTPP 가입 문제가 재등장한 배경은 알 수 없다. 새 정부도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더 공을 들이고 있어 일정조차 미지수일 정도로 추진이 늦어질 것으로 분석됐으나 분위기가 급변해 농어업인들조차 당황해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CPTPP 가입 추진 배경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가입을 위한 국내 일정은 물론 협상 타결까지의 과정부터 상세히 알려야 한다. 또한 협상 범위와 우리 정부의 대응방안, 피해 당사자들을 위한 보상 및 지원 방향을 알려야 한다. CPTPP 가입에 따른 득(得)과 실(失)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 형식적이며 요식적인 설명회로 구색 갖추기에 급급한다면 상당한 반대와 물리적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격렬한 반대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농어업인과 관련 단체들조차 협상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대기업·재벌에만 이익을 안겨다주고 어업인과 서민들의 삶의 기반을 위협하는 것이 CPTPP’라는 주장이 농어업인들에게서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작정 반대만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당시에도 정확한 협상 내용이 발표되지 않아 전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 나오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정확한 협상 내용이 관련 업계에 전달되지 못해 협상 타결 이후의 대응방안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결과를 얻었다. 자국의 관련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현장 설명회를 시작으로 CPTPP 가입이 재추진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가입신청서 제출을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국내 절차를 통과하기조차 쉽지 않다.

어업인들도 피해 범위는 물론 합리적인 대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정부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 무작정 반대 목소리만 내서도 안 된다. 수산업의 근간을 지키고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이 어떤 것인지를 밝히고 정부에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가 CPTPP 가입의 전제조건이 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하고 정부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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