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수산인의 날 대통령 표창 수상한 ‘원해수산’ 정채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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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수산인의 날 대통령 표창 수상한 ‘원해수산’ 정채길 사장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2.05.02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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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업 35년 외길 인생… 업계 선구자로 인정

종자 배양으로 시작해 노력 끝에 새우양식에도 성공
점농어·돌돔·숭어 종자 생산… 어촌계 무료 분양도
태풍 볼라벤으로 파산 위기 맞았으나 가까스로 회생
생물여과조 없는 새우양식 기술 확립해 산업화 앞둬

 

전남 진도군 고군면 벽파길 109. 해남군 황산면과 마주하고 있는 해안가 1만2000여 평의 축제식 양식장을 바라보는 정채길 원해수산 사장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피어 오른다. 지난 4월 1일 열린 수산인의 날 기념식에서 정 사장은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지난 1988년 여수수전(현 전남대) 양식학과를 졸업하고 넙치 등 어류 종묘 생산장의 기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지 35년 만에 그동안 쏟은 노력이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1990년 종자 배양을 주업으로 하는 원해수산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종자업계의 터줏대감으로 자리하며 생존한 것 자체가 그동안의 보상이라고 스스로 생각해왔지만, 이번 대통령 표창은 정부와 업계 등 외부에서 인정받는 일이라 보람과 긍지도 갖게 됐다.

새우 종자 입식을 앞두고 양식장 사전 점검에 여념이 없는 지난 4월 19일 장화와 작업복을 걸친 정 사장은 양식장 전체를 걸어서 돌아보며 꼼꼼하게 점검을 하고 있었다. 한국종자산업연합회 전남지부장을 맡고 있지만 협회 업무를 제외하고는 바깥 출입이 거의 없다. 양식장에서 24시간 보내는 것도 흔한 일상이다.

그동안의 노력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 수상

종자 생산, 특히 바다어류 양식용 종자 생산 분야에선 최고의 실력자로 인정받고 있는 정 사장이지만 실패와 좌절, 양식장 이전 등 갖은 풍상을 겪었다. 지난 2019년 축제식 새우양식을 겸하면서 양식장 경영에 안정을 꾀하고 새로운 비상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지난 1995년 어업인후계자(현 수산업경영인)로 선정된 이후 1996년부터 자체 생산한 넙치와 점농어 종자는 원해수산의 기술력 덕분에 업계 내에서 인기 상품이었다. 전남 여수가 고향이지만 제주도와 전남 완도에서 사업체를 운영해 종자 생산업계 내 교류도 활발했다.

제주지역 넙치양식장과 전남 여수, 완도의 가두리양식장 수요가 항상 밀릴 정도였다. 점농어, 돌돔, 숭어 등 유영어류 종자는 전국에서 소문이 날 정도였다. 자체 생산한 종자 중 일부는 인접 어촌계에 무상으로 공급해 수산자원 조성에도 기여했다. 또한 자체 개발한 기술을 종자 생산업계를 대상으로 기술교육도 실시해 종자 생산기술의 전파와 확산에도 앞장섰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전남 무안에 대규모 종자 생산시설도 마련했다. 완도와 무안, 진도 등의 종자배양장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종자를 생산·보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역 특성에 맞는 우량 종자 생산과 보급으로 해상 가두리 양식장의 대량생산체제 구축과 안정적인 해상 가두리 양식 정착에 일익을 담당하기도 했다.

2000년 완도군 수산신지식인으로 인정되고, 2007년 국립수산과학원장상, 2008년 국무총리 표창, 2018년 국민소득 1조 원 달성 진도군수 표창 등을 수상했다. 2002년부터 한국해산어류종묘협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2015년부터 한국수산종자산업협회 전남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1987년엔 법무부가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고 개인과 공공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해 선정한 선도위원으로 활동하고, 1997년엔 경찰행정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완도경찰서장상을 수상하는 등 지역사회 봉사활동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태풍에 무너진 꿈, 2019년 다시 일어나

하지만 지속적으로 번창하고 발전할 것 같았던 사업이 2012년 태풍 볼라벤으로 하나씩 무너져내렸다. 무안 양식장은 쑥대밭이 됐으며 이 때문에 자금난이 지속되면서 완도양식장도 떠나게 됐다. 종자 생산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면서 원해수산의 기반이 됐던 완도양식장은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밀려드는 자금난에 포기하고 말았다.

모든 재산을 처분해 빚을 갚고도 모자랐다. 유일하게 남았던 진도 벽파로 돌아와 남아 있는 빚을 갚아나갔다. 두문불출하며 양식장을 벗어나지 않고 눈물의 세월을 보냈다. 태풍 피해 이후 8년 만인 지난 2019년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인생으로 돌아섰다.

2015년 축제식 양식장에서 바이오플락 기술을 접목한 새우양식을 겸하면서 회생의 기미가 보였다. 양식 기술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어 모든 지식을 동원하고 기술 습득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친환경 양식 시스템이 가능하도록 최적 용존산소와 수소이온 농도를 유지하는 관리방법을 동원했다. 최근에는 생물여과조가 없는 비용절감형 새우양식 기술을 확립해 산업화를 앞두고 있다.

흰다리새우의 사료 전환 효율을 높여 성장을 촉진하고 고밀도 사육, 적기 출하를 위한 중간육성 방식을 도입해 생산성을 2배 이상 높이기도 했다. 특히 적기 출하를 위한 중간육성에 성공함으로써 상업형 양식 기술의 필요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연중 출하를 위해 냉동시설 확보를 서두르고 있으며, 새우 부가가치 향상을 위한 차별화된 시스템 도입도 구상 중이다.

종자산업과 양식업 재도약에 기여

‘개인의 이익보다 수산업 전체를 생각하는 깨어 있는 의식과 능동적인 자세로 수산인을 선도해 타의 모범이 되고 있다.’

대통령 표창장에 정 사장의 공적을 함축해놓은 문구다. 하지만 정 사장은 가장 의미 있는 것이 30년 이상을 업계에 종사하며 생존해 있고 다시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종자 생산과 양식업에 온몸을 바쳐온 외길 인생이었지만 업계의 선구자로, 참된 양식인으로 인정받은 것이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정 사장은 “종자 생산업계가 갈수록 침체 위기에 직면하고 양식산업도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면서도 “지속적인 양식산업 발전과 지역 산업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작은 것부터 계획하고 실천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으로 유명한 ‘울돌목’을 인근에 두고 있는 벽파항은 최근 ‘불꺼진 항구’라고 불린다. 진도와 제주를 잇는 관문이기도 했던 이곳은 진도대교가 개통되면서 과거의 영화를 잃고 이정표에서도 찾기 힘든 항구로 전락했다.

정 사장은 “외세의 침략에 맞서 4년간 투쟁했던 삼별초가 웅거했던 용장성터가 있을 만큼 강한 기운이 자리한 곳이 이곳 벽파 지역”이라면서 “벽파의 기운이 국내 종자 생산은 물론 새우, 어류 등의 양식업 전체로 번져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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