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에 농축수산물 제외하는 개선책 필요하다
상태바
청탁금지법에 농축수산물 제외하는 개선책 필요하다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0.09.14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다가오는 추석 명절 기간에 한해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을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일시 상향하기로 한 결정에 수산업계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같은 수산업계의 반응은 연근해 수산물 생산 부진에다 코로나19와 연이은 태풍 피해로 수산업계가 유례없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업계의 절규에 정부가 긍정적인 화답을 보낸 것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권익위는 지난 7일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수산업계를 돕고 가라앉은 경기를 진작하기 위해 직무 관련 공직자 등에게 허용되는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을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일시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최근 의결했다. 이에 따라 추석 연휴가 끝나는 다음 달 4일까지 예외적으로 공직자들이 받을 수 있는 농축수산물과 가공품 선물 가액 범위가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확대된다.

청탁금지법은 지난 2016년 9월 28일 시행돼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청렴 의식을 높이는 등 우리 사회에 일정 부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온 게 사실이다. 법 제정 당시 많은 반대와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취지의 핵심사항인 부정부패 추방과 금품 수수 금지라는 환경이 조성되고 실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수산업계는 연근해 수산물 생산 부진에 더해 코로나19와 연이은 태풍 피해로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 또한 각종 행사가 전면 취소되고 학교급식 중단, 외식소비 부진 등이 겹치면서 경영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소비 부진을 일시적으로나마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추석 명절이다. 그러나 청탁금지법에 의해 부진 극복 기회마저 살리지 못할 처지에 놓이게 될 판이었다.

명절 선물로 소비되는 수산물은 굴비와 전복 등 고급 수산물이지만 김과 멸치, 고등어와 갈치 등 전 국민들이 선호하는 수산물도 큰몫을 차지하고 있다. 연간 국내 수산물 총 소비액의 약 20% 이상이 두 번의 명절기간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수산물도 생산 부진 등으로 가격이 높아져 현재 규정된 가액으로는 선물 품목으로 선정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수산업계는 청탁금지법과 무관한 수산물을 금품 수수 대상으로 정하고, 선물비 상한액을 설정한 것은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수산업에 대한 정부의 이중적 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또한 청탁금지법은 일선 어업인뿐만 아니라 수산물 유통·가공업에 종사하는 전국 138만 수산산업인의 생존과 수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크게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해왔다.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전국수산단체장협의회, 수협중앙회와 91개 전국 회원조합, 김산업연합회 등은 이번 정부의 결정에 한목소리로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수산업계가 처한 현실이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산업계는 청탁금지법상 선물가액 범위의 한시적 상향이 아닌 전면 상향으로 이어지길 요망하고 있다. 수산물 시장 개방, 어업인구 감소 및 노령화, 연근해 수산물 생산 부진에 코로나19와 사상 최장기간 장마, 연이은 태풍까지 수산업의 존립마저 위협하는 요인들이 잇따라 닥치고 있어 어업인과 수산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수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청탁금지법의 금지대상 품목에서 수산물을 예외품목으로 정하거나 어업의 특수성을 반영해 제한 상한액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청탁금지법은 음식물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5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농축수산물 선물에 대해선 10만 원까지 허용하고 있다.

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제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1차 산업인 농축수산물에 대한 예외 규정도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보면 맞지 않을 수 있다. 1차 산업 상품만을 예외로 할 경우 청탁금지법의 제정 이유가 상당히 훼손될 우려도 있다. 나아가 일부 산업이나 업종의 이기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식량 안보와 국민 먹거리 제공, 단백질 공급원 등 국민 생활과 국가 안보 유지를 위한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금지대상 품목에서 제외하거나 상한액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이번 정부 결정에 한목소리로 환영을 표시한 수산업계 단체들이 청탁금지법의 금지대상 품목에서 수산물을 예외품목으로 설정하거나 제한 상한액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줄 것을 요청한 이유도 수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촌과 어업인의 생존, 수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필수적인 조건이라면 설득력이 없지도 않다.

권익위의 이번 조치는 코로나19라는 국가 위기상황과 최장기 장마, 연이은 태풍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따라 취해진 것이 사실이다. 국민과 소비자들 역시 이러한 조치에 불공정, 편법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명분과 설득력이 있다면 수산물의 예외품목 설정, 상한액 조정 등은 충분히 가능하리라 여겨진다. 특히 금품 수수 대상으로 오인된 국내 농축수산물을 청탁금지법에서 제외하는 등의 합리적인 개선책을 논의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