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잘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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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잘피 이야기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2.07.0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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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재 한국수산자원공단 자원사업본부장 
황선재 한국수산자원공단 자원사업본부장 

잘피를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바닷물에 완전히 잠겨서 자라는 속씨식물을 통칭한다고 나와 있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단자엽 초본식물이지만 풀은 아니다. 현화식물로 잎, 줄기와 뿌리 조직이 확연히 구분되며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어 번식하는 해초이다. 잘피에 관해 국내 최고 전문가인 부산대 이근섭 교수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잘피는 남극을 제외한 전 세계 거의 모든 해안에 분포하며 약 60여 종이 확인됐다고 한다. 

우리나라 연안에는 4속 9종이 확인됐고 이중 거머리말(Zostera marina)이 우리나라 연안에 분포하는 잘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 세계적으로 잘피가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나라는 호주다. 최근 서호주 샤크만 연안에서는 서울 면적의 3분의 1에 달하는 약 200㎢ 크기의 지구 최대 거대식물이 발견됐는데 바로 잘피 단일유기체였다. 

우리나라의 잘피 군락지는 1970년대 이후 과도한 연안 개발과 환경오염 등으로 약 70~80%가 사라졌고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양환경 변화로 갈수록 분포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에서는 2006년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해초류 중 개체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7종(거머리말, 수거머리말, 왕거머리말 등)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그리고 2014~2015년 해양수산부는 전국 연안 조간대와 조하대에 자연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잘피를 정밀 조사해 ‘한국의 잘피’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잘피는 연안 해양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연안에서 물리, 생물, 화학, 지질학적 측면에서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다. 잘피숲은 조류의 속도를 감소시키고 지하경(뿌리)은 퇴적물을 안정시킨다. 어류나 저서생물에게는 은신처, 보육장, 먹이장, 산란장 역할을 한다. 해수 중 영양염류와 중금속을 흡수해 수질을 정화하기도 하며 수중의 탄소를 흡수한다. 잘피 자체 또한 미세조류나 저서동물의 먹이가 되며 죽어서도 분해돼 유기물질을 공급한다. 

2020년 12월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대한민국을 선언한 이후 최근 1~2년여간 탄소중립은 정부의 중요한 정책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탄소중립은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인류 공동의 목표다. 잘피숲은 2019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서 인증한 대표적인 블루카본(Blue Carbon)으로 최근 서해안 잘피숲에서 1ha(1만㎡)당 연간 약 4.07톤의 탄소 흡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잘피숲은 2009년 3개소 26ha를 조성하기 시작해 2021년까지 서해와 남해에서 총 32개소에 220ha를 조성했다. 그동안 잘피숲 조성사업을 통해 복원된 잘피숲이 해양생태계 회복 효과를 나타냈는지 규명하기 위해 한국수산자원공단에서는 인천 굴업도 해역에 2019년에 조성한 잘피숲을 대상으로 총 3년간 효과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조성하지 않은 인근 비교 대상 해역에 비해 잘피숲 조성해역에서 해양 저서생물 종수가 평균 1.5배 이상, 개체수는 약 2.5배로 증가했다. 특히 생물 군집의 생태계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되는 종 다양성지수도 조성 전 대비 약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잘피숲 복원은 해양생태계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잘피는 염생식물과 더불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탄소흡수원임에도 대규모 잘피숲 조성을 위한 생산기술이 확보돼 있지 않고 조성 면적도 협소한 실정이다. 앞으로 2050 탄소중립 실현과 정책 기여를 위해서라도 잘피숲 복원기술 고도화, 대량생산기술 개발 및 정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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