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어촌마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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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어촌마을, 가능할까?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2.07.18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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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지정한 ‘어촌소멸 위기대응 원년’이다. 하지만 어촌의 고령화와 공동화 속도가 어촌으로 돌아오는 인구를 앞질러 어촌 소멸에 대한 위기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귀어귀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귀어가구는 1135가구로 전년 대비 238가구가 늘어났다. 은퇴 전후 전원생활 수요가 증가하고 수도권을 비롯한 도시의 주거비, 생활비 상승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어촌으로 돌아오는 인구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통계의 실속을 들여다보면 어촌 인구가 감소하고 어촌의 정주 여건도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귀어가구 중 79%는 단독 가구며, 귀어가구주의 연령대는 50∼60대가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귀어가구 중 60% 이상을 차지하는 50~60대는 대부분 맨손어업에 종사한다. 반면에 40대 이하는 연안어업, 양식업 등 기대소득이 높은 업종을 선정해 생계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어촌에 정착하거나 어업에 종사하기를 원하는 귀어귀촌인들에게 창업·주택구입 비용, 정착금, 어선 임대 등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됨에도 불구하고 귀어귀촌 어가들 대부분이 어촌을 ‘일터’나 ‘삶터’로 여기지 않고 ‘쉼터’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분석에 따르면 어촌에 정착해 살아가는 어가 인구는 지난 2000년 25만1000명에서 20년이 지난 2020년에는 61% 정도가 줄어든 9만7000여 명으로 나타났다. 491개 어촌 지역 중 57.9%에 이르는 284개 어촌이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이대로 가면 2045년에는 전체 어촌의 81.2%가 소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식적인 통계에서조차 강력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조사에서는 어촌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요인은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것은 귀어귀촌 어가의 증가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원인과도 일치했다. 취약한 생활 기반, 낮은 소득, 열악한 근로조건 등이 어촌지역 소멸의 가장 큰 원인이며 이러한 요인들이 돌아오는 어촌을 가로막는 장벽이기도 한 것이다.

지난 2019년부터 어가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정부는 어촌 정주 환경 개선을 위주로 한 어촌뉴딜 300사업을 시작했다. 2024년까지 3조 원이 투입돼 어촌이 보유한 핵심 자원을 활용하고 기반시설을 조성해 어촌을 탈바꿈시키는 이 사업은 각 지자체는 물론 어촌사회에 새로운 활력소로 기대를 모았다. 개소당 100억 원 이상이 투입돼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어촌생활권 규모에 따라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어촌 신활력 증진사업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추진돼 기대감을 더해주고 있다.

하지만 어촌 인구 및 어업 종사자 감소, 어촌 소멸에 대한 위험성은 여전히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막대한 정부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어촌뉴딜 300사업이나 귀어귀촌 정책이 어촌 인구 유출과 고령화를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촌 소멸을 막고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3년부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어촌체험휴양마을 사업은 기대와 달리 성장세가 멈추고,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경남 남해군의 한 휴양마을은 2011년 어촌체험휴양마을을 운영해왔으나 9년 만에 중단했다. 경남지역에서 2016년 17곳이었던 어촌체험휴양마을은 해마다 조금씩 늘어 26개소가 됐으나 최근 3곳이 포기했다. 현재 전국 어촌체험휴양마을은 121곳이지만 방문객 수나 체험 참여자는 줄어들고 있으며 관광 소득도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가 어촌 인구 고령화와 운영 인력이 없다는 점이다. 귀어귀촌인들조차 50∼60대가 대부분이어서 고령화된 어촌 주민들이 어업을 유지하면서 체험 프로그램 등을 관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어촌에 사는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인구 유입이 따라오게 된다. 따라서 개발이나 경제적인 관점에 바탕을 둔 정부 정책이 어촌의 여건과 맞지 않는다면 정책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

어촌을 단순한 쉼터로 삼는 도시민들을 위해서는 어촌을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고 이들을 붙잡아둘 수 있는 생활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젊은 인구 유입을 원하다면 진입장벽을 낮추고 도시인과 맞먹는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야 한다. 체험을 위해 어촌을 찾는 이들에게도 어촌의 특성과 매력을 알릴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지리적 특성과 지역이 가진 가능성에 따라 삶의 만족도는 달라진다. 천편일률적인 개발보다는 경제적, 문화적, 지리적 여건에 맞는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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