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 위지연 ㈜청산바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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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 바란다] 위지연 ㈜청산바다 대표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2.05.0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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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산업, 지속 가능토록 연구·투자 늘리자

창업 프로그램 도입해 청년이 전복 양식 참여토록 하고
디지털 플랫폼과 AI 양식 위한 빅데이터 구축에 투자를
먹이용 미역값 급등… 친환경 녹색사료 개발·보급 시급
전복산업 발전과 소비 촉진 위해선 가공산업 육성돼야

 

위지연 (주) 청산바다 대표
위지연 (주) 청산바다 대표

한국에서의 전복 양식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자랑할 만한 친환경적 조건에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어업이다. 미역, 다시마 등을 전복의 먹이로 사용함으로써 해조류 양식을 수반해 탄소를 흡수하고, 어류의 은신처를 제공해 어족자원을 보호하며, 부영양화된 해역의 영양염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바다 환경을 정화시킨다.

신선하고 질 좋은 미역, 다시마 등 천연 해조류만으로 양식되는 전복을 1kg 생산하는 데 해조 2kg이 필요한 만큼 전복산업은 해조 양식산업을 견인하는 주요한 산업임에 틀림이 없다.

책임 있는 양식을 위한 어업인들의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청산바다영어조합법인과 완도의 14어가에서는 2018년 세계 최초로 해상 가두리에서 양식되는 전복으로 ASC(양식관리협의회) 국제인증을 획득해 수출량이 확대되고 있고, 거기서 더 나아가 올 4월 기준 39개소가 인증을 유지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ASC 인증 양식장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가 됐다.

어업인 열정과 도전으로 일군 토종산업

전복 양식은 지난 1980년대 국립수산과학원의 어업인 기술 보급사업으로 시작됐으나, 해상 가두리 양식에 필요한 기자재와 우수한 종자 개발은 어업인들의 열정과 도전으로 탄생했다.

민간에서 주도한 전복 양식산업의 성장으로 전복은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수산물로서 일본, 중국,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로 수출되고 있고 미국, 캐나다 등 서구에서도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다.

반도체보다 빠르게 성장한 전복 양식산업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수산물 중 가장 금액 비중이 큰 산업이다. 게다가 종자, 먹이, 기자재 등 연관 산업에서도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를 활용해 생산되는 보기 드문 토종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연간 출하 가능한 전복의 가치는 약 1조 원, 전복 양식을 위한 해상 가두리와 선박 등 기자재·장치산업을 포함한 부대 산업까지 더한다면 3조 원의 가치가 훌쩍 넘는다.

우리나라의 전복 양식 생산량은 연간 2만 톤 이상으로, 세계 제2위 생산국이다. 전복의 가치는 우수한 단백질 공급원, 고급 식자재, 수출 가능한 수산물이란 데서 찾을 수 있지만 현재 전복의 빠른 성장과 생산, 폐사 저감을 위한 연구만 진행됐을 뿐 전복의 가치를 높일 만한 다양한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은 미미하다.

그러나 뉴질랜드와 호주, 미국 등 전복을 취식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역설적이게도 식품으로서의 활용 가치뿐만 아니라 장갑차나 인공위성 등의 외피 같은 군수물자, 불연소 건축자재, 화장품, 의약품, 의료용 및 미용 소재 등 다양한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애로사항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을 논하지 않더라도,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피폐해진 어촌의 현실, 산지 유통조직과 가공·수출업체의 인력난, 인프라 부족을 겪는 업체들의 어려움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와 더불어 2023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 실현되면 우리 어업인의 일상을 지속시킬 수 있을까?

기후변화의 예측 불허, 통제 불가능 상태에 이른 어장 환경, 열성화된 전복 종자, 대체먹이 개발 등 지속 가능한 전복산업을 위협하는 많은 변수를 관리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전복산업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정부가 다섯 가지의 현안·애로 해소를 위해 노력해주기를 당부해본다.
 
