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로스(Lose) 10%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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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로스(Lose) 10%의 경제학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2.07.1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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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백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장 
허영백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장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코로나19 팬데믹도 어느 정도 잦아들어 일상을 찾아가면서 움추렸던 세상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계절적 수요와 함께 수산물 소비도 덩달아 늘어나면서 양식수산물의 가격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지난해 이맘쯤에는 수산물 소비 둔화와 함께 양식어업인의 어려움을 걱정하는 기사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수급 문제와 함께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뉴스가 우리를 걱정스럽게 하고 있다. 

경제학에 대해서는 젬병인 수산학도로서 경제학을 논한다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우리 수산업에만 굳게 뿌리내리고 있는 ‘로스(lose) 10%’의 경제학을 생각해본다.

에누리와 덤은 우리의 오래된 미덕으로 상인의 후덕함을 표시하는 상술이기도 하지만, 사는 사람은 좋은 물건을 싸게 구입한 것이라고 생각해 흐뭇한 마음으로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보이지 않은 우리 정(情)의 문화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과 함께 권리의 주체가 완전히 손님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특히 살아 있는 생물을 취급하는 수산종자와 활어시장에서는 ‘로스 10%의 덤’이 당연시되고 있다. 

로스 10%의 사전적 의미는 사고 또는 사망 등으로 잃거나 상실될 수 있는 분량의 10%를 계산해서 미리 손실분을 덤 아닌 덤으로 더 준다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 해석해보면 살아 있는 수산종자 또는 활어는 대부분 생산 장소와 양식장소 또는 소비지가 다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동과 재취급 과정이 따른다. 이 과정에서 아무리 조심히 다뤄도 살아있는 생물 특성상 일부 폐사가 발생할 수 있다.

양식 생물종과 계절적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체적인 경험적 수치로 약 10%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미리 이 손실분을 감안해서 더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도·소매업 등 일반 업종의 부가가치세율이 10%인 점을 감안하면 그리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올들어 수산물 소비 증가에 따른 양식수산물 가격의 반짝 상승 효과는 잠시뿐이고, 최근 국제적 원자재값 상승과 함께 어분 등 사료원가 상승, 에너지 및 인건비 상승과 함께 기후변화 등 양식 환경 변화에 따른 생산 업체의 시름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데 로스 10% 덤의 요구는 ‘손님은 왕이다’라는 식의 일방적 권리를 강요하는 또 다른 유통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최근 해양수산부에서는 검인증 기술 개발을 통한 수산종자 등에 대한 품질검정과 생산이력을 통한 품질인증제를 도입하고, 데이터 기반 국가통계 신설 및 관측사업을 확대하면서 유통질서 확립과 감시기능을 강화하고자 관련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특히 수산종자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종자 시험·분석 등 분쟁 조정을 위한 행정규칙 재·개정을 꾀하고 있다. 

무한경쟁 속의 국제사회에서 통계의 정확성을 확립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과 투명성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다.

정확한 통계적 수치 확보와 함께 관측시스템을 확대 도입해 무엇보다도 불필요한 관행으로부터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보호하면서 개인적인 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투명한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이 유행했다. 멀리서 스쳐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가까이 다가와서 문제점과 미래가치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같이 나아갈 때 새로운 가치는 비로소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다. 아무튼 어렵고 복잡한 경제는 몰라도 하루빨리 평상시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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