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괴리된 스티로폼 부표 제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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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 괴리된 스티로폼 부표 제로화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1.12.1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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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와 바람에 쉽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의 주범으로 바다쓰레기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티로폼 부자의 완전 퇴출 가능성에 대해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어장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퇴출을 위한 법적 근거는 마련했지만 의견 수렴과정에서 불만과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최근 경남과 전남에서 연이어 개최된 스티로폼 제로화 정책을 토론하는 열린소통포럼에서도 실행방안에 대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당장 김과 굴양식장에서는 내년부터, 그 외 품목의 양식장에서는 오는 2023년부터 스티로폼 부표 사용을 금지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실제 시행을 위해서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4년까지 전국 양식어업 현장에서 친환경 부표를 100% 사용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2024년까지 양식장 스티로폼 부표 제로화를 목표로 올해 양식장에 친환경 부표 571만 개를 보급하고, 부표 품질 개선 및 친환경 양식어법 보급 등을 위해 매년 예산을 적극 투자해나간다는 것이 해양수산부가 밝힌 스티로폼 제로화 로드맵이다. 또한 플라스틱을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소량만 사용하는 제3의 차세대 소재 부표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실험실을 현장으로 옮기는 리빙랩 연구개발도 구상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단계적 금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친환경 부표 인증업체를 대상으로 공급 가능량에 관한 사전 조사를 마쳤으며 어업인, 지자체, 환경단체 등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권역별 설명회도 수차례 가져 의견 수렴 과정도 거치고 있다. 열린소통포럼은 스티로폼 부표 사용 금지에 대한 최종 의견 수렴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법적 근거와 입법예고, 현장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스티로폼 부표 제로화의 가능성이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대체재인 친환경 부표의 공급 가격이다. 어업 현장에서는 스티로폼 부표 제로화에 대한 관심이 높고 교체 필요성에도 동의하고 있다. 국내 최대 굴양식장이 있는 경남 통영·거제, 전남 완도 등지의 많은 굴양식어업인들도 친환경 부표 전환에 동의하고 있다. 태풍이나 파도에 떠밀려온 해양쓰레기의 주종이 스티로폼 부표이며 이것이 바다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어 현장 어업인들도 교체나 전환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 부표는 스티로폼 부표보다 가격이 3∼4배 비싸다. 중앙과 지방 정부에서 각각 35%를 지원해주지만 본인 부담금이 30%에 달해 부담이 만만찮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교체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동참하는 비율이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지자체가 정부 지원금을 반납해야 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어업인 자부담 비율을 낮춰주지 않을 경우 교체율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강제 집행도 가능하겠지만 현장 어업인들이 동의하고 실행할 수 있는 지원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제로화 달성이 무한정 늦춰질 수도 있다.

자부담 비율 하향 조정과 폐스티로폼 회수·처리비용 확보는 해양수산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년 후 제로화를 추진하면서 당장 내년도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해 정책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정부 지원의 전제조건이 되는 스티로폼 부자의 반납도 문제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폐스티로폼을 수거해 반납하고 처리해야 한다. 이에 대한 비용 발생 부분에 대해서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현장 어업인들의 주장이다.

또한 친환경 부표는 각 제품에 대해 3년마다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 1개당 인증 비용이 적지 않고, 인증기준이 바뀌지 않음에도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 친환경 부표 생산업계에서는 인증을 현실에 맞게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재인증보다는 인증 후 관리, 보급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장에서 개최된 열린소통포럼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됐으며, 친환경 부표의 발전 방향에 대한 토론도 진행됐다. 정부의 스티로폼 제로화 로드맵과 달리 현장의 인식은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을 것이다.

따라서 적극적인 소통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정책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면 확대방안을 강구하고 제시해야 한다. 정책 전환에 공감도가 높으면서도 가격 등의 문제로 망설이는 현장 어업인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스티로폼 부자의 완전 퇴출은 어업인의 손에 달려 있다. 이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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