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리나라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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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리나라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
  • 안현선 기자
  • 승인 2022.04.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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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인 피해 최소화하는 정책적 지원 검토 서둘러야

수산물 수급 힘든 가공·외식업계 위한 대응책 마련하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경영 어려운 어선어업인 소득 지지
사료 생산단가 상승 우려되는 양식어가엔 직불금 현실화

 

러시아산 대게와 킹크랩은 프리미엄 품목으로 미국, 일본, 우리나라 순으로 거래 비중이 높고, 냉동대구와 명태는 우리나라와 중국, 베트남, 홍콩의 수입 비중이 높다. 중국으로 반입되는 러시아산 수산물은 재가공을 통해 미국,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어 수산물 교역구조가 여러 국가에 걸쳐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가운데 러시아 내에서도 생산, 수출, 결제 등 다방면에서 불안정한 상황이 증가해 글로벌 수산물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러시아산 수산물 수입 비중 높아

 2021년 수입량을 기준으로 대러시아 주요 수입 수산물 품목의 국가별 수입선을 살펴보면 러시아산 비중이 냉동 중심으로 80% 이상을 차지했다.

노르웨이산 연어의 경우 기존의 운송경로였던 러시아 영공이 단절됨에 따라 경로를 우회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으며, 운송비 증가로 연어 가격이 상승했다. 관련 업계 인터뷰와 소비자 가격을 조사해본 결과, 실제 냉동명태와 노르웨이산 연어는 대러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망에서 배제하는 제재가 발효되고 러시아 영공이 폐쇄된 올해 3월 초를 기점으로 가격 상승폭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한·러 합작선사 어획 수산물 이 국내로 정상적으로 반입되고 있고, 대금 결제 문제는 현재까지 차질이 없음을 발표한 가운데, 유통업계도 자체 비축물량으로 단기적으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명태 등 주요 품목에 대한 수급 안정이 필요할 경우 비축물량 방출, 상생 할인행사, 수입 다변화, 업계 지원방안 검토를 모색하고 있음을 밝혔다.

노르웨이산 연어 항공 단절로 가격 상승

동유럽 분쟁 사태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항공로 폐쇄 등이 발생하면서 러시아산 수산물뿐만 아니라 러시아 항공로를 통해 수입되던 노르웨이산 수산물 수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연합(EU)이 러시아 항공사의 EU 영공 진입을 금지하고 러시아 역시 유럽 국가 대상으로 자국 영공을 폐쇄했다. 한국으로 오는 유럽 항공편 대부분이 러시아를 경유해 유럽 항공사들은 한국행 항공편을 임시 중단하거나 우회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노르웨이산 수산물의 경우 다른 항로로 우회해 수입되고 있으나, 운송료가 크게 늘어 노르웨이산 연어 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급격한 가격 상승(일주일 새 도매가격 62.5% 상승, 3월 2일 기준)에 기인한 시장 변동성 확대로 국내 소매점과 식당(횟집)의 연어 물량 조달과 판매에 영향이 예상된다.

냉동명태, 가공업계 원물 조달에 영향

냉동명태(머리, 내장 등이 제거되지 않은 원물로 주로 북어, 황태 등 가공용) 수입이 감소하면서 북어, 황태 등 가공용 명태 공급 부족 문제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 5년간 러시아에 대한 냉동명태 수입 의존도는 전체 수입량의 84.9%로, 이 중 97% 이상이 한·러 합작선 조업을 통해 수입되고 있다.

경제 제재 확대로 원양선사 입어료, 합작선사 조업 경비 및 수입 대금 지급이 어려워질 경우, 냉동명태 공급 급감으로 국내 가공업과 요식업계 원료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가격 상승, 폐업 등의 연쇄적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명태뿐만 아니라, 대구, 대게 등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수산물에 대한 공급 감소로 가격 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상승으로 어선어업 경영 악화 예상

 일부 연근해어업(주로 근해어업)에서는 출어비용 중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 수준으로 국제유가와 밀접하게 연동된 면세유 가격 상승으로 경영 악화가 예상된다. 국제유가 상승은 면세유 가격 상승 요인으로 이어지고, 이는 생산자물가 상승과 직접적 연관이 있어, 수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따라 어분, 전분, 대두박 등으로 구성된 양어용 사료의 생산단가 또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사료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밀과 대두박은 2021년 3월 평균가격 대비 각각 약 87%, 약 18% 상승했다. 양식품종별, 방법별로 사료의 식물성 원료 구성이 달라 양식 특성에 따라 어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산물 수급 현황 모니터링해야

