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위치발신장치, 통합관리와 운영이 우선돼야
상태바
어선위치발신장치, 통합관리와 운영이 우선돼야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1.10.01 1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선위치발신장치가 어선어업인들 사이에서 새로운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효과도 없는 고가의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해 자금 부담은 물론 관리에도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러한 불만은 최근 해양수산부가 어선위치발신장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다며 10월 한 달간 계도기간을 거쳐 11월부터는 본격 단속에 나설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일부 어선에서 어선위치발신장치의 작동을 고의로 차단해 불법어업을 하거나 어선 안전사고를 유발한다며 상시 작동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일시적인 고장이나 전파 수신 불량 등의 상황을 감안해 설치된 장치 중 1개 이상이 상시 작동하는 경우 과태료 처분을 면제했으나 불법 사례와 불필요한 행정 비용 발생 사례가 속출한다면 관리 강화와 과태료 부과 등 단속을 하겠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의 단속과 관리 강화 방침에 어업인들이 불만과 반발을 표시하는 이유는 정부 정책이 현장 상황을 무시한 것이며 행정편의주의적이라는 데 있다. 어업인과 어선의 안전을 위한다면 이에 걸맞은 제도가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어업인과 어선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어선위치발신기 보급사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왔다. 하지만 개발된 주체나 기관에 따라 하나둘씩 늘어나 어선 크기에 따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할 장비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어선의 크기에 따라 의무 설치·운영이 다르다. 2톤 이상 어선은 최소 2개 이상을 갖춰야 출항과 조업이 가능하다. 9.77톤 이상 근해어선은 4개를, 러시아 해역 입어선들은 의무 설치 장치가 더 늘어난다. 동해안의 경우 겨울철 기상 특보 발령 시 출항하려면 추가적인 설비를 갖춰야 한다. 이중, 삼중의 장비는 어업인이 마음먹기에 따라 먹통이 되기도 한다.

특히 불법조업이나 공조조업에 나설 경우 고장을 핑계로 장비를 끄게 된다.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인근 어장에서 짧은 시간 동안 어선위치발신장치를 끄고 경계해역을 넘나들며 침범조업을 하는 것도 이 같은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관련 장치를 정지할 경우 다른 장치의 작동 여부와 관계없이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하지만 불법어업으로 얻는 수익이 크기 때문에 과태료 부과 효과는 크지 않다. 장비 운영에 따른 사용료 납부도 어업인들에게는 부담이다.

목적에 맞는 최소한의 필수 장비만을 의무적으로 갖추게 하는 것이 어업인과 어선의 안전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보급한 장치가 방치되거나 악용되는 소지도 막아줄 수 있다. 의무화보다는 효율적인 운용을 위한 통합관리 방안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남태평양이나 대서양 등에 조업하는 원양어선들은 조업감시센터에서 한눈에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2014년 동해어업관리단에 설치된 조업감시센터는 전 세계 바다에서 조업 중인 200여 척의 원양어선을 실시간 모니터링 하고 있다. 한데 국내 조업 활동을 지원하고 감시하는 국가기관은 없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8년 어선이 특정 수역을 벗어나면 자동으로 경보가 울리는 지오펜스 설치를 추진한 바 있다. 2018년 10월 조업 중 북한수역에 나포됐다가 풀려난 홍진호 사건 후속 대책으로 나온 것이다. 또한 조업위치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임의적으로 전원을 끄거나 조작하는 행위 등을 원천 차단하는 관련 규정 마련도 추진했다. 한데 2020년까지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고 2021년 시행하려던 이러한 계획은 유야무야 없던 일로 사라졌다.

세계 바다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국내 전 연안에 적용할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과 조직, 업무를 분산해둔 상황이다. 원양어선을 모니터할 수 있도록 데이터가 들어오게끔 하는 장치를 국내 전 어선에 의무적으로 장착토록 한다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새롭게 장비가 개발될 때마다 막대한 예산 투입이 반복된다면 현장 어업인들의 참여는 낮아질 것이다. 과태료를 부과하고 단속을 강화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현장의 어려움과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동·서·남해 바다에서 조업을 하고 있는 전체 어선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조직도 만들어야 한다. 규제를 위한 제도 개선보다는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