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홍진영어조합법인 참치양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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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홍진영어조합법인 참치양식장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2.01.1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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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남 사장 “참다랑어 산업화 꿈 이뤄낼 것”

참치 양식 상업적 출하에 성공… 주문하면 당일 잡아 공급
상업적 양식 위해서는 자연산 치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종자 문제 해결 위해 양식어업인이 치어 어획 가능케 해야
대형선망업계가 치어 어획 나서도록 자금 지원 고려 필요

평균 유영 속도는 시속 60㎞, 최고 시속 160㎞에 달하는 참다랑어를 쫓아 태평양과 대서양을 누비며 최고의 참치 사냥꾼으로 명성을 날린 홍진영어조합법인 홍석남 사장. 고급 일식집에서 맛보는 귀한 생선 대접을 받는 참치는 국내 원양어선들의 활약에 힘입어 한때 국내 수산물 수출의 주요 품목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육질이 부드럽고 맛이 뛰어나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참다랑어의 가치를 진작에 실감한 홍 사장은 지난 2007년 참치를 직접 키우는 데 뛰어들었다.

2007년 참다랑어 양식 도전
경남 통영 삼덕항에서 30여 km, 뱃길로 1시간 10분여 거리의 욕지도. 남해안의 어업 전진기지 역할을 했던 욕지도는 최근 어선어업이 사양길에 접어든 반면 기르는 어업의 전진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귀한 생선인 참치 양식이 결실을 맺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욕지항에서 해안길을 따라 반대편 정상의 전망대에 오르면 한적한 어촌마을 덕동 포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 앞바다 한가운데에는 원통형 노란 표식을 한 구조물이 자리해 가두리양식장임을 알려준다. 덕동 포구에서 배로 20여분 거리의 가두리 시설은 직경이 25m, 그물 깊이 15m의 초대형으로, 5개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참치 선망 선장을 그만둔 홍 사장은 홍진실업에 관리직으로 일해왔으나 지난 2007년, 정치망에서 치어가 잡히면서 참치 완전양식에 도전하게 됐다. 2011년 35ha의 외해 가두리를 만들어 본격적인 참다랑어 양식을 시작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지난 2002년부터 참치 양식 연구를 시작하면서 홍 사장은 시험연구에도 참여하고 종묘 생산을 위한 시설도 제공했다. 정치망에서 포획해 사육한 200여 마리를 친어로 관리하면서 수정란 생산에도 참여했다. 해양수산부도 참다랑어를 수산물 유망품목으로 지정해 정책적 육성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2012년 태풍 볼라벤, 2013년 여름 적조 내습으로 키우던 참다랑어가 대부분 폐사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치어를 다시 입식해 재도전에 나서 2018년 6월 참다랑어 산업화의 길을 열었다. 정치망에서 어획한 3∼4kg 자연산 치어를 2년여 키워 30kg 이상으로 성장시켰다. 마침내 2018년 6월 공식적인 출하를 하게 됐다. 신라호텔과 파라다이스 호텔, 참치전문점 등에 납품됐다. 소규모 시범사업에서 상업용 출하에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태풍과 적조로 실패 겪고도 상업적 출하 성공
양식에 나선 지 10년 만이었다. 주문을 하게 되면 당일 양식장에서 크레인 낚싯대로 잡아 공급하게 된다. 낚은 참다랑어는 그 자리에서 바로 피와 내장을 제거해 부패를 막는다. 참다랑어는 신선함을 유지한 채 전국의 유명 호텔이나 일식집으로 납품된다. 공급량이 많지 않지만 냉동참치만을 접했던 소비자들에게는 획기적인 참치 맛의 진수를 느끼게 해준다.

출하식에 참석했던 당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참다랑어 출하는 수산 분야 혁신성장의 성장모델로 향후 고부가 품종 양식 개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10년의 꿈은 절반의 성공에 머물러 있다. 홍진실업영어조합법인은 올해 운영 방식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 그동안 모기업으로 운영에 참여했던 원양어업 기반의 홍진실업이 경영에서 손을 떼고 홍 사장이 단독으로 이끌어나가게 된다. 최고의 참치사냥꾼에서 최초 참다랑어 양식인으로 선구자적인 역할에 이어 이제는 참치 완전양식인으로 변신을 준비 중이다.