명태는 3~6월 어기 종료 후 수입 및 재고로 국내에 공급되는데, 현재 재고(11만 톤)를 보유해 수급에 큰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재고 물량이 있어 단기적인 수급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이나, 안정적인 공급에 대한 불안감으로 시장 교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수급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정보를 업계에 지속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신선·냉장연어와 같이 일부 품목은 운임 상승 영향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이므로, 냉동제품으로 대체해 안정적인 공급을 지원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급 대체 가능성이 적어 수급 문제 발생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른 국가로부터 공급을 대체할 가능성이 적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대금 결제 문제가 지속돼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공용으로 사용되는 명태의 경우 한·러 합작선을 통해서 대부분 공급되기 때문에 합작선 조업이 중단되면 단기적으로 대체 가능한 방법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산 대게는 운송시간 문제로 상품성이 좋지 못해 러시아산 활대게를 대체하기에는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능성 존재

 러시아 협력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연합체계 간 대립구도에서 기인한 수산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능성을 주시할 필요성이 있다.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된다면, 현재 단절된 러시아 항공로가 점차 개방됨에 따라 시간을 두고 정상 수준으로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국지전이 지속될 경우, 러시아 항공로를 배제한 유럽산 수산물(연어 등) 운송 경로 고착화, 경제 제재 구도 속에 러시아와의 교역 단절이 발생할 수 있으며 불안정한 공급구조에서 미국, 캐나다를 통한 수입선 대체, 다변화에 대한 움직임이 확대될 수 있다.

확전에 따른 신냉전구도가 강화되면 현재 중국에서 가공을 거쳐 반출되는 러시아 원산 수산물까지 제재 대상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수급 불안정, 가격 변동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다른 국가로의 대체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수입 경로를 다양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품목별 주요 수입국, 수입선 대체 가능성, 재고 물량 등 수입 수산물 수급 변동성 확대에 대응한 연구 및 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명태와 같이 대체 가능성이 낮은 품목에 대해서는 연육 등의 제품을 활용하는 등 소비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추가적으로 러시아 수입 의존도가 높은 수산물을 대체할 수 있는 수산물도 수급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등 다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유가 상승하면 어가소득 11% 감소 예상

 국제유가 상승은 연근해어업 경영비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생산량 감소와 이에 따른 어가소득 감소, 생산자가격 상승 등 다양한 수급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산 부문 전망모형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2022년 어로어업 생산량은 기존 전망치보다 5.6%, 일반 해면어업 소득은 9.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이 하반기까지 지속될 경우, 2022년 어로어업 생산량은 기존 전망치보다 6.6%, 일반 해면어업 소득은 11.2% 감소하고 생산자가격은 4.2% 상승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어가소득 지지, 생산량 감소 대비, 생산자가격 상승에 대응해 경영 정상화방안도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수산물 소비쿠폰 사업 확대를 통해 어가소득 지지 효과를 노릴 필요성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주요 품종 수급 모니터링 강화와 함께 도·소매점, 대형할인마트, 식당 등 소비패턴 분석을 위한 모니터링 사업을 전개해 어가 경영 안정화와 관련된 정책 수혜 대상을 구체화해야 한다. 차후에는 연료절감형 수산업 생산기반 구축을 통해 경영 악화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정부 정책적 지원방안 마련 필요

사료가격 상승은 단기적으로는 내수면양식 경영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해면양식은 생사료를 주로 사용하고, 내수면양식은 일부 품종을 제외하고 배합사료를 사용한다. 내수면양식 경영비에서 사료비(40.6%) 항목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사료 구성 비율에서 식물성 원료(대두박) 비중이 해면어종보다 높아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사태 장기화 시 양식업 전체에 영향이 미칠 것은 불가피하다. 장기적으로는 내수면양식뿐만 아니라, 해면양식에서도 배합사료 사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동유럽 분쟁 장기화 시 내수면 양식업계뿐만 아니라 해면 양식업계의 경영비 상승도 우려된다. 배합사료 사용에 대한 직불금 현실화 등 정책적 지원을 통해 양식어가의 경영 안정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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