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계 고교 활성화와 수산 전문인력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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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계 고교 활성화와 수산 전문인력 양성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2.07.1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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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 인구의 초고령화, 어선원 고령화 및 감소는 현재 국내 어선어업은 물론 어촌사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기 요인 중의 하나다. 외국인 인력이 아니면 출항조차 어렵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 지도 오래다. 어촌사회에 외국인 이민을 받아들이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어선의 선장과 기관장 중 60대 이상이 50%를 넘어서고 있다는 통계는 어업 기반의 붕괴를 예고해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어렵고 힘든 바다일을 기피하는 인식 때문에 올해 수산계 고교 응시율이 54.9%로 모집정원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충격적인 일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수산계 고교는 국내 어선 분야 해기사 공급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이곳에서 선원 양성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어업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어촌과 어선어업의 위기 상황을 반영해 해양수산부가 나서 수산인 단체와 노동조합, 수산계 고교가 수산계 고교 활성화를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관내 중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승선체험을 제공하고 학교를 찾아가 설명회를 가지며, 수산계 고교의 특장점을 홍보할 예정이다.

이번 협약식은 정부와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수연)와 수협중앙회, 한국원양산업협회 등 수산 관련 단체,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 등 노조와 어선원 교육기관인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수산계 고교 교장 등 당사자들이 모두 모여 뜻을 같이했다는 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수산계 고교의 위기감은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저출산에 따라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3D 업종 중에서도 근무환경이 열악한 어업에 종사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외국인 선원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어선원을 구하지 못해 항구에 배를 묶어둬야 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수산계 고교 활성화는 청년 어선원 육성을 위해 필수적인 사항이다. 노·사·정, 관련 단체가 힘을 합쳐 나섰다고 하지만 수산계 고교의 현주소는 미래를 점칠 수 없을 정도로 암울한 게 사실이다.

이날 협약식에는 9개 수산계 고교 교장이 참석했다. 그런데 이들 학교의 명칭은 해양과학고가 대부분이며 수산고등학교를 명칭으로 사용하는 곳은 완도수고 단 한 곳뿐이다.

수산 전문인력 양성 학교가 공식적으로는 없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부산수대는 종합대학으로, 통영과 여수, 군산의 수산전문대학도 통합돼 경상대, 전남대, 군산대에 흔적만 남아 있다. 성산, 거제, 남해, 대천, 주문진 등 수산계 고교를 대표하던 수산고등학교는 없어진 지 오래다.

해양과학고로의 명칭 변경이나 통합을 한 것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일 수 있다. 반대로 수산업이나 어촌의 전문인력 양성을 정부가 등한시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이번 협약식은 뒤늦은 감은 있으나 어선원 수급에 목말라하는 어선주 입장에서는 한 줄기 빛이 될 수 도 있다. 이 때문에 수산계 고교 활성화방안을 만들고 대대적인 정책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어선어업이나 어선원으로 종사할 이유와 명분을 수산계 고교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문인력 양성학교를 졸업할 경우 어촌에 큰 어려움 없이 정착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산계 고교 명칭을 되살리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우수한 청년들이 제 발로 어선어업이나 어촌을 찾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귀어귀촌이나 청년어선임대사업 등 젊은 층의 어촌 유입정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귀어귀촌인 수가 200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얻어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정도다.

수산계 고교에 진학할 경우 안정적인 일자리 보장은 물론 도시나 타 산업 종사자보다 훨씬 많은 소득이 보장된다면 이들 스스로가 수산계 고교 문을 두드릴 것이다. 수산계 고교로 진학할 경우 수산 전문인을 양성하는 4년제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면 응시 명분도 충분할 것이다. 부모가 어선어업에 종사하는 2세들을 고교 졸업 후 어선임대사업자로 우선 선발한다면 자연스럽게 귀어와 귀촌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어선원 감소와 선원 고령화 추세가 심화되면서 지금 우리 어촌엔 조업에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고 어선어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런 만큼 청년 어선원 육성은 어촌과 어업의 미래를 보장하는 기초와 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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