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 박극제 부산공동어시장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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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 바란다] 박극제 부산공동어시장 대표이사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2.05.0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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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에 더 큰 관심 가져주길”

고등어 총생산량 90%가 어시장 통해 국내외로 유통
수산업계 미래 이끌어갈 현대화사업 내년 착공 앞둬
자동선별기 시범운영으로 데이터 축적해 인력난 해결
현대화사업 순항 위해 정부·지자체 행정적 지원 절실

 

박극제 부산공동어시장 대표이사
박극제 부산공동어시장 대표이사

부산공동어시장의 존재 이유는 국민에게 신선한 수산물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것이다. 태생과 본질을 살펴보면, 1963년 개장해 이제 곧 60세를 앞두고 있다. 국내 연근해어업 생산량의 약 30%, 그중 고등어는 총생산량의 90%가 이곳을 통해 전국 각지 그리고 해외로 유통되는 등 부산공동어시장은 전국 최대 규모의 산지 위판장이다. 

경매만 하다 보니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려워 잘 모르거나 낯설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 규모와 역할에 비춰보면 해양수산도시 부산의 상징과도 다름없다.

부산공동어시장, 그 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사람들의 삶이 얽혀 있다. 고기 잡는 선사, 수산물을 하역하고 선별하는 항운노조, 경매에서 수산물을 수매하는 중도매인, 또 그들과 거래하는 유통업체, 물류 차량, 소비자들과 직접 맞닿은 소매인들까지 수많은 사람, 즉 국민의 삶과 애환이 함께 어우러지는 곳이 바로 부산공동어시장이다.

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 추진 경과

이런 어시장이 노후화로 안전 문제, 바닥 경매와 같은 위생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주목받게 되자 2014년 부산시민, 그리고 수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의 염원인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이 정부·지자체 지원사업으로 결정됐다.

현대화사업은 기존 산지 시장들이 그러하듯 위판사업에 중점을 두는 것은 물론 관광 기능의 통합까지 고려되고 있다. 이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까지 감안한다면 수산업계는 물론 지역경제에 미칠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은 2015년부터 설계예산 국비 교부로 빠르게 시작될 것 같았으나 기획재정부의 예산 교부 수시 배정 결정으로 묶였었고, 이를 풀기 위해 중앙도매시장으로의 개장, 어시장 법인 전환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2년이 걸렸다.

이후 2017년 설계를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 신청 당시 빠진 사항과 인건비, 자재비 등 물가 상승에 의한 설계상 예산 초과 문제로 2018년 또다시 중단됐고, 이후 부산시의 어시장 공영화 인수 의견에 따른 협상 개시와 결렬 등의 과정을 거치며 또 2~3년이 지났다.

그리고 2021년 공동어시장과 부산시는 사업 추진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고, 최선을 다해 함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공동선언식’을 개최하고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중간설계 단계를 마무리하려 했으나, 부산시의회에서 공공성 확보방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예산 교부를 반대하는 사태에 직면하기도 했다.

결국에는 온갖 이슈를 끝내 이겨내고, 드디어 내년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및 외국인 근로자 수급 비상

현대화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지난 10년, 그동안 우리는 어시장 현대화사업이 초현대적인 시설을 기반으로 한 비위생적인 바닥 경매의 탈피, 저온 위판 시스템을 통한 신선도 유지 등 일본과 유럽 여러 국가의 선진 어시장을 롤모델로 한 혁신을 이루기를 원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당연한 전제와 함께 절실하고 불가피한 문제로 공동어시장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 가장 큰 이유로는 현장 인력 수급 문제를 꼽을 수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위판사업에 필요한 인력의 대부분을 부산항운노조에서 공급한다. 항운노조는 원활한 위판을 위해 국내 근로자는 물론 외국인 근로자들을 경매작업 현장에 투입해왔다. 그러나 2020년 초 부산지방노동청에서는 부산항운노조가 갖는 국내 근로자 공급 사업권으로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부산공동어시장에 공급하는 것은 권한 밖이라고 판단했고, 이에 전체 50%인 약 500명에 달하는 외국인 인력 수급이 어려워졌다.

부산공동어시장의 경우 성어기(10~12월경) 하루 약 8만~10만 상자를 경매하는데, 이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야간부터 작업을 시작해 다음 날 경매가 시작되는 오전 6시까지 약 1000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외국인 인력 수급이 어려워진 현재는 약 500명으로 6만 상자 정도를 처리하는 것이 한계인 상황이다. 부산항운노조, 노동청 등과 함께 비자 문제 등 여러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협의했지만, 여전히 외국인 인력 수급 문제의 해결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외국인 근로자를 대체할 인력을 찾기는 더더욱 힘들다. 고령화 시대에 내국인들조차 열악한 환경의 어시장 일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만성적인 인력난은 앞으로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인력 부족, 어획물 신선도와 어가에 영향

인력 부족 문제로 위판이 지연되고 이에 따라 어획물의 신선도가 낮아져 어가도 떨어지면서 지난해에는 선사들이 조업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까지 고려했다. 부산공동어시장으로 입항된 물량 전체를 당일에 처리하지 못하자 일부 어선들은 다른 지역의 위판장으로 뱃머리를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들에서도 작업인력과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공동어시장 중도매인들이 가진 정도의 매수력이 뒷받침되지 못해 어업 생산인들은 제대로 된 어가를 받지 못했다.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어창에 있는 고기라도 얼른 비우고 가겠다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 반복된다면 어시장을 생계로 하는 어업 생산인, 중도매인, 상인 등 수많은 종사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

또 좀 더 안전하고 신선한 수산물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국민에게까지 큰 피해로 귀결될 수 있다. 인력 부족 문제는 수산업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이고,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자동선별기 등 장비 인프라 마련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수년 전 제작돼 방치돼 있던 선어 자동선별기 2대를 수리·보완해 시범운영을 거쳐 현장에 투입했다. 선별기 2대를 합쳐 시간당 약 1000상자, 하루 약 8000~1만 상자를 처리했고, 어종에 따라 샘플 경매를 병행해 적체된 위판물량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지난해 해양수산부의 산지 위생안전 시스템 구축사업 추가 공모에서 자동선별기 제작 사업자로 선정되며 국비 예산을 확보했기에 자동선별기를 추가로 제작해 다가올 성어기 위판에 차질이 없도록 장비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자동선별기 시범운영은 향후 현대화사업에도 큰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자동선별기 도입은 현대화사업이 완료되기 전까지 위판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현대화사업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함께 경험, 데이터를 축적할 것이며, 이를 토대로 향후 성공적인 현대화사업을 이끌어낼 각오다. 앞으로 현대화사업이 순항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앞서 말했듯 부산공동어시장은 국민에게 신선한 수산물을 신속히 공급하기 위해 존재하기에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은 우리나라 어업을 비롯해 수산업 전체가 지속할 수 있도록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시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작이자 기준이 될 것이다.

우리 수산업은 국가 식량산업의 주역으로 국민들의 먹거리를 묵묵히 지켜왔지만 최근 몇 년간 한일 어업협상 지연, 인력 부족 문제, 유가 상승,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수산물 소비 위축 등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고 정책적으로도 소외돼 있음을 느낀다.

대한민국 수산업이 다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부산공동어시장이 가진 상징적 의미와 기능을 잘 이해해 현대화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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