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 분야 숙련 외국 인력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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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 분야 숙련 외국 인력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 안현선 기자
  • 승인 2022.08.22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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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어선원 정착 유도할 현실적인 방안 마련 중요

‘숙련기능인력 점수제’는 어업 분야에 적용하기 불리한 제도
타 업종과의 경쟁서 밀리지 않도록 유리한 조건 만들어줘야
지역특화형 비자를 어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 모색도 필요

◇외국인 어선원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숙련기능인력 점수제를 어업 분야 현실에 맞도록 개선하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특화형 비자를 어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외국인 어선원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숙련기능인력 점수제를 어업 분야 현실에 맞도록 개선하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특화형 비자를 어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민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숙련된 외국인 인력이 체류자격 변경을 통해 국내에 장기 취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어업 종사자들은 타 업종으로 이탈하는 경우가 많고, 현행 제도만으로는 장기 취업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 어선원 인력을 확보하려면 국내 어업 현실이 숙련기능인력 점수제 운영에 반영되도록 하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특화형 비자를 어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외국인 어선원 고용 제도 문제점

 

어선에서 일할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는 경로는 두 가지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20톤 미만 어선에서 일할 외국인을 고용(E-9-4 사증·체류자격 발급)하거나, 외국인선원제를 통해 20톤 이상 어선에서 일한 외국인을 고용(E-10-2 사증·체류자격 발급)하는 경로다. 

두 가지 제도는 소위 단순한 업무를 수행하는 외국인을 고용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고, 외국인을 기본적으로는 3년까지, 그리고 최장 4년 10개월까지 고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4년 10개월 동안 동일 선주와 일한 외국인(E-9-4)은 고용주가 희망하는 경우 재입국해 계속 취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어업 분야로 유입되는 많은 외국인들이 작업장을 이탈해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나은 제조업으로 이동하고 있고, 이는 현행 제도의 한계가 되고 있다. 

고용허가제나 선원취업제는 노동자의 숙련성보다는 이들의 노동력을 한시적으로만 활용하겠다는 분명한 정책 목적이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숙련된 인력 고용에 대한 요구가 계속 있어왔다. 이는 2008년 ‘숙련 생산기능 외국 인력에 대한 거주(F-2) 자격으로 체류자격변경 및 체류 관리 업무 지침’ 제정으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법무부가 정한 요건을 충족시킨 E-9이나 E-10 자격 소지자는 체류자격 변경을 통해 기간 제한 없이 장기 취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이러한 경로는 2019년에 폐기됐고, 현재 정부는 점수제를 활용해 선발된 외국인에게 특정활동(E-7-4) 자격을 전환해주고 있다. 특정활동(E-7) 자격은 비전문취업(E-9)이나 선원취업(E-10) 자격과 달리 고용계약만 유지되면 한국에서 기간 제한 없이 계속 취업을 할 수 있어서 어업 분야에서도 숙련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점수제는 숙련도만을 요건으로 보지 않고 외국인의 다양한 측면을 평가하고 있어서 이러한 평가 기준은 또다시 어선원들의 열악한 위치를 깨닫게 해준다. 현행 점수제는 연간 소득, 자격증, 학력, 연령, 한국어 능력, 동일 업체 근속기간, 자산, 국내 유학 경험, 사회 통합 프로그램 이수 등을 평가항목으로 하고 있다.

어업 분야에서 현행 제도를 활용하는 데 있어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외국인 어선원들이 사실상 법무부가 정한 최소 점수를 확보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선원의 경우 신고가 누락된 금전적 보상이 상당하기 때문에 신고되는 소득이 실제 소득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대부분 중·고등학교 졸업자가 많아 학력 항목에서 득점이 어려우며, 한국어 능력 관련해서도 사실상 득점이 어려워 점수제의 많은 항목들이 사실상 어업 종사자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듯 어업 종사자들이 충족시키기 어려운 평가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이들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 

둘째, 이러한 점수를 확보했다 하더라도 모든 외국인 어선원이 특정활동(E-7)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닌데, 그 이유는 정부가 연간 이러한 경로를 통해 E-7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외국인의 규모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으로 총 2000명의 쿼터가 정해졌고, 이는 고용허가제(E-9)와 외국인선원제(E-10)로 일하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방문취업제(H-2)로 일하는 외국인까지 그 신청 대상에 해당해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어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은 특히 이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 먼저 전체 쿼터 중 1000명은 모든 산업에 종사하는 신청자 중에서 고득점 순으로 선발하기에 어업 종사자들이 선발될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다. 2000명 중 나머지 1000명에 대해서는 업종별 배분을 하는데, 어업에 배정된 쿼터는 150명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고용허가제와 외국인선원제를 통해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외국인은 총 1만4594명이고, 결과적으로 어업 분야에 종사하는 전체 외국인 중 약 1% 정도에 대해서만 숙련도를 인정해 체류자격을 변경해주고 있다.

