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합사료 가격 인상으로 한계 직면한 어류양식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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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합사료 가격 인상으로 한계 직면한 어류양식업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2.07.25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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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합사료 제조사들이 최근 가격 인상을 업계에 통보했다. 지난 4월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다. 해산어류는 물론 내수면어류용 배합사료 모두 인상 대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사별로, 사료 유형별로 인상률이 달라질 수 있지만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는 기정 사실이 되고 있다.

배합사료 가격 인상으로 어류양식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뾰족한 방안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배합사료 가격 인상은 국내보다는 대외적인 요인이 크다. 유류 가격 폭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야기된 곡물 수급 불안 및 가격 폭등, 국제 어분 가격 상승, 달러화 가치 급등 등으로 해외에서도 배합사료 가격이 뛰어올랐다. 평균 20% 이상 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제적인 요인을 볼 때 국내 사료제조사들의 가격 인상만 탓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특히 연간 10만 톤 생산 규모의 국내 양어용 배합사료 시장을 감안한다면 제조사들의 위기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사상 처음으로 한 해 두 번의 가격 인상에 직면한 어류양식업계는 생산원가 상승으로 경영 상황이 더욱 나빠질 우려가 있다. 향어, 송어 등 내수면어류양식업계는 이번 사료 가격 인상으로 생산원가가 최소 10% 올라갈 전망이다.

그러나 출하 또는 판매가격은 예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친 수준이다. 장기적인 코로나19 사태로 소비 심리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새로운 소비 시장도 나타나지 않아 획기적인 소비 확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상기온으로 말미암은 생산 부진과 소비 감소에 생산원가 상승이라는 이중의 악재에 직면해 있는 것이 어류양식업계의 현실이다.

밥상 물가에서부터 유류, 전기세 등 안 오르는 게 없을 정도의 고물가 시기에 배합사료 가격 인상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어류양식업계의 위기는 생산자는 물론 사료, 약품, 기자재 등 전체 산업계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배합사료 제조사 중 생산 중단도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흉흉하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한계에 직면한 업계의 위기 상황을 벗어날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어류양식업계 자체적으로 원가 상승분을 무작정 출하가격에 반영할 수 없다. 소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직불제와 같은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한 명분쌓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양식어류 생산자들은 배합사료 가격 인상에 따른 내부 의견을 취합하고 제조사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등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정부에 건의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위기 상황이 다가오면서 업계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질 지경이다.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어류양식업계와 달리 정부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아직 들리지 않는 듯 평온하기만 하다. 어류양식업계의 상황을 점검하고 의견 수렴이라도 해야 하지만 간담회 소식조차 들리지 않는다.

단기적인 대안이 없다면 장기적인 발전 대안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보여주기식 정책만 난무한 실정이다.

새로운 양식산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사업이라며,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사업에 수백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생사료 대신 수산자원 보호 효과가 높고 사료검정기관의 검정을 받은 배합사료를 사용하는 넙치류, 볼락류, 돔류 양식어가에 대해 사료비를 지원하는 친환경 배합사료 직불제에 매달려 있다.

양식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사업 대상지 5개소 중 3개소가 연어 양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친환경 배합사료 직불제는 추가 사업 대상자도 모집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양식산업의 변화를 목표로 한 스마트양식은 기본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 기자재의 국산화는 물론 양식 환경에 최적화된 장비 보급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양식시설 구축은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전 세계 양식 생산량이 증가하고 수산물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에 맞게 어류양식업의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양식어류의 생존율과 사료계수, 1인당 생산량, 유통구조 등을 파악해 미래형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배합사료 가격 인상으로 촉발된 어류양식업계의 위기는 대외적인 요인들 때문에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생산원가를 줄이며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극한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위기의 강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한계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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