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숲과 갯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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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숲과 갯녹음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2.04.1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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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재 한국수산자원공단 자원사업본부장 
황선재 한국수산자원공단 자원사업본부장 

얼마 전 동해안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방송 보도를 통해 국민 대부분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 3월 4일부터 13일까지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은 213시간이라는 역대 최장시간과 총 2만923ha의 최대 피해면적을 기록했다. 산불은 산림 파괴와 주택 소실 등 많은 경제적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이를 복원하는 데도 수십 년 이상 걸린다.

삼면이 바다로 열려 있는 우리나라의 바다에도 숲이 있고 육지의 산불과 같은 갯녹음이 있다. 바다숲은 해조류나 해초류가 서식하면서 군락을 이루는 지역이다. 바다숲은 수산생물과 인간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바다숲은 2009년부터 국가 예산을 지원받아 현재까지 한국수산자원공단에서 직접 조성해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전국 연안 211개소에 2만6644ha를 조성했다. 서울 면적의 약 44%를 차지한다. 앞으로 2030년까지 5만4000ha를 조성할 계획이다.

바다숲 조성은 산림숲 조성에 비해 예산이 적지만, 조성비용은 많이 드는 사업이다. 지난해 바다숲 조성사업비는 300억 원이고 산림숲 조성사업비는 1319억 원이었다. 조성면적도 바다숲은 2386ha이었으나, 산림숲은 2만311ha였다. 이번 울진, 삼척 산불로 소실된 산림 면적이 1년 동안 조성한 산림숲 면적과 거의 같다. 앞서 말한 바닷속 산불과 같은 갯녹음은 기후변화, 조식동물 증가, 연안오염 등으로 해조류가 사라지고 갯바위나 수중 암반지역에 산호조류만 남게 되는 현상이다.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도 전 연안에 갯녹음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해조류 서식처의 50% 이상인 약 10만ha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갯녹음을 이소야케(Isoyake, 磯燒け)라고 하는데, 이는 ‘바위에 불이 났다’는 뜻이다. 육상의 산불에 비유한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2019~2020년 우리나라 전국 연안의 갯녹음 발생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초분광 항공영상 촬영기법과 초분광 드론을 이용해 유·무절 산호조류의 피도를 조사했다. 조사 수심은 동해와 제주지역은 수심 20m, 서해는 수심 5m, 남해는 수심 10m까지다. 

조사 결과 전체 조사암반 면적은 3만8033ha이며 이 중 갯녹음 지역은 1만2730ha로 조사면적의 33.5%를 차지한다. 특히 갯녹음 지역 중 현재 갯녹음이 진행 중인 곳이 7789ha이며 심각한 지역이 4941ha이다.

지역별로 동해가 갯녹음 면적비율이 48.3%이고 그다음이 제주해역으로 33.3%이다. 갯녹음이 매우 심각한 지역은 유·무절 산호조류의 피도가 80% 이상이고 조식동물인 성게의 밀도가 20마리 이상/㎡이며 대형 갈조류는 거의 소실된 지역이다. 2014년부터 매년 바다숲 조성면적은 대략 3000ha 내외로 조성해오고 있지만 갯녹음이 심각한 지역을 회복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것 같다. 

바다숲 조성은 연안어장의 생태계를 복원하고 황폐화된 갯녹음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동안 바다숲 조성을 통해 생태계의 건강성을 점차 찾아가고 있고 해조류나 저서생물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바다숲 조성지의 연간 수산물의 잠재생산력은 단위 ha당 5800만 원이고 경제적 총 가치는 244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옛 속담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키가 한길이니 열 길은 대략 크게 잡아도 수심 20m 이내이다. 바닷속은 직접 들어가지 않으면 실제 보이지 않는 공간이다. 그래서 보이지 않고 모르기 때문에 그 가치를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육지의 푸른 숲도 가꿔야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바다의 푸른 숲을 지속적으로 가꿔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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