이러한 제도를 운영할 때 업종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느냐, 신청 대상인 외국인의 역량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느냐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출발선이 다른 사람들을 동일하게 경쟁시키는 것은 구조적인 차이를 배려하지 않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숙련 외국인 어선원의 유지방안

어업 분야에서 숙련 외국인 어선원을 확보하는데 있어 두 가지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는 어업의 열악한 근로조건 때문에 타 업종에 지속적으로 인력을 빼앗긴다는 점, 둘째는 숙련 외국 인력 활용을 위한 현행 제도를 어업 분야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숙련 어선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외국인 어선원들에게 입국 당시부터 비전문취업(E-9)/선원취업(E-10)→특정활동(E-7)→거주(F-2)→영주(F-5)로 가는 경로를 보여주고, 이를 위한 준비를 하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 정책 방향에 따르면 외국인 어선원들이 안정적인 체류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한국어 능력을 갖춰야 하고, 임금 수준이 높거나, 어느 정도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한국어와 관련해선 거주(F-2) 자격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법무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회 통합 프로그램 4단계 이상을 이수하거나 높은 한국어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데, 어업 분야 종사자들의 한국어 수준은 입국 단계에서부터 다른 업종 종사자보다는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하고, 어선 근무 중에 한국어 활용도가 낮은 편이다. 따라서 어촌에서는 한국어 학습을 위한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는 것과는 별도로 한국어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E-9 혹은 E-10 자격 출신자가 가족을 동반해 거주(F-2)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국민총소득(GNI) 수준의 임금을 보여줘야 한다. 현재 어업 분야에서는 외국인의 임금을 동일한 경력의 한국인 수준으로 맞춰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임금 수준의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현재 외국인 어선원들은 대부분 월급을 본국에 송금하기 때문에 자산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어려울 수 있는데, 이들이 사업장을 이탈하지 않고 장기 근속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자산을 취득할 수 있도록 청년내일채움공제와 같은 제도를 활용해볼 수 있다.

한국에서의 성공 청사진 제공해야

숙련 외국인 어선원 유지방안은 최소 5년의 기간을 두고 정부가 추진해야 하는 정책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당장에 외국인 선원들이 위의 한국어, 임금, 자산 등 요건을 충족시키기 쉽지 않기 때문에 숙련 어선원 확보를 위해서는 어업의 현실에 맞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비전문취업(E-9)이나 선원취업(E-10) 자격으로 일하는 외국인이 점수제를 통해 특정활동(E-7) 자격을 신청할 때 해양수산부 장관의 추천이나 읍·면지역 근무경력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이렇듯이 어업 분야에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업종 간 경쟁에서 밀리는 외국인 어선원들은 안정적인 체류자격을 취득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가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 실시를 발표한 상황에서 어업 분야에서도 이러한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제도 설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어선원에게 한국 정착을 위한 경로와 청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한국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고취하는 방안이자, 이들에게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감 있는 행동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현재 행정안전부에서는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해 고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남도에는 총 16개의 지역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는데, 이들 지역 중 어업을 주요 산업으로 하는 지역을 묶어서 해당 지역에서 거주하고, 어선원으로 일하는 조건으로 거주(F-2) 자격으로 변경해주고, 일정 의무거주기간 이후에 다시 해당 지역 거주를 조건으로 영주(F-5) 자격으로 변경해주는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다.

영주(F-5) 자격을 취득한 후에는 어선이나 양식장을 운영할 수 있고, 수산물 유통업에 종사하거나 수산물 관련 식당을 창업하는 등 어업의 전후방 산업에 종사할 수 있다. 숙련 어선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어선원들에게 한국 사회에서의 기회와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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