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 분야 사업 일몰제 더 이상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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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 분야 사업 일몰제 더 이상 없어야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1.12.2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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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는 2022년도 어촌뉴딜 300사업 신규 대상지 50개소를 선정·발표했다. 지난 2019년 1차 연도 사업이 시작된 어촌뉴딜 300사업은 내년도 신규 사업지 선정을 끝으로 300개소가 모두 결정됐다. 더 이상 신규 사업지 선정은 없으며, 이미 선정된 사업지의 조성작업만 진행되게 된다.

수산 분야 사업 중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된 어촌뉴딜 300사업은 어촌의 정주환경 개선은 물론 어촌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기반 조성사업으로 전국 어촌과 연안 지자체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사업 대상지 선정에 해당 어촌은 물론 지자체까지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서고 심지어 힘 있는 국회의원들까지 동원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어촌뉴딜 300사업의 인기가 높은 또 다른 이유는 우리 어촌사회의 정주여건이나 기반시설이 그만큼 부족하거나 부실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내년 사업 대상지 선정 과정에서 계속 사업으로 진행해달라는 요청이 봇물을 이루기도 했다.
해양수산부는 이러한 어촌사회의 요구를 감안해 명칭을 달리해 내년도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어촌 소멸에 대비한 어촌 활력 증진 시범사업이 그것이다. 내년도에 4개소를 선정해 개소당 70억 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범사업이 본사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해양수산부는 어촌뉴딜300사업의 계속사업으로 진행할 계획이라지만 재정당국을 이해시킬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우선 어촌뉴딜 300사업과 비교해 사업 규모가 대폭 축소된다. 어촌뉴딜 300사업은 올해까지 총 1조6000억 원이 투자됐고, 2022년 7350억 원이 투입되는 등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약 3조 원(국비 2조1000억 원, 지방비 9000억 원)이 투자되는 어촌지역에 대한 역대 최대 투자사업이 됐다. 개소당 100억 원이 투입된 것에 비해 시범사업은 30여억 원이 줄어든다. 4년간 지원되지만 사업비의 70%만 지원된다.


사업의 추진 역시 지자체를 통해 공모가 진행되며 어촌계나 마을 단위의 사업이 달라지게 된다. 책임 운영과 사업 수행을 지방 정부가 확실하게 할 수 있겠지만 주민들의 동의와 협조가 필수적인 어촌 개발사업이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어촌뉴딜 300사업은 어촌이 보유한 핵심자원을 활용해 차별화된 콘텐츠를 발굴하고 어촌·어항 통합개발을 통해 사업 효과를 극대화하며 어항 및 항·포구를 중심으로 인접한 배후 어촌마을까지 포함한 통합개발이 핵심이다.


어촌사회에서는 사업 예산 규모를 떠나 어촌의 필수 기반시설의 현대화, 어촌지역의 다양한 활용, 특화사업 추진 등을 위해 2019년 첫 사업 대상지 선정 때부터 일몰 사업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는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에 대한 장치만 더했을 뿐 계속사업에 대한 구상은 없었다. 사업 대상지 선정 마지막 해인 올해 들어서 겨우 일몰에 대비한 대책이 나온 것이다.


수산 분야의 중·장기 발전계획에 포함된 사업 중 일몰제에 걸려 사업이 중단된 사례는 여러 번 발생했다. 수산자원 조성의 핵심 사업이었던 대규모 바다목장 사업을 비롯해 수산물 품목을 지정, 집중 육성해 1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하겠다던 10대 수출 전략품목 육성사업, 미래 수산업의 핵심 기술인 수산종자사업이 후속 대책없이 중단됐다.


2000년 이후 매년 4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던 바다목장화 사업은 인공어초 투입 등에 대한 논란 이후 중소 규모 사업으로 변경됐다. 수산분야 10대 전략품목 육성사업은 2013년부터 1조7000억 원을 투입해 2020년까지 수산물 1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하겠다는 당찬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후 양식수산물 전략품목 육성사업으로 변경돼 R&D 수준으로 전락했다.


2012년부터 미래식량 안보에 대비하고, 수산종자 기술 강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추진된 골든시드 프로젝트(GSP)는 2021년까지 총 9년간, 사업비는 총 748억 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올해를 마지막으로 종료됐다. 


해양수산부는 어촌 활력 증진 시범사업의 안착 여부, 사업 효과 등을 분석해 향후 어촌소멸 대응을 위한 주력사업으로의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나 대응이 없다면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다. 어렵게 얻은 결과물도 방치하거나 외면하는 해양수산부라면 시범사업에 그칠 공산도 없지 않다.

일몰이라는 제도 역시 사업 포기 또는 방치에 핑곗거리로 활용할 수 있다. 단계적 지원사업이라 할지라도 필요성이나 효율, 기여도가 높은 사업은 사전에 지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어촌뉴딜 300사업이 일몰제에 걸려 좌초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어촌과 어업인에게 돌아갈 것이다. 수산 분야 정책 사업이 일몰제에 걸려 한순간에 사라지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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