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에메랄드 머금어 엷은 푸른빛
계곡물 사이 싱그러운 풀잎들
산들바람에 절로 흥이 나고
전나무 숲길에 새끼 다람쥐들
제 마당인 양 뛰노는 모습이
오늘따라 더없이 정겹구나
가던 길 멈추고 쉼터에 앉아
그저 땅콩 몇 알 쪼개어
조심스레 건네줬을 뿐인데
하나둘 허물없이 모여들어
오물오물 귀엽게 주워 먹곤
한데 어우러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시나브로 해는 기우는데
산객도 동심(童心)으로 돌아가
저들과 하나가 된다
「설악산 백담사 계곡에서」
시인 이승룡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2018년 계간 <서울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現 수협중앙회 준법감시실장
저작권자 © 한국수산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