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수산물 소비, ‘제철’이 아닌 ‘연중’이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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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수산물 소비, ‘제철’이 아닌 ‘연중’이 돼야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2.03.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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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장
이남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장

눈이 흩날리던 지난 2월 중순 서울 목동의 대형마트에 갔다. 식품매장 입구에는 다양한 색의 딸기가 진열돼 있고, 딸기 특유의 달콤한 향이 넓은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문득 ‘딸기의 제철은 언제일까?’ 궁금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딸기 제철은 1~5월이다”라는 답변이 많다. 그러나 딸기는 가을에 심어 이듬해 봄에 수확이 가능한 작물로, 실제 딸기의 제철(수확기)은 5~6월 즉, 봄이다. 

최근 농산물은 ‘제철’이라는 말이 의미 없을 정도로 연중 생산되고 있다. 단순히 제철이 아닌 시기임에도 딸기를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을 넘어, 제철보다 더 신선하고 맛있는 데다 품종도 다양한 딸기가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이 딸기의 제철을 봄이 아닌 1~5월로 오해하는 것도 당연할지 모른다.

제철에 상관없이 연중 맛있는 딸기를 먹을 수 있는 시대. 이처럼 연중 농산물 생산이 가능할 수 있게 된 것은 우선 고도의 시설재배를 통해 계절성의 한계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소비자의 선호도(맛, 색, 향 등)를 분석해 이에 적합한 신품종을 개발하고 다각도의 산업화 노력을 해온 덕분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제철 여부에 상관없이 딸기를 먹고 있으며, 이는 시장 규모의 확대, 품목 생산업의 규모화 및 수급 안정화로 이어져 ‘산업 성장의 선순환 고리’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농산물과 달리 수산물의 경우 봄이면 ‘도다리’, 가을이면 ‘전어’라고 말할 정도로 제철 수산물에 대한 인식이 강하다. ‘제철 여부’가 수산물 소비의 주요 판단기준 중 하나로 작용한다. 소량 다품종이 생산되는 우리나라 어업 환경을 고려하면 특정 시기 대량의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해양수산부에서 수산물 소비 활성화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이달의 수산물’ 선정도 국민들이 제철 수산물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기술 발달에 힘입어 양식업은 어획 어업과 달리 사육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원하는 시기에 필요한 양을 생산할 수 있다. 여전히 해조류와 패류 양식업은 자연환경 의존성이 크기 때문에 제철 수산물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양식 어류의 경우 기술적으로는 연중 생산이 가능하다. 양식 밀도나 방법 개선을 통한 생산 규모를 조정할 수 있고, 입식량 및 시기를 조절함으로써 소비자가 원하는 시기에 출하할 수 있다. 그동안 업계나 연구기관 등의 노력으로 어류 양식은 ‘연중 생산’이 가능한 단계로 발전했으나, 소비는 여전히 ‘제철 수산물’이라는 인식의 관행적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면, 국내 새우 양식의 경우 예전에는 5월에 종자를 입식해 10월쯤 출하했으나, 최근에는 양식 기술의 발달로 기존보다 이른 3월에 입식하고 7월 하순부터 출하한다. 이러한 조기 생산되는 양식 새우가 전체의 80% 이상을 점한다. 결과적으로 ‘가을 새우’가 아니라 ‘여름 새우’가 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가을 새우’라는 제철 수산물에 대한 인식이 강해, 소비는 주로 가을철에 집중된다. 이러한 조기 출하의 생산구조 변화와 관행적인 소비패턴의 괴리로 국내 양식 새우의 가격은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어업인에게 또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식 기술의 발전에 따라 조기 출하 및 연중 생산이 가능한 양식수산물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 양식 어류인 광어의 경우 연간 두 차례(봄, 가을) 입식이 이뤄지는데, 수정란 입식 조정을 통해 광어 종자 입식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육종, 가온 및 사료 개발 등 양식 기술 발전을 통해 광어 양성기간 및 출하시기 조절이 가능해 기술적으로는 소비자가 원하는 시기에 필요한 양의 광어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또한 전복 양식업의 경우도 전복 종자의 입식시기가 지속적으로 앞당겨지고 있고 크기도 커지고 있으며, 양식 기술의 발전으로 양성기간도 짧아져 전복 출하에 소요되는 기간이 3년에서 최근엔 18개월이면 상품의 출하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광어와 전복의 경우 ‘제철’이라는 인식이 많이 희석된 것이 사실이다. 언제든지 마트에서 가면 광어와 전복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앞서 필자는 광어와 전복의 연중 생산체계 확립에 있어 ‘기술적’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이는 이론과 현실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는 의미로 기술적으로는 연중 생산이 가능하지만, 농산물에 비하면 양성기간이 길고 자연재해나 병해 등 인위적 통제 범위를 벗어난 외생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양식 새우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철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관행적 인식이 수급 및 가격안정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제철 여부에 상관없이 다양한 맛과 향이 좋아 딸기를 선호하는 것처럼 양식수산물도 ‘제철이 언제인가?’라는 인식 없이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지갑을 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선결과제는 ‘연중 생산’이 기본이 돼야 한다. 이는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기술적으로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 단, 수요의 변동성을 고려한 수급 조절 필요성을 전제로 한다. 다음으로는 역설적인 말일 수 있으나, ‘소비자들이 제철 수산물을 선호하는 이유’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맛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 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양식수산물의 경우 소비자들의 선호나 기호에 상관없이 공급자 관점에만 충실해 생산된 제품을 소비자가 찾기를 기다리는 소극적 생산체계에 머물러 있다.

딸기의 사례처럼 제철보다 맛있고 다양한 신상품을 매대에 올림으로써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고, 제철이 아니어도 소비자들이 찾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수산물은 여전히 제철 여부가 소비자들의 구매나 선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식수산물도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신품종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육종 연구가 밑바탕이 돼야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양식수산물도 소비자가 원하는 시기에 필요한 양을 공급할 수 있는 연중 생산체계를 갖추는 것은 이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더 나아가 소비자가 원하는 맛, 소비자의 식습관과 선호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소비자 관점에서의 대응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인식 전환을 위한 마케팅적 접근도 필요하겠으나, 좀 더 근본적으로는 신품종 개발을 위한 기초과학의 육성에 적극적 관심과 지속적 지원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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