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완연한 가을입니다. 농익은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설레어 창문을 활짝 여니 청량한 가을 밤공기마저 마음을 뒤흔들어놓네요. 20세기 프랑스 문단의 총아 알베르 카뮈는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가을은 두 번째 봄이다”라고 했습니다. 조만간 온 거리가 꽃으로 뒤덮일 두 번째 봄을 맞이하려 이 마음도 함께 설레이나 봅니다.
가을은 어느 곳에나,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들지만 유독 바다라는 공간에선 그 결이 더욱 깊습니다. 바다의 것들을 살찌우는 가을은, 어부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가을은, 가을 밤바다 위를 수놓은 별을 따라 찾아든 방전된 영혼들에게도 숨 쉴 자리를 내어줍니다.
가을밤은 헤아릴 수 없는 별을 포옹하고, 바다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가을을 담아냅니다. 그러하니, 곧 가버릴 가을을 위해 더 늦지 않게 풍요로움을 만끽하고 영혼을 가득 충전해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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