◇ 인재 육성 및 창업 지원 확대
첫째, 젊고 우수한 국내 인력이 수산기업의 핵심 기술을 익히고 관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수산 인재 육성과 수산 창업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대부분 가업 승계로 이어지는 해상 양식의 경우도 어촌계와의 협의를 바탕으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해 청년들이 양식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전복산업 빅데이터 구축 시급
둘째, 전복산업의 디지털 플랫폼과 AI 양식을 위한 빅데이터 구축 등에 시급한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
해외에서 수입되는 양식 설비나 수산 기자재에 대한 의존은 빅데이터 구축을 위한 원천 데이터의 해외 유출을 불러오고, 국내 기반 수요를 차단해 미래 양식산업의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 어장 환경 연구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위한 국가 예산을 세우고 적지 평가와 더불어 맞춤형 종자를 보급해 어업인들의 수고가 소득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어장 환경 관리 및 스마트 양식 지원부서의 인원을 확대하고, 환경 수용력 이내의 적정 양식과 하이테크 기반의 양식 기술을 현장에 보급하기 위한 교육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 패각 활용해 부가가치 극대화
셋째, 전복은 전부가 다 복(福)이다. 가식부의 활용성이야 식품으로도 이미 충분할 만큼 대중화가 이뤄져 있지만, 전복을 성장시키는 모든 것으로 보아도 지나침이 없는 패각은 어떠한가? 패각을 병들게 하는 다모류는 강한 산을 내뿜어 진주층을 녹이는데 이때 전복은 다량의 방어 물질을 분비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사람에게도 매우 유용한 단백질이 생성된다. 이러한 전복의 면역체계 연구를 통해 바이오 신소재 산업으로 확대해 자연 유래 최고급 화장품과 미용기능성 화장품 소재 등으로 부가가치를 극대화함으로써 전복산업의 외형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EP사료 대신할 먹이 연구
넷째, 사람과 전복이 함께 먹는 해조류에 의존하는 전복 양식은 자연환경에 무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최근 식용 미역 가격을 추월한 전복 먹이용 미역 가격이 형성되는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전복만을 위한 좋은 해조류를 하루빨리 보급해야 한다.
대형 갈조류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조류의 유용성을 검증하고, 아열대로 변한 현재의 우리나라 연안 환경에 맞는 부착 규조류를 찾고 배양할 수 있도록 어업인들에게 안내해야 한다.
전복 종자용 배합사료(EP)의 허실은 50%가 넘고, 경영의 어려움에 빠진 치패양식업계에서는 이미 어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어분을 대체할 단백질 공급을 위한 연구, EP사료를 대신할 천연규조와 대체먹이에 대한 연구를 국가적으로 진행해 친환경 녹색사료를 먹인 완전한 한국산 전복이 양식된다면 맛있고 우수한 완전식품으로서 세계시장에 수출될 수 있을 것이다.
 
◇ 전복 가공산업 육성 중요
다섯째, 전복산업의 발전은 전복 가공산업의 발전과 맥을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여 년 이상 다양한 전복 가공식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가공용 원료가 별도로 없는 전복의 특성상 가공산업은 발전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손질하기 어려운 수산물을 편리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고, 살아 있는 상태로 이송할 때 드는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점차 가공전복의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또한 태풍, 고수온 등으로 집중 출하되는 봄철에 가공을 통한 수급 관리는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하고, 다양한 소비 촉진을 위해서라도 전복 가공산업이 반드시 육성돼야 한다.
사회적 인프라가 덜 갖춰진 불공정한 현실에서 국토를 수호하며 어장을 지키는 청년 어업인들과 디지털 시대가 무엇인지 예측조차도 어려운 우리 어촌의 어르신 세대에게도 세심한 배려와 교육을 통해 함께 나아가는 방안이 필요하다.
한국 전복산업이 세계 양식산업을 선도하고, 수산식품의 한계를 넘어 생명공학과 하이테크산업으로 자리매김해 어촌을 부강하게 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활기찬 고향을 마주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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