겨울에 접어드는 지난해 12월 욕지도 가두리 현장에서 만난 홍 사장은 “참치 완전양식과 대중화를 위해 개인적인 경험과 역량을 동원해 꿈이 현실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곳 가두리에는 현재 2개 가두리에 참치가 사육되고 있고 나머지는 인근 정치망에서 잡히는 고등어가 양식되고 있다. 사료인 전갱이를 가두리 안으로 던지면 대형 참다랑어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잽싸게 먹이를 낚아채가지만, 사육되는 참치는 예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 전남 거문도 등지의 참다랑어 양식장들도 사정은 비슷한 상태다.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현장과 괴리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8년 상업적 출하식 이후 참다랑어 양식을 위해 인프라 구축, 종자 공급 기반 마련, 대량생산 여건 조성, 고부가가치 확충이라는 양식정책 방향을 마련했다. 기술 개발과 참다랑어 전문연구센터 구축 및 연구인력 확보, 인공종자 대량생산 기술 개발, 종자센터 구축, 나아가 참다랑어 양식 관련 단체 육성과 양식보험제도 개발 및 대량 생산단지 구축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종자 수급이 관건… 지원 확대와 제도 개선 필요
가장 시급한 것이 종자 수급 문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2015년 참다랑어 인공종자 생산기술 개발에 성공해 완전양식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기술 개발에 성공했지만 양식용 종자로 공급될 만큼 산업화 기반은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참다랑어 양식에 나선 일본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상업적 양식을 위해서는 자연산 치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진영어조합법인은 자연산 치어를 비롯해 일본에서의 종자 수입 등도 추진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대형 가두리를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다랑어는 자원 회복을 위해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 북방위원회에서 각국에 어획 쿼터를 정해둔다. 우리나라는 671톤이며 초과어획이 금지돼 있다. 해양수산부는 대형선망과 정치망 등 어업별로 어획량을 배정한다. 총 쿼터 671톤 중 대형선망, 정치망, 끌낚시, 기타, 해양수산부 유보량 등이다. 초과 어획량은 위판이 금지돼 있어 바다에 버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자연산 치어의 양식용 종자 수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본과 호주, 멕시코 등은 자연산 치어를 양식용 종자로 사용한다.

홍진영어조합법인은 지난 2018년 30여 톤의 상업적 출하 이후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며 산업적 기반이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상황이 녹록하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홍 사장은 “제주도와 동해안에서는 자연산 치어가 어획되지만 양식용 종자로 공급되기 어려운 상황이며, 쿼터량이 많은 대형선망업계 역시 양식용 종자 사용 목적으로 어획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며 “종자 문제 해결을 위해 양식어업인이 참다랑어 치어 어획이 가능하도록 양식어업인에게 연구시험용이나 일시적 한정 면허를 부여해 정치망 어획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제도 개선과 함께 특히 어획 쿼터 배정량이 많은 대형선망업계가 한시적으로나마 양식용 치어 어획에 나설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홍진영어조합법인 대형 가두리에는 60∼120kg으로 자란 200여 마리의 참다랑어가 사육 중이다. 유유히 유영하다가 사료를 던져주면 커다란 물보라를 일으키며 먹이를 낚아챈다. 펄떡거리는 참치 떼가 망망대해를 가로지르며 이동하는 장관이 이곳 양식장에서도 연출된다. 홍 사장의 꿈이 실현된다면 살아 있는 참치 맛을 소비자들이 직접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홍 대표는 “참다랑어는 다랑어 중에서도 가장 귀하고 맛이 좋아 부가가치 측면에서 양식업계에 불루오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양식산업화를 통해 참다랑어 대중화에 앞장설 것”이라면서 “정부와 연구기관, 양식어업인이 힘을 합친다면 목표 달성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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