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삼총사가 벌이는 맛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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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삼총사가 벌이는 맛의 향연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1.02.0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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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못났으나 명태가 사라진 동해에서 겨울철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과거 명태가 많이 잡히던 시절에는 생선으로 여기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무척이나 ‘귀하신 몸’. 동해안 겨울 별미 삼총사를 만나려면 포구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

개운한 맛 일품인 곰칫국, 도치알탕
강원 고성 대진항과 거진항은 해 뜰 무렵 경매와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 경매가 끝나면 도치와 장치, 곰치는 대부분 인근 식당으로 팔려간다.
세 못난이 중 모양이 가장 독특한 놈은 도치다. 막 잡은 도치는 몸을 빵빵하게 부풀려 공처럼 보인다. 물에 둥둥 떠서 헤엄치는 모습이 귀엽다. 장치는 뱀과 비슷한 생김새 때문에 어부들조차 외면하던 생선이다. 그물에 걸리면 재수 없다고 버려지던 곰치와 같은 신세였다. 그런 천덕꾸러기들이 이제는 없어서 못 팔 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다. 
식당에서 주로 파는 음식은 곰칫국과 도치알탕이다. 추위를 단번에 날려주는 곰칫국은 두말할 필요 없는 인기 메뉴. 속초나 삼척에서 고춧가루를 넣고 얼큰하게 끓이는 것과 달리 이곳 고성에서는 맑은 탕으로 먹는다. 나박나박 썬 무와 파, 마늘을 넣고 맑게 끓인 곰칫국은 지난밤의 숙취를 말끔히 해소해주는 일등 공신이다. 
도치알탕은 암컷의 알과 내장, 데친 도치 살과 신 김치를 넣어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아 생선을 꺼리는 사람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씹을 것도 없이 후룩후룩 넘어가는데다, 부드럽게 씹히는 알의 식감이 재미있다. 
대진항과 거진항에는 이른 아침 경매를 구경한 뒤 추위에 언 몸을 뜨끈한 국물로 달래줄 식당이 많다. 고성 사람들이 도치를 즐기는 방법은 알탕 외에 몇 가지가 더 있다. 숙회와 무침, 알찜이다. 수컷을 끓는 물에 데친 뒤 적당한 크기로 썰어 살짝 익히면 도치숙회가 완성된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쫀득하고 꼬들꼬들한 식감에 깜짝 놀란다. 숙회를 즐기다가 갖은 채소를 넣고 초고추장에 무치면 또 다른 음식이 된다. 
장치는 사나흘 말려 꾸덕꾸덕해지면 콩나물을 넣고 매콤하게 찌거나 무를 넣고 조린다. 이곳 사람들이 먹는 방법대로 말린 장치를 양념 없이 찐 것도 숨은 별미다. 


서정적인 겨울 바다 풍경
고성 여행길에는 볼거리도 많다. 대진항에서는 대진등대 전망대에 올라 드넓은 동해를 가슴에 품어보자. 맑은 날에는 멀리 해금강까지 보인다. 대진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드라이브하는 것도 좋다. 거진항 조금 못 미쳐 만나는 화진포는 강과 바다가 닿는 곳에 생긴 석호다. 넓은 갈대밭 위로 철새가 날아드는 겨울 화진포는 겨울 바다 못지않은 서정을 전한다.
겨울 바다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화진포해변은 일출 명소로도 인기가 높다. 이승만, 이기붕, 김일성 등 남북의 권력자들이 사용하던 별장도 주변에 있다. 
거진항을 지나 7번 국도를 타고 계속 내려가면 속초와 경계 즈음에 관동팔경 가운데 하나인 청간정이 있다. 바닷가 절벽에 절묘하게 걸터앉은 청간정은 1520년에 중수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그 이전에 만들어진 정자로 추정한다. 갑신정변 때 불탄 것을 1928년에 다시 지었다.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769년(혜공왕 5)에 창건된 화암사는 비록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수바위와 울산바위 등 주변 경관이 빼어나다. 대웅전 앞마당에 서면 멀리 바다가 보이고, 경내 찻집에서 마시는 차 한잔은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려준다. 청간정에서 화암사 가는 길목에는 대형 콘도 단지가 있어 숙박을 해결하고 온천욕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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