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 김미자 서귀포수산업협동조합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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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 바란다] 김미자 서귀포수산업협동조합 조합장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2.05.0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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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우리나라의 미래… 새로운 변화 모멘텀 기대

어촌 소멸, 해상풍력, CPTPP, 해양오염 등 과제 산적
CPTPP는 어업인 생존권 위협하는 협정… 재고 촉구
바다와 어업인 생계 보존할 수 있는 대비책 마련돼야
새 정부 탄생으로 수산업계 되살아나길 간절히 염원

 

김미자 서귀포수산업협동조합 조합장

5년 만의 정권 교체로 암울한 현실 속 수산업계에도 새로운 변화의 모멘텀이 기대된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충신이자 정치인이며 탐험가인 윌터 롤리는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역사적으로도 보면 활발한 해상 활동을 하던 우리나라가 신라시대 장보고 이후 해상 활동이 줄어들면서 유럽 국가의 해양 세력에 뒤처진 것이 사실이다. 바다의 중요성은 해양시대라 일컬어지는 21세기 4차 산업혁명에 진입한 지금까지도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특성 때문에 해상 활동에 따른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는 지난 50여 년 동안 성공적인 해양산업 발전전략을 기반으로 후진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도달했다. 이러한 상황을 안다면 그 누구도 ‘해양강국을 이뤄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해양강국이 되기에는 우리 어촌과 전국 102만 수산인들의 현실은 너무나 암울하다.

어촌 소멸 위기로부터 구해야 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어가 인구는 2017년 12만1734명에서 계속 감소해 2020년 19.5% 감소한 9만7954명으로 10만 명이 붕괴됐다. 제주의 어가 인구 또한 2015~2019년에 9000여 명이던 것이 2020년 6833명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고령화율이 증가하고 있어 ‘어촌 소멸’이란 말이 단순한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촌을 지키기 위해 젊은 인력이 정착할 수 있는 주거복지의 활성화, 일자리 제공, 레저·관광산업 활성화 등의 방안들이 있지만, 가장 우선시돼야 할 것은 보여주기 식의 급진적인 사업 추진이 아니라 이러한 급격한 변화들을 기존 어촌에서 모두 수용할 수 있는지, 애써 마련한 사업들이 잘 적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일 것이다.

해상풍력 장단점 분석 및 여건 조성

기름 한 방울도 안 나오는 우리나라에서 탄소중립 정책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해상풍력으로 생산되는 신재생에너지’는 삼면이 바다로 된 우리나라의 지형 특성상 눈에 띄는 사업임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모든 사업에는 양날의 칼이 존재하는 법이다.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되면 그 지역 어업인들은 생계에 문제가 생긴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로 제주에서는 2030년까지 모든 전력 수요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우려고 많은 풍력발전기를 설치했지만, 현재 제주 바다를 둘러보면 멈춰 서 있는 풍력발전기를 많이 볼 수 있다. 모든 에너지는 생산된 만큼 소비돼야 하지만 아직까지 수요보다 많은 에너지 생산으로 소비량이 공급량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용지물이 되고, 고장 난 채 방치된 시설이 많은데도 해상풍력단지로 조성된 지역은 항해 금지구역이 돼버리기 때문에 어업인들은 생계를 이어나갈 수 없는 것이다.

예부터 과유불급이라 했다. 무작정 발전기를 늘리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해상풍력발전기를 우선적으로 활용해 전력 소비량과 공급량을 맞추며, 어업을 생업으로 삼는 어업인들의 생계도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야 할 것이다. 

CPTPP 가입은 전면 재고 필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1개국이 참여해 농수산물과 공산품의 관세 철폐와 데이터 거래 활성화, 금융·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등 경제 통합을 위해 추진된 다자 간 무역협정이다.

사실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 규칙을 바탕으로 21세기식 무역을 전파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누가 들어도 상당히 좋아 보이는 정책이다. 하지만 어떤 정책이든 장단점이 있는 법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CPTPP의 경우,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수산업 관계자들에게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협정이 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생산물의 가격 하락 문제다. 수입 농수산물이 100% 면세로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면 공급량이 늘어나 생산물의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저렴한 가격으로 농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어 좋아 보이지만, 단순히 가격만 볼 문제는 아니다. 

일본이 의장국으로 활동하는 CPTPP에 가입할 경우, 일본이 우리 정부에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조치를 해제하라고 요구한다면 이는 곧 국민의 건강과 식량 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입 의존성이 강한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보다도 수입량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국내 생산량이 줄어든다면 추후 수입에 차질이 생길 경우 식량 부족난이 생길 수도 있다. 21세기에 무슨 식량 부족난이냐 할 수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서도 위기를 느꼈기에 먼 이야기만은 아니라 생각된다.

두 번째 이유는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정책자금이나 보조금, 면세유 등의 지원이 없어지면서 어업인들의 생업 활동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수산보조금이 철폐되면 면세유 과세, 수산금융 정책자금 제한 등으로 어업 경비 부담이 늘어 경영난 가중은 불가피할 것이다.

또한 어업 경비의 증가는 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최종 소비자인 우리나라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수산보조금으로 지원됐던 정책보험의 축소는 다른 산업보다 재해율이 높은 수산 분야의 특성상 어업인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CPTPP 가입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전면 재고가 필요하다.

바다를 살리는 것이 선결 과제

20세기를 주도한 기술 중 하나로 뽑히는 플라스틱은 확실히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했지만,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환경 측면에서는 골칫거리가 됐다. 특히 해양오염 중에서도 ‘플라스틱에 점령당했다’고 할 정도로 손에 꼽히는 문제가 바로 플라스틱이다.

한 언론에서 2020년도 기준 글로벌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이 무려 4억6000만 톤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봤다. 우리나라 면적의 16배나 되는 태평양 쓰레기 섬, 내장에 너무 많은 플라스틱이 쌓여 죽은 물고기, 플라스틱에 감겨 질식사한 거북이, 페트병을 먹은 고래 등 수많은 이슈가 있긴 하지만 바다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리는 것은 아무래도 수산업계 종사자들일 것이다. 이렇듯 문제가 심각해지자 최근 다양한 기업과 개인들도 ‘리사이클’을 중시하는 친환경 트렌드가 생기고 있다. 

친환경 제품 사용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기업들은 헌 옷을 모아 새 옷으로 만들고, 폐건전지를 선별해 다시 자원화하며, 폐어망으로 섬유 소재를 만드는 등 친환경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제주에서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자치도개발공사가 대표적인 예다. 제주자치도개발공사는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서귀포수협을 선두로 제주의 한림수협, 모슬포수협, 성산포수협 등에서도 조업을 나가는 어선의 빈 페트병을 수거해오면 1.5kg 한 포대당 8000원을 보상한다는 홍보와 함께 수거를 돕고 있다.

이렇게 모아진 페트병들은 국내 아웃도어를 비롯한 패션업체의 플라스틱 재활용 의류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수의 노력만으로는 지구상의 문제를 오롯이 해결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무분별한 해양 개발과 환경오염, 현장 실정에 맞지 않는 정책 등은 바다와 어업인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이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우리 바다도 수산업계도 되살아날 수 있기를 간절히 열망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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