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이 빚어낸 초가을의 정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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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이 빚어낸 초가을의 정취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0.09.2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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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의 계절 가을이 되면 괜스레 설레고 괜스레 쓸쓸하다. 초가을에 접어든 이 시기, 전남 순천의 가을은 순천만습지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갈대의 매력 만끽할 수 있는 순천만습지
가을이 되면 순천만습지에 갈대가 흐드러진다. 그 사이를 거닐며 갈대의 매력을 만끽한다. 가족 여행객은 습지 생태 학습을 겸할 수 있다. 갈대숲탐방로 가는 길에 자연생태관, 순천만천문대, 자연의소리체험관 등 배움터가 많다. 곧장 갈대숲탐방로를 거닐어도 무방하다. 탐방로 아래 농게와 칠게, 짱뚱어 등 다양한 습지 생물이 꼼지락댄다. 연인에게는 사방이 포토 존이다. 가을빛 낭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소설가 김승옥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곳은 안개 낀 ‘무진(霧津)’의 다른 이름이다. 1964년 발표한 <무진기행>은 우리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소설이다. 작품 속 무진은 쓸쓸한 이상향이고 동경이다. 가상의 지명이지만 그곳이 순천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순천 출신 김승옥 작가 또한 “무진이 순천만에 연한 대대포”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김승옥 작가가 궁금한 이는 순천문학관에 가보자. 순천만습지에서 동천을 따라 도보 20분 거리다. 초가 9동 가운데 김승옥관이 있다. 소설가이자 극작가 김승옥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는 공간이다. 순천문학관에는 <오세암>을 쓴 동화작가 정채봉의 전시관도 있다. 그가 법정 스님과 주고받은 편지글을 읽는 즐거움이 각별하다.
순천만습지에서 와온해변이 멀지 않다. 박완서 작가가 봄꽃보다 아름답다 한 개펄이 솔섬과 어우러지는 해변이다. 특히 일몰이 장관이다. 순천만습지 용산전망대 못지않다. 근래 들어 사진 몇 장 때문에 ‘한국의 우유니’라 소문이 났는데, 그 정도는 아니고 개펄 수조의 반영을 이용하면 비슷한 느낌으로 찍을 수 있다.
시내권에는 조곡동 철도문화마을이 재미난 사진을 찍기에 좋다. 일제강점기에 조성한 철도관사마을로, ‘뉴트로’ 감성이 돋보인다. 옛 농협 창고를 개조한 청춘창고 또한 순천 여행길에 들러볼 만하다.


지친 마음을 누이는 선암사·송광사
다음 행선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선암사를 방문해보자. 편맥나무, 참나무, 굴참나무 등 온갖 나무가 무성한 숲을 이룬 길을 걸어 올라가다 보면 1713년 호암화상이 6년에 걸쳐 완공했다는 승선교가 나온다. 승선교는 역사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1963년 보물 제400호로 지정됐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저자인 유홍준 명지대 교수가 선암사 제1의 보물이라고 칭한 선암사 뒷간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우소로 유명하며 지방문화재 214호로 지정돼 있다. 목조로 된 건물 경관은 빼어나게 아름답고 독특하다. 정호승 시인은 <선암사>라는 시(詩)에서 이곳에서 “실컷 울어라”라고 했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줄 거라 했다. 바닥이 깊은 해우소는 으슥하다기보다 그윽하다. 
선암사까지 가서 송광사를 그냥 지나칠까. 송광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승을 많이 배출해 삼보사찰 가운데 승보사찰이다. 그 모습 역시 아름답다. 선암사에 승선교와 강선루가 있다면, 송광사는 삼청교와 우화각이 마중한다. 다리와 누각이 한 몸을 이뤄 대웅보전 앞에서 기다린다. 그리고 선암사에 정호승 시인의 문장이 어려 있다면, 송광사에는 <무소유>, <산방한담>의 법정 스님이 있다.
송광사 불일암은 법정 스님이 1975년에 내려와 1992년까지 기거하며 글을 쓴 곳으로, <무소유>의 산실이라 불린다. 하지만 경내에서 조금 떨어진 산중 암자라 무심코 지나는 이가 많다. 불일암에 이르는 길은 ‘무소유길’로 30분 정도 올라가야 한다. 그 이름처럼 간간한 땀방울이 몸의 욕심을 덜어낸다. 대신 고요한 숲길의 청량함이 마음을 채운다. 편백 숲에 정신이 혼미할 즈음, 법정 스님의 글귀가 쉬었다 가길 권하고, 대나무 숲의 정취에 취할 즈음에는 댓잎에 서걱서걱하는 바람이 스님의 법문인 양 귓가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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