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 사각지대 놓인 어선 건조·정비 시스템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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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전 사각지대 놓인 어선 건조·정비 시스템 개선 시급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1.06.2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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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규모가 작고 영세할수록 경험에 의존해 어선 건조
어업인 안전 담보 위해선 조선소 등록 최소기준 정립 필요
건조·제조·정비산업 기술 능력 제고와 표준화 정착이 핵심
모승호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검사안전본부장
모승호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검사안전본부장

선박 안전 구성요소
육상교통의 경우 대형 차량에서 소형 오토바이까지 모든 운송수단의 교통안전이 상호 연결돼 있듯이, 해양에서의 안전 또한 대형선박과 더불어 소형선박의 안전이 확보돼야만 연안에서의 해양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해상에서의 선박 안전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①양질의 건조 ②건조 이후의 정기적인 정비 ③승무원의 선박 관리 역량 ④안전 항해 역량으로 크게 네 가지 분야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중 한 가지만이라도 미흡하다면 해양사고 발생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어선 건조·정비 연구, 관심에서 소외
세계 조선시장의 선두를 달리는 국내 대형선 건조 조선소는 자체 선박 건조 품질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관련 기술 연구 또한 국내외적으로 활발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어선의 경우 건조·정비기술 개발과 현장 애로기술 관련 연구는 그간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특히 어선 건조의 경우에는 조선소의 규모나 경영의 영세함과 함께 품질관리를 위한 교육 등의 체계적인 지원 없이 자체 경험에 의존해 어선 건조를 하고 있는 실정이며, 어선 정비산업의 경우도 역시 정비기술자의 전문적인 교육 기회도 미흡하고, 어업인의 정비 품질과 정비가격에 대한 업체 불신 등이 만연한 상태에서 영세하고 낙후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어선 건조 조선소 품질 시스템 도입 필요
국내 중·소형어선의 재질은 목선으로 시작해 1980년대 이후 강화플라스틱(FRP)재질로 확대됐으며, 현재 50톤 미만의 근해어선, 소형어선 및 레저선의 대부분을 FRP 재질이 차지하고 있다.
FRP 재질의 물성치(물질의 전기적·자기적·광학적·역학적·열적 성질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는 재료 상태에서 물성치가 결정돼 있는 강재나 목재와 달리, 완성품에서 채취한 시험편의 시험·분석을 통해 정해진다. 물성치의 우수 여부는 건조(수지와 유리섬유 등의 적층작업) 과정에서의 작업장 환경(온도, 습도, 바닥 환경 등)과 작업자의 역량에 따라 결정된다. 
이렇게 FRP 어선의 건조 품질이 작업장 환경과 작업자의 역량 등에 따라 결정됨에도 불구하고, 설계·건축 전문인력과 장비기준이 요구되는 육상건축물과 달리, 특별한 시설 및 자격(교육) 등이 없이 세무서 등록과 비산먼지 신고만으로 누구나 어선을 건조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일부 천막 수준의 열악한 조선소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어선의 대부분이 소형어선(10톤 미만)이어서 감리 등의 세밀한 품질관리가 비용적 측면에서 제도화되기 어려우며, 검사는 안전에 대한 최소기준을 확인하는 제도이므로 검사를 통한 건조 품질과 성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품질기준(QS), 시설·환경기준, 작업자 자격·경력기준, 작업장 안전기준 등을 조선소 등록 최소기준으로 정립하고, 작업자에 대한 교육을 포함해 건조 시스템에 대한 관리제도가 도입돼야 할 것이다.

어선·설비 정비산업 인프라 개선돼야
“어선 기관 정비를 믿고 맡길 수 있도록 정비업체에 대한 기준을 꼭 마련해서 어업인의 피해를 막아주시기 바랍니다.”
소형어선(10톤 미만)의 경우에도 선박의 기관 개방 정비비용은 수백만 원에 달하므로 어업인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인천 영흥도에서 어선어업을 하는 한 어업인은 이러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기관정비 품질과 가격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어선은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엔진을 포함해 수많은 부품들로 구성된 복합체로서 항시 수면에 떠 있어 자동차보다 사고로 발생하는 인명 손실의 위험성이 훨씬 크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어선 정비산업은 경영상의 어려움과 제도의 뒷받침 없이 어업인의 낮은 신뢰 등으로 매우 열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반면 육상의 경우에는 건축 분야 등에서 전문성과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시설별 안전관리 법령·규정이 마련돼 공사업체의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다. 
일례로 어선에서도 사용하는 취사·난방용 프로판가스의 경우 육상의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공급자의 의무’사항으로 안전점검의 실시와 수요자(사용자)의 계도를 요구하고 있고, 또한 안전 점검자의 자격, 인원, 점검장비, 점검기준을 정하고 있다. 인명 손상을 수반하는 화재·폭발사고의 주요 원인인 전기시설 및 가스시설 등에 대해 선박(어선)의 경우 육상법령의 적용이 제외돼 있어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선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김영진 국회의원 대표 발의)이 2020년 9월에 발의됐다. 어선 안전 확보를 위한 본 개정안을 위해 정부 또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건조·제조·정비 지정사업장의 품질 시스템 구축을 위한 첫걸음인 본 개정안은 내재돼 있는 어선 대형사고를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 확신한다. 이것은 규제 차원의 어선안전 제도가 품질관리 차원의 체계적인 안전 확보 제도로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관련 건조·제조·정비산업의 기술능력을 제고하고 표준화를 정착시킬 것이며, 무엇보다 어업인들이 그간 보이지 않게 겪어왔던 피해를 일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법안 발효 이후 조선소 및 정비업체의 수용성을 고려해 필요시 기존의 검사제도를 유지하면서, 관련 요건에 적합한 경우 정비 결과를 인정해주면서 작업자에 대한 건조·제조·정비기술 교육을 통해 점차적으로 건조·제조·정비산업의 품질 환경을 개선해나가야 어선 해양사고를 근본적으로 저감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정정비사업장제도는 그간 원도 벽지나 야간·휴일에 정비·검사를 받을 수 없음으로써 생기는 어업인과 정비업체의 애로사항을 해소해, 언제 어디서나 정비를 할 수 있고 정비 품질의 향상과 표준화를 함께 도모할 수 있는 데 그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
화재사고 등 해양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해양사고는 선박 관련 안전 주체의 활동 결과에 기인한다. 어떤 것은 내재돼 있고, 어떤 것은 즉시 사고로 이어진다. 선박 안전 활동의 주체인 조선소, 제작자, 정비업체, 승무원(선사)이 각자의 역할, 역량에 부족함이 없도록 관련 제도가 마련되고, 여기에 제3자 확인·감독 제도인 검사와 감리 등이 더해질 때 해상에서의 선박과 인명 안전이 지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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