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육종, 수산종자산업의 미래를 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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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체육종, 수산종자산업의 미래를 선도한다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2.06.2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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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국립수산과학원 어류육종연구센터장
이정호 국립수산과학원 어류육종연구센터장

‘총성 없는 전쟁, 종자전쟁’, ‘생명반도체’, ‘식탁 위의 반도체’. 이는 모두 미래산업, 고부가가치 성장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종자산업’을 일컫는 말들이다.

세계 종자 시장은 매년 연평균 5% 이상 성장해 2012년 449억 달러에서 2020년에는 614억 달러로 확대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종자 연관 산업까지 포함하면 780억 달러로 추정되며 이는 반도체 시장(645억  달러)을 뛰어넘는 수치다.

이에 전 세계는 종자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생물유전자의 확보와 신품종 개발 등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으며, 거대자본의 글로벌 종자기업들은 인수합병 및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종자산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코자 노력하고 있다.  

세계 수산분야도 종자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과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노르웨이의 대서양 연어라고 할 수 있다.

수산업 선진국인 노르웨이는 세계 최대의 연어수출국으로 1968년 정부 주도로 대서양 연어의 육종연구를 착수해 1960년대 양식기술을 개발, 1970년대부터 상업적 연어양식을 시작해 현재는 전세계 연어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1990년대부터 수산 보조금 지원정책에서 연구개발(육종기술, 사료 및 시스템 개발 등)에 집중 투자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게 되면서 양식산업이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전환됐다.

이러한 노르웨이 정부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지원으로 연어 육종사업이 진행돼 선발육종기법으로 자연산 연어보다 300% 빠르게 성장하는 우수한 품종의 대서양연어를 개량할 수 있었고, 최근에는 유전체 선발 육종기법으로 연어의 다형질 육종에 성공해 2016년부터 성장, 색택, 특정 세균성 및 기생충성 질병에 대한 저항성을 개선한 7가지 형질이 개선된 품종을 개발해 상품화하고 있다. 

넙치는 국내 수산 분야에서 최초로 종자 개량을 위한 육종연구를 시작한 어종으로 국내 수산종자 선발육종연구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넙치양식은 1981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인공종묘 생산 및 양성 기술을 개발하면서 본격적인 넙치 대량 양식생산이 시작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넙치양식 생산량은 비약적으로 증가해 2021년 넙치양식 생산량은 4만1800톤으로 국내 어류 양식생산량(8만4100톤) 중 약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넙치 연근해어업 생산량(2021년 2900톤)보다 14.4배 많은 양을 양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또한 2005년부터는 일본과 미국에 수출을 시작했고, 일본의 한국산 넙치 수요 증가로 수출량이 계속 증가해 2019년 수출액이 25억 달러에 달했다. 이와 같은 넙치양식의 비약적인 발전은 양식 현장의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더불어 국립수산과학원의 종자 개발에 대한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수산종자산업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국립수산과학원은 2004년에 육종연구센터를 설립해 유전자 표지를 이용한 분자육종과 전통적인 선발육종을 접목한 육종기술로 품종 개량 연구를 수행했고, 2010년 성장과 체형이 개선된 육종넙치 신품종인 ‘킹넙치’를 개발해 민간에 보급해왔다. 현재는 킹넙치 보급 활성화를 위해 국유특허 전용실시권을 민간업체에 기술 이전해 민간에서 킹넙치 수정란 보급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비시장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품종 개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속성장, 내병성 및 환경내성 등 다기능성 양식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유전체 정보 기반의 첨단 육종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전통적인 선발육종방법은 품종을 개량하는 데 장기간이 소요되며, 개량할 수 있는 형질의 범위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질병 내성이나 고수온 내성과 같은 특성의 개량은 선발육종 방법으로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에 유전체 전반에 걸친 유전변이 마커를 사용해 특정 형질을 개선할 수 있으며, 우수한 개체의 조기선발과 단기간 형질 개선이 가능한 최신 육종기술인 유전체 선발을 도입했다. 디지털 정보 기반의 유전체육종의 핵심은 대용량 유전자 디지털 정보의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육종연구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축적된 유전체정보와 표현형정보를 융합해 정보의 상관관계를 분석함으로써 개체의 형질예측 시뮬레이션을 도출하는 것이다. 

유전체 육종가를 계산하는 형질예측 프로그램은 우수종자 생산을 위한 정밀육종을 가능하게 해 수산종자 품종 개량의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유전체 선발기법은 전통적인 선발육종 연구를 기반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국립수산과학원은 미래지향적인 육종연구를 위한 핵심기반 요소자원과 기술을 상당 부분 확보하고 있다.

이에 유전체 육종을 통해 성장이 빠르고, 질병에 강하며, 수온 변화에 강한 넙치 신품종 개발로 머지않아 전 세계 수산종자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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