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국내 유일의 민물김연구센터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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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국내 유일의 민물김연구센터를 가다
  • 안현선 기자
  • 승인 2022.05.0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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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에서만 나는 민물김… 맛도 영양도 ‘엄지척’

삼척시 2018년 9월 센터 문 열고 본격적 연구 돌입
당뇨·대장암 치료제로 활용 가능한 기능성물질 함유
3년여 동안 종자 생산기술 개발하고 특허 12건 획득
대량생산기술 확보하면 지역민에게 기술 이전 예정

김의 맛과 효능이야 두말할 것도 없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바다에서 나는 김에 대한 얘기였다.

그렇다면 강에서 나는 김은 어떨까.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의 소한천이라는 강에선 국내에서 유일하게 민물김이 자생한다. 그래서 삼척시는 민물김의 효능을 연구하고 양식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18년 9월 소한천 바로 앞에 ‘민물김연구센터(이하 센터)’를 설립했다.

삼척시의 든든한 지원으로 3년여가 흐른 지금 센터는 민물김 양식기술 개발에 성공함은 물론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4월 19일 민물김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김동삼 박사를 만나 민물김 생태와 연구 성과에 대해 들어봤다.

서식 환경 까다롭고 생태 특성 독특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고 먹고 있는 김은 바다에서 채취한 김이고, 이곳 소한천에서 나는 김은 민물김으로 강에서 나는 김이다.

한반도에선 총 3군데에서 민물김이 자생한다는 기록이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9년 일본 학자 오카다(Okada)가 함경남도 문천군 지산리에서 민물김을 채취해 북해도대학이 소장하고 있으나 화학적 처리로 분석이 불가능한 상태다. 

국내에선 강원도 영월군 중동면 직동리 막골계곡에서 1960년대까지 민물김이 자생해 10월경 주민들이 채취해 식용했으나 약 50년 전에 탄광 개발로 멸종됐다. 그래서 국내 유일의 민물김 자생지로 남은 한 곳이 소한천이다. 소한천 민물김은 1967년 산모의 몸조리용으로 식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외부에 처음으로 알려졌고, 1970년 고려대학교 생물학과 박만규 교수에 의해 식물학회지에 보고됐다.

그렇다면 민물김은 왜 소한천에서만 자생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해 김 박사는 “소한천이 가지는 독특한 환경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 박사는 “소한천은 석회암 암반지역이며, 물이 땅 밑에서 지표면 위로 솟아 나오는 용천수여서 최저 온도가 6℃, 최고 온도가 18℃로 연평균 12~14℃를 유지한다”면서 “빠른 유속과 풍부한 유량도 민물김 생태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항염·부종 등에 효능 가진 성분 함유

그렇다면 민물김에 주목해야 할 만한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민물김이 희귀종이라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영양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우수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김 박사의 얘기에 따르면 민물김은 재래김과 파래김에 비해 수분과 탄수화물 구성요소가 높고 칼슘, 인, 아연의 무기질 함량이 높다. 또 민물김은 당류 구성요소 중 만노스(Mannose)의 함량이 재래김과 파래김보다 6~9배가량 높았는데, 만노스는 혈당을 낮춰주며 바이러스 세균의 침투를 막는 항염 효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민물김에는 바다김에서는 관찰되지 않는 만니톨(Mannitol)이라는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는데, 이 만니톨은 부종을 빼주는 데 매우 효과적인 성분이다. 그래서 민물김에 대한 영양학적 가치를 몰랐던 옛날에도 이 지역 주민들은 산후 조리를 위해 미역국 대신 민물김을 먹었던 듯싶다.

더욱이 민물김에는 약리활성 기능성물질도 포함돼 있어 당뇨·대장암 치료제, 주름 개선 및 미백 화장품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에 센터는 산업화의 일환으로 민물김 추출물을 연구해 주름 개선, 피부 미백, 항산화, 상처 치유 등과 관련한 특허를 12건 획득하는 성과를 올렸다. 김 박사는 “삼척 민물김 상표등록은 물론 주름 개선 화장품, 상처 치유 제품 등의 판매와 관련한 특허를 선점해놨다”고 말했다.

민물김의 영양성분이 뛰어나다는 점은 입증됐다지만, 과연 맛은 어떨까. 김 박사가 건넨 마른김 형태의 민물김은 파래김처럼 푸른색이 강했다. 기자의 입맛엔 강에서 나는 김이지만 비린 맛이 전혀 없었고, 오래 씹을수록 단맛이 배어 나오며 입안에서 붙지도 질기지도 않았다.

 ‘민물김연구회’ 구성해 운영할 계획

민물김은 소한천 내에서도 1km 구간에서만 생산돼 연간 생산량이 10kg밖에 안 된다. 이에 센터는 민물김 양식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민물김 종 보존과 포자 배양기술을 확보했으며, 종자 생산기술 개발에도 성공했다.

종자 생산을 통해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3kg의 민물김을 생산했으며, 올해는 10kg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물김 제품화와 산업화를 위해선 지금보다 더 많은 물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센터는 더욱 발전된 종자 생산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최종적으로는 대량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박사는 “센터의 최종 목표는 소한천에서 나는 민물김은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양식기술은 주민들에게 이전하는 것”이라며 “그 대신에 민물김을 통한 2차, 3차 산업을 삼척시 소득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물김에 대한 연구는 일본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오이타, 구마모토 등 39개 하천의 상류 일부 지역에서 서식하는 민물김은 일본 내에서 ‘가와노리’라고 불리며, 우리나라와 비슷한 서식환경에서 자생한다. 일본 역시 민물김을 양식하는 데 성공해 판매도 되고 있는데, 1장당 2만 원이 넘는 고가에 거래되고 있어 상업적 가치는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김 박사는 “삼척시에서 민물김이라는 단일 품종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기에 짧은 시간 내에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면서 “주민들의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민물김연구회’를 구성해 운영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5월 3일부터 ‘소한계곡 민물김 생태탐방로’가 다시 개방된다. 이곳을 방문하면 민물김이 배양장에서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야생화 정원 등을 거닐며 자연의 고즈넉한 여유로움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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