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양식 클러스터사업과 연어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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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양식 클러스터사업과 연어양식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1.10.08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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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연어양식 활성화 대책에 대해 양식업계에서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다. 개소당 4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스마트양식 클러스터사업 대상지 3곳을 활용해 국내 연어양식을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이 어떻게 수립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해양수산부는 이번 계획에서 연간 4만 톤이 수입되는 연어를 국내에서 양식산업화해 대체효과는 물론 1단계는 2024년까지 생산기지 조성과 실증 생산에 착수해 1만 톤 생산을 목표로 하고, 2단계는 2028년까지 종자 생산 등 기술 국산화 및 산업고도화를 통해 4만 톤을 생산하며, 2029년 이후에는 아시아시장 등 수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 양식업체가 상생 모델을 구축해 협력해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1600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 1조 원 이상의 생산 유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의 이러한 계획에 대해 양식업계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며 다양한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개소당 400억 원이 투입되며 현재 5개소의 사업대상지가 선정된 스마트양식 클러스터사업을 중단 또는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가장 먼저 나온 의문점이다. 그동안 해양수산부가 핵심사업으로 추진하다가 슬그머니 사라진 주요 정책들의 전철을 또다시 밟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수산혁신 2030을 비롯해 종자를 자연산에 의존하는 뱀장어 종자 세계 최초 성공, 침하식 외해 가두리를 이용한 참치양식, 동해에서 사라진 명태 되살리기 등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핵심정책들은 이제 흔적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폐기 처분된 상태다.

스마트양식 클러스터사업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자동화·지능화한 스마트양식장과 대량생산단지, 가공·유통·수출단지, 연구개발, 인력 양성 등 연관 산업이 모여 있는 대규모 단지를 조성하는, 국내 양식산업의 일대 변혁을 기대하고 추진된 사업이다. 올해까지 부산, 경남, 전남, 강원, 경북 등 5개소가 사업대상지로 선정됐다. 사업대상지 개소당 4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는 사업이기도 하다. 정부도 국내 양식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스마트양식으로 통칭하고 있을 정도다.

한데 사업이 실제 진행되면서 사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각종 문제들이 발생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대상 어종 선택에서부터 양식방법, 규모, 민간 참여방법, 기술 개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갈수록 노출되고 얽힌 실타래는 더욱 꼬여만 가고 있다.

사업 주체도 일부는 민간업체가, 일부는 지자체가 맡는가 하면, 대상품종이 변경되기도 했다. 경남 사천의 사업지는 온수 공급시설 문제로 대상 어종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전남 사업지는 품종이 이미 변경됐다. 또한 책정된 예산 대부분이 시설 조성사업에 국한돼 있어 시설 완공 후 기술 개발이나 운영비 마련이 최대 관건으로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급기야 해양수산부가 연어양식산업 활성화라는 계획에 전체 사업의 60%를 연어양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 나오게 된 것이다. 실패한 정책들이 사라지는 상황과 너무나 닮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해양수산부의 면피 또는 도피처로 연어양식을 끌어들인 것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연어 시장이 60조 원 규모임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도 양식산업화가 진행돼야 한다. 연간 국내로 수입되는 연어만 4만 톤 규모다. 연간 수입금액만 4000억 원이 넘는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시장 규모도 급성장하고 있다. 50년 이상 축적된 무지개송어 종자 생산·양성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산업화를 앞당길 수 있는 여건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동원, GS건설 등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어 중소 양식업체들과의 상생·협력 모델도 구축할 수 있다. 연어양식의 필요성이 높으며,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가능성만으로 가용전력의 60% 이상을 쏟아부을 수는 없다.

현재 1조 원 규모로 성장한 전복, 연간 6억 달러 이상 수출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김, 일본 시장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넙치, 전 세계인들로부터 인정받는 최고의 수산물 굴 등은 국제경쟁력은 물론 시장 점유율, 성장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정책에서는 열외로 치부되고 있다. 기술력이나 시장 점유율에서 세계 선두권을 유지하는 품종은 열외로 밀어두고, 아직 걸음마도 못 한 연어에 전력을 기울이는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다. 정부 정책이 모두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는 없다. 성공할 때보다 실패할 때가 많을 수도 있다. 슬그머니 포장해서 덮고 지나간다며 실패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갈팡질팡 흔들리고 있는 스마트양식 클러스터사업을 연어양식 활성화로 포장하고 덮는다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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