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류산업 혁신을 위한 필요충분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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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류산업 혁신을 위한 필요충분조건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1.12.2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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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동 부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헌동 부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패류(shellfish)는 연체동물문에 속하는 동물 중 패각이 있는 것을 총칭하는데, 일상에서 흔히 먹는 굴, 전복, 홍합 등의 조개류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약 80%가 양식업, 나머지는 연근해어업을 통해 생산된다. 최근 3년 평균 생산량은 52만 톤, 생산액은 1조2000억 원 수준이다.

국내 양식업 생산액을 살펴보면, 패류가 9595억 원으로 가장 많고 어류 8902억 원, 해조류 8238억 원 순이다. 패류 생산액이 어류나 해조류에 비해 더 많다고? 수산업계에서도 의외라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그런데 사실이다. 지금껏 패류는 국민 식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어류, 그리고 수산물 생산·수출 1위의 해조류(김)에 밀려 정책적으로 관심이 부족했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측면도 있다.

패류산업은 전복과 굴 2개 품종에 편중된 생산구조를 갖고 있다. 전복은 패류 생산량의 5%에 불과하지만 생산액은 63%, 굴은 패류 생산량의 73%지만 생산액은 24%를 차지한다. 하나라도 무너지면 패류산업 기반이 크게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다.

그런데 이 패류산업이 최근 들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산이 완도, 진도 등 전남에 집중된 전복은 시설 확대와 어장환경 악화로 인한 폐사 증가, 초과공급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양식경영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일본으로의 활전복 수출이 고착화되면서 고차가공품 개발을 통한 수출국 다변화, 물류비 절감을 통한 산업경쟁력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다.

굴은 사정이 좀 더 심각하다. 장기간 양식으로 인한 품종 열성화와 성장 부진, 집단폐사 발생으로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입국 제한으로 박신 인력을 구하지 못해 생산에 큰 차질을 빚으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바지락, 홍합, 꼬막과 같은 기타 패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연재해, 어장환경 악화와 폐사, 수급 변동성 심화로 요약되는 패류산업의 위기는 더이상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가 된 지 오래다.

앞으로 우리나라 패류산업은 ‘생산의 안정화’라는 필요조건과 ‘고부가가치 수출산업화’라는 충분조건의 화두를 모두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우선 안정적 생산이 전제되지 않으면 가공산업 육성을 통한 수출산업화는 요원하다. 생산성이 저하된 어장환경을 개선하고, 자연재해 대응력을 강화하여 지속가능한 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 실효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단편적인 예를 들면, ‘어장관리법’에서 규정한 어장관리해역 지정, 어장휴식 등의 정책수단이 실행력을 갖도록 친환경양식 육성사업 대상자 선정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수산공익직불제에 ‘어장휴식직불제’를 신설하는 대책도 고려할 수 있다. 자연재해에 대비하여 재해취약지역의 양식보험 가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거나, 예찰·예보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패류가공산업의 고부가가치 수출산업화는 갈 길이 멀다. ‘수산물 가공업통계(2019)’에 따르면 국내 수산가공품 생산액에서 패류의 비중은 2.8%에 불과해 생산규모에 비해 가공 수준이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패류가공은 영세한 소규모 생산자와 가공업체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연구개발(R&D)이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가공․상품화 역량이 대단히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패류가공산업의 발전을 위해 민간영역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첨단기술을 개발․보급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가칭)패류바이오·가공연구센터’ 설립을 제안하고자 한다.

현재 국립수산과학원의 패류 R&D는 생산단계 위해관리, 해역위생평가, 패류독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대적으로 패류자원의 건강기능성과 영양, 첨단 가공기술 개발과 기술이전은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해조류의 관련 R&D가 국내 산·학·연에 광범위하게 구축되어있는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신규 센터는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조직 또는 권역별 수산식품 클러스터에 전복, 굴 등 품종별로 특화하여 설립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산·학·연 공동 R&D 모델로 설립하는 방안 등이 다양하게 논의될 수 있다.

앞으로 패류산업의 고부가가치 수출산업화, 첨단기술을 선도할 새로운 혁신생태계 모델에 대해 우리 수산업계가 지혜를 모아 본격적으로 논의해보자! 패류산업의 재도약!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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